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100세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그럭저럭 100세를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백세까지 살아가는 데는 치열한 자기 노력과 시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있어야 가치 있는 삶이리라. 그래야 모름지기 '성공적인 노화'일 것이다.

요사이 유행어 중 하나가 '9988'이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가는 게 소망이란다.  어떻게 하면 '99세'까지 팔팔하게 잘 살 수 있을까. '잘 늙어가는 방법'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대체로 노화는 우리나라의 경우 65세부터 노령인구로 분류되고 복지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노화의 기준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65세라도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팔팔하게 40·50대에 못지않게 왕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65세가 되지 않았음에도 조로증상(早老症狀)으로 노인 행세하는 사람도 있다.

30년 전인 1986년 미국의 노년사회학회에서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동안 노인연구가 노인의 손상만을 강조하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진행됐다면, 성공적 노화는 긍정적인 측면의 경우일 것이다.

이후 전 세계에서 성공적인 노화 또는 '성공적인 노후'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성공적 노화는 질병에 의한 장애위험이 없고, 높은 수준의 정신적·신체적 기능을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인생에 참여하는 상태로 정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성공적 노화를 위한 선행조건은 무엇일까. 여러 연구물을 살펴보면 건강을 비롯한 정신·사회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한 것으로 종합된다. 이 중에서 사회적 관계망이 중요하며, 자기개발을 위한 활동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어느 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에서 조사된 '노인의 사회적 관계망이 성공적 노화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노인의 사회참여·자기개발·가정 내 활동이 성공적 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적 노화(의) 기준을 항목별로 정해 놓고 이를 수치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나는 현재 내 인생에 대해 만족한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같은 인생을 살겠다' '지난 평생을 돌아볼 때 후회될 일이 별로 없다'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나의 생활 여건들은 아주 좋은 편이다' 등을 평가해서 평균점수가 높을수록 성공적 노화의 수준이 높다고 추정했다. 이중 성공적 노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자기개발 활동이다.

이를 위해 노인들에게 학습의 기회와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 노화의 수준 측정은 통계학적인 접근에 의한 연구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을 동일 잣대로 비교 분석해 수치로 추정하는 것에 무리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개개인이 고유의 가치관과 생활방식·환경·습관이 다르다. 예컨대 열대지방의 열악한 환경에 살아도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난다는 가설도 있다. 눈높이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헨리 포드는 80세 생일을 맞아 열린 축하연에서 '당신이 일생동안 이뤄놓은 훌륭한 일들 가운데, 가장 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야 물론 나의 가정"이라고 답했다.

인류의 과학사에 남긴 공적으로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연이어 수상한 마리 퀴리(퀴리부인)는 "가족들이 서로 맺어져서 하나가 돼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이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의 인생에서 '실버 라이프'를 살아가는 남성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가정, 특히 아내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을 것 같다. 노후에 아내 없이 혼자 살아가는 남성보다 더 비참한 존재가 있을까.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고 평상시 아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노력을 해야 하리라.

종교를 믿으며 경건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종교가 없는 사람에 비해 성공적 노화 수준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믿음을 통해 마음에 평강이 깃들고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일 것이다.

성공적 노화를 처음으로 소개한 미국의 노년학자 존 로와 로버트 칸은 1988년부터 8년간 노인 1189명을 선정해 추적조사한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성공적 노화의 3가지 조건은 질병과 장애 낮추기, 정신적 기능과 신체적 기능을 높게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인생에 참여하기 등이다.

성공적인 노화의 조건은 선천적인 유전자나 신체조건, 또는 경제적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노력으로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질병이나 장애의 발생 원인은 유전적인 영향도 있지만 이보다는 잘못된 생활습관과 식사습관인 경우가 더 많다.

정신기능과 신체기능을 유지한다는 것은 노인이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필요한 행동을 혼자서 잘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신체기능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으로 인생에 참여하는 것은 가족·친척·친구를 만나거나 자원 봉사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노화라는 것은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젊음·열정·친구·사랑·건강·권력·기억 등…. 이러한 보편적인 상황에서 나이가 많은 모두가 성공적인 노화라고 하기에는 무리일 것이다. 성공적인 노화에 분류되는 사람들의 비중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노령의 행복지수도 달라질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TO)도 '성공적 노화'의 개념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으로 정의하고 있다.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 그리고 행복한 실버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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