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군부대의 저녁식사 때였다. 그날 특식으로 돈가스가 나왔다. 그런데 1인당 1개가 아니라 2개씩이었다. 대신에 소스가 없었다. 부식담당 병사의 실수로 돈가스 한 상자와 소스 한 상자를 가져온다는 게 돈가스만 두 상자 가져온 것이다. 병사들의 불만불평이 쏟아졌다. "소스도 없이 어떻게 2개를 먹어?" 그때 옆에 섰던 선임병이 말했다. "다들 불평 그만하자. 어느 부대에서는 지금쯤 돈가스 없이 소스만 2인분을 먹고 있다고 생각해봐. 우린 다행인거야."

불만(不滿)은 만족스럽지 않아 느끼는 감정으로 불평의 앞 단계다. 불평(不平)은 못마땅하고 언짢아서 드러내는 감정의 노출이다. 불만이 속 끓임이라면 불평은 드러내는 속내이다.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났다. 올림픽 정신은 승리보다 참가에 있다고 하지만 결국은 339개의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터였다. 금메달을 딴 선수가 가장 행복할 것이라고 여기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내 노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금메달은 행복감이 아니라 성취감을 느낄 뿐이다. 성공의 가치와 행복의 가치는 다르다.

가장 행복한 메달은 동메달이다. "휴, 다행이다. 까딱했다가는 메달도 못딸 뻔 했어." 그는 안도감으로 행복을 느낀다. 동메달이지만 금메달처럼 멋진 세리머니도 한다. 그런데 은메달은 성취감도 안도감도 못 느끼는 가장 어정쩡한 위치다.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쳤다는 생각에 불만·불평에 가득하다. 은메달인데도 패배한 느낌이다. 세리머니도 하지않는 불행한 메달이 되고 만다.

남자 라이트헤비급 결승전에서 쿠바선수에게 판정패한 영국 복서 휘터커(24)가 은메달을 따고도 시상식 때 목에 걸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은메달을 딴게 아니라 금메달을 놓친 것이다. 나는 실패자"라고 말했다.

우리는 은메달을 따고도 불만 가득한 삶인가? 아니면 동메달도 감사해하는 만족한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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