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창일 편집국장
검찰의 칼끝이 대우조선해양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형 비리수사를 전담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옥포조선소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특수단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대우조선이 수년간 분식회계를 저지른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0년 대우그룹의 해체와 맞물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후 수조원에 이르는 혈세가 투입됐지만 방만 경영과 분식회계, 경영진의 성과 부풀리기 등의 논란이 일었다. 부채비율은 지난 3월 기준 4351%, 2013~2015년의 누적 적자는 5조원에 달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사장 연임 관련 비리 의혹 등은 몇 차례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수사 탓에 환부를 도려내지 못했다. 남상태 전 사장은 2009년 납품비리 의혹과 2010년 비자금 조성, 연임 로비 의혹 등으로 두 번이나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검찰은 남 전 사장의 혐의점을 밝혀내지 못했다.

남 전 사장의 후임인 고재호 전 사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2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지낸 그는 자신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기 전인 지난해 4월 영업손실이 없다고 공시했었다. 그러나 고 전 사장의 연임이 무산되자 2조5000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정정했다. 이를 두고 연임을 위해 회계장부에 부실 반영을 늦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지난 3월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를 정정하기 전까지 8년 연속 흑자였다. 수치상으로만 봤을 때 2013년과 2014년 각각 4409억원과 4711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초우량기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정정공시에는 이 기간 동안 각각 7784억원과 74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심지어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만들어서 벌어온 현금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적자였다고 한다. 배를 수주해 번 돈보다 만드는 데 돈이 더 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8년간 재무제표 상으로 흑자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대우조선해양만의 편법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는 일반적으로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제작하다 예상과 달리 추가 건조비용이 발생하면 이를 손실로 잡는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이런 손실 일부를 앞으로 받을 돈(미청구공사)으로 잡았다. 이 경우 손실은 일단 매출과 이익으로 잡힌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분기 9조4150억원까지 쌓였던 미청구공사 금액을 2분기에 3조2276억원이나 삭감했다. 이에 지난해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보유자산 가치 재평가 시점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자금 위기가 닥칠 때마다 보유하던 토지자산 가치를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1조5830억원으로 봤던 토지가치를 2조1426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회계장부상 순식간에 5596억원이라는 목돈이 생긴 것이다. 산업은행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채권단이다. 검찰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고, 경영진 위법 행위를 살펴보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관련 부서와 비서실을 압수수색 했다고 알려졌다.

일련의 사건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대우조선해양이 '주인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부터 주인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이번 사태는 주인 없는 기업에서 벌어질 수 있는 복합적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대표적 케이스라는 말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주인이 없자 회사는 방만하게 운영됐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60명의 정·관계 인사가 대우조선해양에서 고문·자문·상담역으로 근무하며 평균 88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심지어 이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도 대부분 조선업과 관련 없는 정치권과 연루된 낙하산이었다는 지적이다. 향토기업을 표방하는 대우조선해양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상태다.

이번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모를 일이지만 아픔을 감내하며 그동안의 환부를 깨끗이 도려내는 정밀한 작업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대우조선해양에 새로운 태양이 비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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