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원 칼럼위원

추석이 코밑에 다가왔다. 염천더위를 걱정하며 시원한 것만 찾던 일이 어제 같은데, 이제 긴 소매옷을 입어도 될 성 싶고, 농촌으로 가다보면 어느새 벼들은 누런빛을 띄고 있다.

들녘의 풍성함이 마음으로 다가오는 계절이고, 추석이라는 의미는 향토에 대한 추억으로 오버랩 된다.

신정아-변양균- 앞만 보고 달려온 기형화된 우리 모습

요즘 TV나 신문에는 신정아·변양균 사건이 연일 보도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권력형 범죄라고도 하고, 일부에서는 남·녀간의 스캔들로도 보기도 하는 모양이다.

정치적이거나 혹은 사법적인 판단은 더 조사가 진행되면 밝혀지겠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권력과 그 권력을 이용해 출세를 하겠다고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든 인간군상으로 비친다.

출세와 권력지향주의가 만년 한 오늘의 세태 속에 이러한 모습은 우리 주변에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허다하게 널려 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우리 모두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 왔다.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를 얻기 위한 일이라면 뭐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고, 주변의 조건은 소위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던 일들을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의 성공 혹은 출세를 사회 전체의 발전과 동일시했거나, 사회의 발전은 성공을 추구하는 자신과는 무관하거나 딴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하면서 오로지 자신의 일만을 해온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다. 이들에겐 자선도 출세의 수단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래서 부자가 되었거나, 권력자가 된 경우조차도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는 경우를 왕왕 본다.

극심한 양극화 - 고성장의 그늘과 철학의 빈곤에서 찾아야   

지금 우리나라는 극심한 양극화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의 발전이나 성장의 그늘이 너무 깊게 드리워져 간다.

이 정부가 성장이 아니라 분배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빈부의 격차를 줄이며, 성장의 그늘에 신음하는 국민을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는 성장도, 제대로 된 분배정책도 이뤄지질 않았다.

더구나 차별화된 도덕성으로 국민적 지지를 이어 가겠다던 집권초반의 의지는 실종되고, 오히려 정권의 유지를 위한 과거의 악폐를 답습하고 집단의 이기심만이 팽배해져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건강한 국가나 건전한 사회만이 성장과 발전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속에 드러난 자명한 진리다.

그러나 우리 사회전반에 드리운 고(高) 성장의 깊은 그늘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분명한 한계로 작용한다.

또한 성장과 발전을 이어가기 위한 철학의 빈곤도 큰 장애로 다가온다.
무엇을 위한 성장이며,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더 이상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미래 - 정치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찾아야

많은 사람들이 연말의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미래의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양극화 문제의 해소도, 실업과 빈곤에서의 탈출도, 보다 풍요로운 미래도 대통령을 잘 뽑으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배출해 낸 정당이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는 못한다. 비록 장밋빛 공약으로 국민에게 달콤하게 다가오더라도 그것은 정치적 목표이며 희망사항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대통령과 정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우리의 마음, 우리의 정신, 우리의 역사의식 속에 들어있다.

이제 앞만 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과거의 찬란한 문화를 돌아보아야 한다.
옛말에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했던가!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가 이미 과거에 있었던 것이고, 그 해결책도 이미 역사 속에 있다.

우리의 빛나는 역사와 아름다운 전통 속에 우리의 미래가 들어있고, 그 속에 오늘 우리가 극복하고자 하는 많은 문제의 해답이 들어 있는 말이다.

만주벌을 달리던 고구려군대의 우렁찬 군마의 소리가 들리고, 남해를 호령하던 이순신 장군의 고함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린 화랑들의 고귀한 정신이 보이고, 집현전 학자들을 위해 이불을 덮어주던 세종대왕의 어진 마음도 전해온다.

머릿속에 전개되는 여러 가지 역사적인 사건들이 바람 속에 들어 있는 벼 익는 고소한 냄새와 농부의 땀 냄새에 오버랩 된다. 오늘 저녁 들녘을 건너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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