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창일 편집국장
가끔 잘 모르는 지역에 갔다가 차를 세워두고 잠깐 일을 보고 온 사이에 불법주차로 적발돼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운전자들을 위해 신청자가 단속 구역에 차를 세워둔 경우 CCTV가 차량 번호판을 인식해 문자메시지로 고지하는 '주정차 단속 사전알림 서비스'가 2010년부터 시행돼 왔다. 주정차 질서를 확립하고 운전자에게 과태료 부담을 줄이는 이 서비스는 현재 전국 8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이다.

주차 단속 사전알림 서비스는 운전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서비스에 가입하면 CCTV가 있는 주정차 단속 구간에 주차하는 운전자들에게 '단속 지역이니 차량을 이동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메시지 발송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도 차량이 주차돼 있으면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속보다는 운전자 스스로 차량을 이동토록 해 교통 소통을 원활하게 하자는 취지다. 실제 올해 처음 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춘천시의 경우 주요 도로 정체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1만7000여명이 가입한 춘천시는 정체구간 교통흐름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불법 주·정차 단속건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통영시 역시 시민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평가다.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주차질서 확립을 통한 원활한 교통흐름 제공이라는 목적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반면 주차 단속 사전알림 서비스가 오히려 불법 주정차를 인정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도입을 유보하는 지자체도 있다. 이 자치단체들은 운전자들이 경고 메시지가 들어올 때까지는 불법 주정차가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게 돼 불법 주정차를 확산시킬 우려가 높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 가입자가 늘면서 단속해도 알림문자를 받고 잠시 차를 이동시켰다가 다시 불법 주정차를 하는 '얌체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법 주정차를 하면 안 된다는 인식보다는 단속을 피하는 꼼수만 늘려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잦은 시스템 오류로 사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신호대기 중인 차량과 주차 중인 차량을 구분하지 못하는가 하면 번호판을 잘못 읽어 엉뚱한 시민에게 불필요하게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자서비스를 받지 못한 뒤 실제 단속을 당한 시민이 항의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 해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는 지자체도 있다. 창원시의 경우 주차 단속 사전알림 서비스를 1일 1회 제공으로 한정하고 즉시 단속지역이나 상습 주정차 위반 차량에 대해서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급한 용무로 인해 잠시 정차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단속 시비를 사전에 예방하고 문자 서비스를 통해 차주가 스스로 차량을 치울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거제지역에 만연된 불법 주정차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도심지 대로변은 물론 골목골목마다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각종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도 불법 주정차는 거제시의 이미지를 크게 추락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거제시는 지속적인 단속활동외 다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의식 부재라는 행정의 볼멘소리도 이해는 가지만 보다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주정차 단속 사전알림 서비스 도입이 불법 주정차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검토하지 않은 채 모든 문제를 부족한 시민의식으로 돌리는 것 또한 문제다. 주정차 단속 사전알림 서비스는 운전자에게 불법 주정차 단속지역이라는 것을 안내해주는 것이 주목적이다. 안내를 못 받았다고 해서 불법 주정차 단속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민원과 업무량 발생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당장 주정차 단속 사전알림 서비스를 도입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철저한 검토를 통해 도입 효용성을 분석해 보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못 담글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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