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권'의 본뜻은 '돗자리를 말다'인데, '마치 돗자리를 말 듯이 어떤 분야나 영역에서 굉장한 기세로 휩쓸어 남김없이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사마천의 사기 '위표팽월열전'에 처음 나온다. 이 두 사람은 어쩌다 기회를 얻어 왕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끝없는 권력의 욕심 때문에 허무한 말로를 맞이한 인물이다.

위표(魏豹)는 항우가 초패왕이 되자 위왕으로 봉해졌는데, 유방이 진격해 오자 유방 편에 붙었다가, 유방이 수세에 몰리자 다시 항우 편에 붙는 등 권력의 편만 쫓다가 죽임을 당했고, 팽월(彭越)은 유방을 도와 해하전투에서 승리하자 양왕에 봉해졌지만 더 큰 권력을 탐해 모반을 일으켰다가 죽임을 당한다.

사마천은 말한다. "위표와 팽월은 비천한 집안 출신으로 천리의 땅을 석권(席卷)했지만 천하를 석권한 유방의 비위를 건드려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고 평했다. 오로지 석권한 권력의 맛에 사로잡혀 자기 스스로를 반성하거나 돌아보지 않는 군상들에게 주는 따끔한 교훈이다.

어느 한쪽으로 권력이 석권 당하면 견제와 균형이 깨어진다. 견제와 균형이 없는 권력은 지탱하기 벅찬 권력의 크기로 변질되고, 그 권력의 무게 때문에 망하게 된다. 일찍 프랑스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1918~1990)는 비유한다. '히말라야 설산에 사는 토끼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동상이 아니다. 평지에 사는 코끼리보다 자기가 더 크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 정치를 보면, 권력을 석권한 사람들이 국민의 눈치 따위야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성경 '잠언'은 말한다. '멸망의 전 단계는 오만이다'고.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권력의 오만에 이르면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 우리는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1902~1968)의 충고를 명심해야 한다. '권력은 부패하지 않는다. 두려움, 권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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