김동성 거제신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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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는 이념과 당파를 초월한 국민의 의지가 집결돼야 한다.

지난해 9월22일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 남아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됐습니다.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합니다.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습니다.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입니다"라는 연설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종전선언을 역설하고 제안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은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국민적 합의와 주변 국가들과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한다고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평화협정 이전에 종전선언이나 종전협정이 이뤄져야 한다. 다른 국가에서 예를 찾을 수 있다. 종전선언을 통해 신뢰구축을 거쳐 평화협정체결로 중동평화를 이끌어낸 캠프데이비드 협정과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이 좋은 예이다.

세계 유일의 한반도, 전쟁의 긴장감이 도는 휴전선, 언제 교전이 벌어질지 모르는 서해안 접경지역, 이제 우리는 이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끝내고 평화를 위한 실질적 이해관계 국가들과의 공감대 형성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선결돼야 할 것은 이념을 초월한 초당적인 평화를 위한 국민적 의지의 집결이다.

분명 북한의 행동이나 요구에 따라 많은 국민들은 반감과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김정은이 요구한 북한 체제안전보장은 통일이 요원해지는 것은 아닌지, 한·미동맹에는 문제가 없는지, 종전선언 채택 후 주한 미군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북한을 믿을 수 있는지,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퍼주기식 대북정책과 끌려가는 종전선언 등을 국민들은 염려하고 있다. 국민들의 염려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70년이 부족해 전쟁을 잠깐 쉬고 있는 정전(휴전)상태로 계속 살아야 하는지도 걱정이다.

분단의 한반도를 다음 세대들에게 대물림을 해야 할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종전선언은 남북이 서로 윈-윈(win-win) 하자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숙제이지 누군가가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문제점은 우선순위의 문제이지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과연 가능할까. 현 세계정세와 북한의 태도를 볼 때 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담 넘어 불구경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는 종전선언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그래야 평화와 통일의 문이 열릴 것이다.

불교에 줄탁동시(啄同時)란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은 밖에서 쪼고, 아직 눈도 떼지 못한 병아리는 안에서 연약한 부리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알 속의 병아리가 달걀 안에서 쪼는 것이 '줄'이고,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려 주는 것이 '탁'이라고 한다. 달걀 안에서 병아리가 껍데기를 쪼는 줄이 먼저이고 병아리가 쪼는 신호를 듣고 바깥에서 어미 닭이 쪼아준다는 것이다.

예측불허의 북한을 상대로, 그것도 미·중·러·일 세계 최강국들의 지형 속에서 평화협정과 통일을 위한 종전선언을 이뤄내기는 여간 힘들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베를린 장벽보다 더 단단한 벽일지도 모른다.

병아리가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기 위해 달걀이라는 껍데기를 안에서 쪼아 두드리듯이 우리도 이제는 평화를 위한 종전선언을 두드릴 때이다. 그러면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미·중·러·일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라는 달걀을 밖에서 쪼아줄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종전선언은 북한의 김정은을 위한 것도 아니며, 어느 정당이나 정부의 것도 아니다. 오로지 남·북한 주민을 위한 바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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