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창일 편집국장
조선업이 첫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협력업체 중심으로 최대 7800여개 업체를 지원해 실직사태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제2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와 제45차 고용정책심의회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응 고용지원 및 지역경제 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고용지원업종의 대상이 되는 기업은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최대 7800여개 업체에 달한다. 조선업체 6500여개 외에도 1000여개의 사내협력업체와 400여 기자재업체를 포함한 규모다.

이번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으로 기업들은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직접적인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게 된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의 지원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지원수준도 종전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주가 부담한 휴업수당을 종전 2/3 수준에서 3/4 수준으로 높이고, 지원한도는 1인당 하루 최대 4만3000원에서 6만원까지 상향한다.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에 대한 각종 고용·산재보험료 및 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은 납부가 유예된다. 조선업에서 실시되는 훈련의 비용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주 훈련비 지원도 확대키로 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지원 한도를 기존 240%에서 300%로 상향하고, 유급훈련에 대한 단가비도 최대 100%까지 우대해주기로 했다.

이 밖에도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의 한도를 최대 80억원으로 상향 조치하고, 체당금 지급요건도 6개월 이상으로 확대한다. 조선업 희망센터도 설치해 이 같은 지원 내용을 기업과 실직자에 원활히 전달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특별연장급여는 결정이 유예됐다. 특별연장급여는 구직급여 수급이 종료된 이후에도 여전히 실업상태인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조선업 재취업률이 전체에 비해 낮지 않은 상황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직자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계속 납부하기 원할 경우 정부가 최대 1년간 보험료의 75%를 지원하고, 최대 2년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대우·현대 등 대기업 3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별고용지원업종 대상으로 선정되면 근로자와 사업주는 더 높은 수준의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지만 조선 3사는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이에 조선3사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파업을 막기 위한 압력으로 판단하고 7월 총파업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방침을 확실히 했다. 조선3사 노조는 파업권리가 기본적으로 헌법에 보장 돼 있는 상황에서 장관이 이를 압박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파업을 예고한 대기업 3사에 대한 지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노사 자구노력이 구체화 되면 재지정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선3사 노조는 또 정부가 조선3사 지정 제외 근거로 제기한 '양호한 경영환경'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조선3사가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아 남아 있어 일정기간 고용유지 여력이 있고, 중소 조선사에 비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는 등 경영상황이 상대적으로 낫다며 특별고용지원업종 제외 이유를 밝혔다.

이에 조선3사 노조는 그동안 금융당국에서 '일감이 없어 고용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강력한 인력감축 압박을 가해 왔다고 지적하며 고용부가 조선3사를 제외한 이유와 정면 배치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조선 3사의 파업 예고에 정부가 특별고용지원업종 제외로 맞불을 놓으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고 보고 있다. 자칫 정부가 계획한 조선업 구조조정안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결국 채권단과 노조가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냐가 이번 문제해결의 최대 관건이 된 상황이다.

조선업 업황은 올 하반기에도 그리 밝지 않다. 글로벌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6월 말 불거진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는 유럽계 선주들의 자금줄을 말려 발주 가뭄 현상을 장기화 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첫 번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어 던져질 두 번째 주사위에는 삼성과 대우가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포함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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