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시민리포터

▲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유럽 근대사에 있어서 아주 비참한 모습으로 민중권력에 의해 처형을 당한 국왕은 모두 3명입니다. 영국의 찰스 1세와 프랑스의 루이 16세 그리고 제정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입니다. 당시 이들을 처형함에 있어서 각국의 민중들의 반응은 아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의 찰스 1세가 처형됐을 때 이러한 목격담이 영국에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탄식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동안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던,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은 소리였다." 그날 밤 런던 시민들은 침묵의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랑스의 황제 루이 16세 역시 민중의 힘에 의해서 처형되었습니다. 그 당시 파리 광장은 환호성으로 뒤덮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루이 16세의 왕비까지 같은 형장에 세워지게 되었고 모든 민중들은 열광하며 흥분하기 까지 했습니다. 승리의 절정을 맛보는 듯했습니다. 민중혁명의 재판소에는 축하의 편지가 산을 이루기까지 했습니다.

'국민의 피를 게걸스럽게 먹던 거만한 오스트리아 여자의 머리가 마침내 떨어졌다.' 파리 거리는 며칠 동안 축배의 술 냄새로 진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날 승자의 잔치는 얼마 있지 않아서 피의 잔치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혁명과 반혁명이 계속 반복되면서 수 년 동안 같은 파리광장의 단두대에서 약 4만 여명이 루이 16세와 왕비의 뒤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정말 피비린내 나는 비극의 연속이었으며 불행의 재생산이 계속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영국의 국왕 찰스 1세를 형장에 세웠던 혁명의 주역 크롬웰장군은 승리와 패배가 반복되면서 나타나게 되는 역사의 법칙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국왕의 처형을 주장하면서 "우리가 역적과 반역자가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하나님의 섭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탄식한 바 있습니다.

처형 당일 밤 그는 왕의 주검을 몰래 찾아가서 "잔혹한 숙명"임을 슬퍼하며 애통해 했다고 하는 뒷 애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국 역시 혁명과 반혁명을 반복하면서 엄청난 피바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 쓰라린 체험과 반성이 39년을 지내고 난 이후 지금의 자랑스러운 영국을 만들게 되는 명예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에 있으면서 탄핵을 당하게 되었고 불명예스럽게 서울 구치소에 갇히는 슬픈 현실을 전 세계가 지켜보는 쓰라린 역사 현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3월10일 오후와 저녁시간에 한쪽에서는 불의한 권력에 대한 정의의 승리로, 다수 시민의 승리로 규정하면서 탄핵을 축하하는 술 파티가 이곳저곳에서 있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탄핵 된 사실에 대하여 아주 잘못된 마녀사냥으로 불법한 재판으로 규정하면서 탄핵을 탄핵해야 한다며 탄핵반대 집회를 이어가면서 재역전을 노리는 사람들의 우렁찬 함성 소리를 듣게 됩니다. 심지어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삼성동까지 몰려가 계속해서 탄핵의 부당성을 외치며 대통령을 위로하고자 하는 열성 팬들에 의해 새로운 정치 결사체 새누리당이 결성됐다고 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혜로운 국민들의 모습, 슬기로운 지도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까요?

이제 더 이상 환호와 탄식, 정죄와 원한에 사로잡혀 소중한 우리들의 에너지를 계속 소모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성급한 감정과 치우친 이념에 종노릇하며 망령돼 행동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군중심리에 이끌려 후회할 수밖에 없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시민이 아니라 차분하게 주변을 돌아보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주어진 자리에서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사명을 바로 감당하며 숭고한 땀을 흘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진정 애국 애족하는 마음으로 모든 문제를 책임 있는 기관과 사명 자들에게 다 맡기고 이 나라의 법치주의를 온전히 준수하며 난국극복을 위해 두 손을 모아 기도할 때요, 보다 더 나은 정부, 보다 더 깨끗한 정부, 보다 더 밝은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해야만 할 때입니다.

대통령 탄핵과 함께 보수 우파가 괴멸됨으로써 그동안 쌓여 있었던 우파들의 수많은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는 것, 그것 자체만이 지금 이 시대의 시대적 과업이 아니라 적폐청산과 더불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워갈 수 있는 분명한 비전과 희망찬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차기 대통령의 꿈을 가진 후보들은 과거에 매몰되어 과거 청산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밝은 미래, 보다 더 아름다운 내일을 우리 국민들에게 제시해줘야 합니다. 그런 지도자가 지금 우리 시대에 합당한 지도자일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사건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 혈연과 지연, 학연과 종교에 이끌려 어리석게 주권을 행사하는 삼류 국민이 아니라 주어진 주권을 바르게 행사함으로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지혜로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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