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거짓이 사실을 덮어버리는 세상이다. 인터넷과 IT산업의 발달로 전 세계는 탈 진실(Post-Truth)의 시대를 맞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네거티브와 가짜뉴스가 지구촌의 사회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네거티브는 '부정적인' '비판적'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정치권에서는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시킬 때 네거티브라는 말을 곧잘 사용한다. 네거티브 현상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종교·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나지만 시대 상황 때문인지 정치적 네거티브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다.

포지티브(Positive). 즉 '긍정적'이라는 단어의 반대말인 네거티브는, 상대방이 가진 의혹을 검증한다는 순기능은 뒷전이고, 상대방의 단점과 비리를 악의적으로 폭로하고 까발려 대중에게 상대방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수단으로 통용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면 기고 아니면 그만이고'라는 마구잡이식 음해성 발언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흠집 내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숨은 욕심이 부정과 불법의 경계 위에서 널뛴다.

그렇다면 정말 네거티브는 나쁜 것인가. 소문을 한번쯤 검증해 볼 필요가 정말 없을까. 모든 것이 네거티브로 돌려졌을 때 발생한 엄청난 결과를 우리는 겪었다. 만약 2012년에 네거티브의 순기능만 작동되었다면, 어쩌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최

태민, 정윤회에 관한 얘기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에도 나왔다. 그러나 모두가 네거티브의 순기능에는 관심이 없었다. 네거티브의 역기능에 사로잡혀 흑색선전, 헐뜯기로만 치부해 버렸다.

결국 오늘의 국정농단 사태는 우리가 방관자였기에 이렇게 됐을 수도 있다. 이제야 깨달았다는 식으로 당시 발언들이 방송에 나오며 '그때 그 말을 했었잖아'라고 해보았자 배는 떠났고, 물은 엎어졌다.

지금은 국민 모두가 뉴스를 생산해낼 수 있는 시대다. 뉴스 진행자나 정당의 대변인이 논평을 시작할 때 "한 네티즌에 따르면" 하고 말문을 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면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검증 경로를 통해 가짜뉴스(Fake news) 또는 흑색선전 네거티브를 구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현대를 살아가기 위해 네거티브의 참과 거짓을 구별해야하는 것이 필수 교양이 되어버렸다. 진실과 거짓이 섞여있다 보니 구분하기가 어렵고, 사실 절반 거짓 절반의 그럴듯한 의혹제기가 이뤄지면 혼란에 빠지고 만다. 듣다보면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같다.

정치에 지친 국민은 선거 때가 되면 골치 아픈 정책 이야기보다 '누구 아들이 어떻다' '누구 부인이 어떻다'에 더 관심이 많다. 정책 대결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귀를 재미있게 하는 네거티브에 익숙해졌다.

그러니 후보자 또한 유권자가 관심 있는 네거티브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역기능만을 이용해서. 제2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방지하려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 스스로 참과 거짓을 구별할 줄 아는 눈과 의식을 키워야 한다. 귀가 즐겁지 않더라도 정책 대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짜뉴스, 부정적 네거티브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정치인과 경제인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무거운 철퇴가 내려져야 한다. '세치 혀가 벌인 단죄'가 있어야 한다. 또한 IT기업들도 가짜뉴스를 검증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한다.

네거티브의 순기능은 분명 필요하다. 우리사회에는 검증할 사건들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정이나 부패 등 객관적인 사실의 증명이 필요한 네거티브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여야 한다. 국민들은 네거티브를 부정적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음모나 모함하는 부정적 네거티브를 구분하는 안목이 요구된다.

'군중의 입은 쇠도 녹인다. 말 속에는 옳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귀곡자의 말처럼 소문이 모이면 여론이 되고 쇠를 녹일 만큼의 힘이 생긴다. 맹목적으로 소문을 따르기보다 소문을 꼼꼼하게 조사하고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당사자가 아닌지 경계해야한다. '봤다고 다 본 것이 아니며 안 봤다고 안 본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다.

냉정하게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악의적 네거티브와 검증 네거티브를 구분하는 우리의 인식만 살아있다면 우리사회는 '탈(脫) 진실사회'에서 정의와 진실이 통용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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