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시계는 해시계였다.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사용했던 방법으로, 땅에 막대기를 꽂아놓고 그림자의 움직임에 따라 시간을 파악했다. 그러나 해가 없는 밤이나 흐린 날에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물시계였다. 그릇에 눈금을 새기고 일정하게 물을 흘러 보내 물이 채워지는 양에 따라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그밖에 물 대신에 모래를 이용한 모래시계, 초가 타들어가는 정도에 따라 시간을 재는 촛불시계, 민간에서는 달이나 별을 보고 시간을 짐작하기도 했다. 중국 제(齊)나라 경릉왕(竟陵王)은 시짓기를 좋아해 밤에 문사들이 모여 촛불에 눈금을 그어놓고 초가 한 치(一寸)씩 타는 동안 시 한편씩 지어야한다는 규정 때문에 각촉위시(刻燭爲詩)라는 고사가 생겼고 이는 촛불시계의 유래가 된다.

근대의 기계식 시계는 '교회시간'에서 발전했다. 사원에서는 아침저녁으로 기도 때가 되면 종소리로 알려주기 위해서 정확한 시계가 필요했다. 교회나 성당의 첨탑은 종을 높이 매달기 위해 설계된 특수한 건축물이다. 그러나 산업이 발달하면서 상업의 시간이 필요했다. 상업에 있어서의 시간은 곧 화폐와 같은 효능을 가지게 된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은 그래서 생겼다.

17세기에 이르러 추시계가 발명되고, 사람들은 시계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신체적 리듬보다는 기계적 시간에 의존하게 됐다. 영어의 워치(Watch)는 애초에 회중시계와 같은 휴대용 시계를 말했는데, 20세기 초반 손목에 찰만큼 작은 시계가 대량으로 만들어지면서 손목시계의 대명사로 변했다.

지난 2일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씨가 기자회견장에 차고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두고 정치인들이 싸우고 있다. 그 시계를 박근혜가 줬던 안 줬든, 그게 진짜든 가짜든 우리는 관심없다.

'코로나=코리아'라는 망신스런 3류 국가 대접과, 망쳐버린 일상과 마스크 하나 마음 놓고 사지 못하는 이 불편한 현실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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