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제각각 쓰이던 노랫말·악보 원작 찾아 모두 하나로

거제시민 모두가 하나의 노랫말과 곡으로 ‘거제의 노러를 부르게 됐다.

진짜 노랫말과 곡을 알지 못한 채 아무렇게나 불러오던 ‘거제의 노러 원본 가사와 원곡이 밝혀졌다.

거제신문이 지난해 3월14일(752호) ‘거제의 노래 부르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보도를 시작으로 3회에 걸쳐 연속보도한 후 꼭 9개월 16일만이다.

거제시는 거제신문 보도 후 거제문화원(원장 원재희)에 거제의 노랫말 원본을 가려달라고 요청했고, 문화원 산하 거제향토사연구소(소장 박병희)는 ‘거제의 노랫말’ 원본 찾기에 나서 그 결과를 지난해 12월31일 거제시에 보고했다.

문제가 됐던 노랫말은 ‘구비구비’ ‘갈고지’ ‘여지러진’ ‘까시리’ ‘아기’ ‘꿈을랑’ ‘실고’ 등 모두 7곳.

이 노랫말들은 거제지역에 세워진 3개의 노래비와 거제시가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노랫말, 김기호 시조비 건립추진위원회가 복간한 ‘풍란’ 시조집 등에서 각각 다르게 사용됐다.

‘구비구비’가 굽이굽이로, ‘갈고지’는 갈곶이, ‘여지러진’은 이지러진 또는 어지러진, ‘까시리’는 가시리, ‘아기’는 아이, ‘꿈을랑’은 꿈을란, ‘실고’는 싣고 등으로 표기됐다.

향토사연구소는 거제신문에 보도된 ‘거제의 노래비’에 새겨진 노랫말이 모두 제각각이고  부르는 사람마다 노랫말이 다르다는 사실 등을 확인한 후 작사자 김기호 선생의 유족은 물론 함께 근무했던 교사, 그리고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시민과 향인들을 일일이 만나 의견을 듣고 자료를 모아 ‘거제의 노랫말’ 원본을 밝혔다.

 

‘거제의 노러 원본은 1953년 12월23일 쓴 것으로 확정했다. 비문으로 사용되는 노랫말은 원작을 그대로 살려 통일하도록 하고, 책과 같은 인쇄물은 저자의 의도와 노래의 분위기를 존중, 원작을 그대로 살려 싣도록 했다.

 

다만 가사내용 중 현대문법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주(註)’를 달아 설명해 주기로 했다.

향토사연구소측은 “김기호 선생의 유족측은 당시의 표기에 따른다는 것에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시민들은 현대맞춤법을 따르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글은 지은이의 작품임으로 작가가 그리고자 한 뜻을 존중키로 해 이같이 정했다”고 말했다.

또 “‘주’를 달기로 한 것은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꾀할 수 있어 훗날에도 노랫말의 잘못된 해석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향토사연구소는 당시 하나의 가사에 두 개의 악보를 붙여 사용, 혼란도 주어 곡에 변질이 초래했음을 발견, 악보도 통일하기로 했다.

현존 자료 가운데 반주까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향토교육자료집’에 ‘거제의 노래'(2/4박자)와 ‘거제행진곡’(4/4박자) 1절의 ‘연연 칠백리’가 ‘연연 칠-백리’(거제의 노래), ‘연연 칠백-리’(거제행진곡)로 서로 달랐다.

당시에는 일본 문화가 남아 노래를 부르며 행진하곤 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음으로 역사적 사실만 기록으로 남기고 악보는 ‘거제의 노러(느리게 민요조로 2/4박자) 하나로 통일해 사용키로 했다.

악보 통일 작업에 참여한 음악인은 신진규 선생(김기호 선생과 당시 하청중학교에 재임한 음악교사), 김미나 고현중학교 음악교사, 정시연 경남산업고등학교 음악교사, 신원호 경남음악학원연합회장, 윤영미 칸나음악학원장 등이다.

김의부 향토사연구소 위원은 “거제의 노랫말 찾기에 도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면서 “거제신문의 문제제기로 이젠 거제의 노래를 거제시민 모두가 하나의 곡에 하나의 노랫말로 부를 수 있게 돼 더 없이 좋은 2008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시는 향토사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라 거제의 노랫말과 악보를 하나로 정립, 거제의 노래를 CD로 만들어 초·중·고교는 물론 거제지역 관공서에 나눠주고 통일된 ‘거제의 노러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거제교육청은 거제의 노래 CD가 제작 되는대로 각 학교에서 거제의 노래를 가르쳐 거제시민의 자긍심과 긍지를 갖도록 할 계획이다.

 

 

■ 거제의 노래 주 예문

※ 현대의 표기법으로는 ‘굽이굽이’ ‘갈곶이’ 이나 저작 당시에는 ‘구비구비’ ‘갈고지’로 표기함
※ ‘여지러진’은 꽉 차지 아니하고 한쪽 부분이 비어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이지러지다’의 작은 말‘야지러지다’가 모음조화 하여 쓰인 방언.
※ ‘까시리’는 ‘우뭇가사리’(가사리, 우뭇가시리)의 거제지역 방언.
※ ‘아기’는 ‘아이’와는 다르게 ‘부모나 시부모가 나이 어린 딸이나 며느리를 친근하게 이르는 말임.
※ ‘꿈을랑’은 ‘꿈을란’을 부드럽게 음을 고르기 위한 저자의 의도가 숨어 있음.
※ ‘실고’는 ‘싣고’의 거제방언.
※ ‘등에나’는 ‘등에다’ 보다는 유연하고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려는 작가의 의도인 듯.
※ ‘칠백리’는 실제로 거제 본섬의 길이는 386.6㎞이어서 구백칠십여리가 되지만, 여기서는 ‘길다’ ‘멀다’의 의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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