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영 시인
김무영 시인

일찍이 타고르는 한반도를 가리켜 '동방의 등불'이라 했다. 실크로드를 개척하고 어디를 가나 예의 바르고 지식을 갖춘 선현들의 지혜이기도 하지만 한반도 자체의 기후와 환경, 지형의 특성에 있기도 하다.

삼천리 화려강산이라 표현한 한반도의 지형구조는 3할이 토지요, 7할이 산으로 이뤄진 이른바 3대7로 이뤄진 이상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이 천상의 구조를 그대로 닮은 곳이 거제다. 게다가 거제는 사면이 바다라는 귀중한 요인을 더 갖고 있어 한반도 중에서도 제일 요충지다. 조수간만이 심한 곳도 아니고, 침체돼 오염원이 되지도 않는 바다를 가진 그야말로 천연의 고장이다. 여기에다 섬이면서도 물(육수)까지 풍부하니 이런 곳이 어디 있으랴.

더해 인접에 국제공항이 서고, 고속전철도 만들어지고 있으니 가히 세계에서 가장 입지가 양호하다 말할 수 있겠다. 기후 또한 온난 해양성으로 풍부한 강수량과 함께 얼마든지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고, 세계 4대 북태평양 어장과 연결돼 멸치를 비롯한 다양한 어종·해조류가 서식해 해양생물의 보고지기도 하다. 절경 또한 어떠한가.

이런 곳에 세계적 기업의 연구진이나 본부를 유치하는 것, 정말 매력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결제수단 대부분이 무선통신으로 이뤄지는 시대에 굳이 본부가 대도시나 유명 국가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기획·연구하는 IT 같은 분야는 그들의 근무지가 아늑하고 깨끗해야 한다. 공기와 경관이 빼어나야 자신들이 추구하는 뭔가가 떠오를 것이다. 이런 곳에서 다양한 연구·개발이 이뤄져 모 기업을 성장하고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카카오가 제주에 본사를 둔 이유도 그렇다. 지중해 연안에 세계적 기업 본사나 연구진이 주둔하는 것도 그러하다. 이들 지역보다 모자람이 없는 곳이 거제다. 여러 자연조건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국제공항이 인접해 설립을 위한 준비가 되고 있다. 절효의 기회다. 이십년 가까이 이어져 온 해금강집단시설지구는 그 결정이 아쉽다. 하지만 이미 진척됐다면 이런 기업들의 연구소나 본사로 제공할 필요는 없었는지.

남부·동부·일운…, 어느 지역을 논하지 않더라도 바다가 조망되는 곳에 조성해 나가면 될 것이다. 일과를 마치면 바닷가에서 물장구 치고 고동도 잡고 산책도 하고, 등산이며 날마다 가도 지루하지 않는 길이 있는 곳, 그런 곳에서 생활하고 자녀를 양육시킨다면 가장 명석하고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거제하면 먼저 관광산업을 생각한다.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는 있다. 그러나 관광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으로 신선함이 추구될 수 없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이 여러 정보에 시달려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런 것들을 단순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해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세계적 기업들을 통해 기획되고 창조돼가는 과정을 체험하는 일은 실로 획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뭔가 침체된 것도 이들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이런 기업에서 일하는 과정이나 모습만 봐도 자신의 방향을 바로 세우고 영감도 떠오르게 할 것이다. 이런 기업들이 거제와 인근 지역 청소년들에게 꿈의 직장이 되어 목표를 갖고 건전하게 성장 할 수 있는 상징성도 가진다.

물론 관광 관련 기업도 풍부한 거제의 자연관광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 본사를 거제에 둘 것이다. 그러면 연구소·대학들이 흥미를 갖게 되고 가덕신공항 건설과 함께 앞다퉈 거제를 찾게 될 것이다.

공항이 가동되면 외국인들이 몰려오게 된다. 지금의 시설로서 그들을 맞이할 수가 없다. 공공성은 공익을 우선하며, 그 이익을 계상하지 않아야 한다. 그 가치는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무한의 힘을 가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얼마 남지 않았다. 거제의 자연, 지리적 특성을 살려 거제를 거제답게 구축하는 일, 신공항 가동 전에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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