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지난해 추석과 마찬가지로 올 설날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거리에 내걸렸다.

명절마다 면제됐던 거가대교 등 민자도로 통행료가 정상적으로 부과되며, 거제시추모공원 등 공공시설도 제한적으로 운영된다.

모두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역병이 창궐했기 때문이다. 자식을 기다리는 애틋한 부모들의 상실감은 재삼 거론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안전한 일상을 위한 자구지책이라고 하니 이해할 수밖에.

최근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거제에도 연일 확진자가 나온다. 사회적거리두기 또한 3단계가 지속되며 일부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가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각종 지원책도 계속되지만 '코끼리 비스켓'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국가는 엄청난 혈세를 쏟아붓지만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재난 앞에선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는 아우성도 들린다. 스스로 헤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며 모두가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어김없이 추석은 목전이고,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과 전국동시지방선거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민심을 얻으려는 출마 예상자들의 발걸음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그동안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던 인물들이 하나 둘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거제시장 자리를 노리는 주자가 벌써 10명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생활 전반에 비대면 방식이 자리 잡아가는 현실에서 주자들이 다수의 시민들을 직접 만나기에 한계가 있고, 시민들 역시 이들의 면면을 제대로 알아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지방선거를 9개월여를 앞둔 이번 추석 민심이 중요하다. 차기 거제시장 선거를 앞둔 설왕설래는 추석 민심을 타고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기에 추석 밥상머리 여론에 오를 거제시장 후보가 누구일지 관심이 쏠린다.

벌써부터 목 좋은 건물이나 지정 광고판에는 선거법을 교묘히 피해 예비 주자들의 현수막이 내걸린지 오래다. 모두 시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지역발전을 위하겠다는 고마운 문구들 이면에 거제를 이끌어 보겠다는 위정자들의 속내가 숨어 있다.

이런 시점에 시민들은 진정 거제와 시민을 위한 적임자가 누구인가를 가려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깜냥이나 되는지, 당리당략이나 자신의 영달에만 혈안이 된 함양미달인지 두 눈 크게 뜨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

7년 전 거제시장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혜안이 필요하다는 성현의 가르침을 글로 옮긴 적이 있다.

다시 선거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경계해야 할 이치를 되새기며, 자신은 물론 시민들이 위정자 선택의 기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500여년 전에 살았던 공자는 사람에게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악(惡)이 있다고 했다. 만약 이 5악을 용서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며 오악을 경계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첫째, 만사에 빈틈이 없고 시치미를 딱 떼면서 간악한 수를 쓰는 것. 둘째, 하는 일이 모두 공정하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는 제법 공정한 듯 처리하는 것. 셋째,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거짓말 투성인데도 언변이 좋아 진실인양 들리게 하는 것. 넷째, 속은 음흉한 악당인데도 기억력이 좋고 아는 것이 많아서 사람들을 홀리게 만드는 것. 다섯째, 못된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 공자의 이 같은 가르침을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가시지 않는 코로나 정국 속에서도 정치의 계절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유권자들의 혜안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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