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그 섬이 있었네…내도

봄여행의 시작은 동백꽃여행이라고 누군가 그랬던가? 붉은빛 동백의 만개한 모습을 만나기 위해 내도로 향한다.

내도로 가려면 구조라에서 유람선을 타고 10분정도 가야한다. 약 2시간에 1대씩 내도로 들어가는 유람선이 있고 돌아올 때는 굳이 같은 배를 타지 않고 구조라로 나오는 배를 타고 나오면 된다.

자연이 품은 섬 내도는 일운면 와현리에서 남쪽으로 300m 해상에 위치해 있다. 면적 0.256㎢, 해안선길이 3.9㎞, 최고점 131m로 안섬 또는 모자섬이라고도 한다.

장승포나 일운면에서 보면 바깥섬인 외도보다 가까이 있다고 하여 안섬이라 불리는데 1872년에 제작된 지방도인 거제시 세진도에는 내도가 내조라도(內助羅島)로 표기돼 있다. 과거에는 거북이 떠 있는 모양이라 해 거북섬, 모자를 벗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이라서 모자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옛날 대마도 가까이에 있던 외도(남자섬)가 구조라마을 앞에 있는 내도(여자섬)를 향해 떠오는 것으로 보고 놀란 동네여인이 '섬이 떠온다'고 고함을 치자 그 자리에서 멈췄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내도 선착장에서 마을 앞을 지나면 내도 명품길이 나온다. 왼쪽을 바라보니 아버지가 낚시를 하고 있고 아이들 역시 바다가 마냥 좋은지 탐구생활 하듯 자갈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반대편으로는 수선화와 동백꽃으로 유명한 거제8경중 하나인 공고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되지만 그리 힘든 길은 아니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해송이 어우러진 숲길은 울창한 나무들의 집합체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상큼한 공기가 기분 좋게 느껴진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편백숲이 사람들을 맞았다. 하늘 위로 쭉쭉 뻗어있는 편백나무는 심리적 안정을 주는 진정효과와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켜준다고 한다. 편백숲을 지나 계속 올라가면 대나무 숲이 보였다. 다리에 힘을 보탰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힐 무렵, 드넓은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심전망대에 도착했다. 세심전망대는 마음을 씻고 정화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따뜻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서이말 등대의 모습이 아련히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수평선 넘어로 대마도의 모습까지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꽃샘추위에 동백꽃은 아직

눈부신 바다를 뒤로한 채 좀 발걸음을 재촉했다. 곧이어 동백꽃이 만발한다는 동백숲길이 나왔다. 하지만 너무 일찍 온 탓일까. 붉은 꽃송이가 떨어져 있는 아름다운 동백숲길을 예상했지만 만개하지 않은 채 듬성듬성 피어있는 동백꽃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꽃샘추위의 위세가 그만큼 강했는가 보다.

동백은 12월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해서 4월까지 피고 진다고 한다. 동백은 한자어로 '겨울에도 잎이 푸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한꺼번에 피지 않고 차례차례 꽃망울을 터트린다. 그러나 가장 추운 한겨울 1월 무렵에는 잠시 피지 않는다. 꽃이 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나무도 알기 때문이다.

동백은 특이하게도 조류인 동박새의 도움으로 꽃수정 가루받이를 한다. 작고 앙증맞은 동박새는 꽃잎사이를 부지런히 날아다니면서 꿀을 먹고 꽃가루를 옮겨준다. 동백 잎사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텁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여름에 내리쬐는 강한 햇볕과 더위를 이겨내고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잎사귀 표면에 광택층인 큐티클층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화장품을 바르듯 나무도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한 것이다.

아쉬운 동백숲길을 지나 좀 더 올라가면 연인길 삼거리가 나온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서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의지하며 꿋꿋이 살아가라는 뜻인지 연인길을 오르는 것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연인길을 힘들게 오르고 나면 내도의 세 전망대 가운데 가장 전망이 좋다는 신선전망대가 나온다.

아마도 힘들게 올라왔으니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라는 섬의 고마움의 표시리라. 새로운 마음으로 거듭난다는 뜻에서 유래된 신선전망대는 홍도·외도·해금강…대마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신선전망대까지 오면 섬의 왼쪽은 다 본 셈이다.

팔색조, 신비로움 만큼이나 만나기도 힘들어

이제 내도의 반대쪽을 돌아볼 차례다. 내도 오른쪽의 하이라이트는 조류 관찰지에서 팔색조를 볼 수 있는가이다. 팔색조는 천연기념물 제204호로 경계심이 강해 좀처럼 보기 힘들다.

주로 바닥을 걸어 다니면서 먹이를 먹으며 낙엽층이 두껍고 지렁이가 많이 사는 곳을 좋아한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2500~1만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분명 어디선가 사람들의 모습을 엿보고 있으리라.

쉽게 발을 떼지 않고 좀 더 머물러 팔색조의 모습을 보고자 했지만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모습을 나타낼 팔색조가 아니다. 누군가 지리산 천왕봉 일출은 삼대(三代)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했다. 팔색조는 사대나 오대 정도는 덕을 쌓아야 볼 수 있을 것이라 스스로 위로하며 자리를 떴다.

팔색조는 포기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바다를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있는 부부의 모습이 보였다. 오랜 시간 자리를 뜨지 않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게 했다.

조금 더 내려가자 마지막 전망대인 희망전망대가 나타났다. 이곳에선 해금강의 비경과 구조라 마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희망전망대를 끝으로 섬 아래로 내려가는 길. 섬의 마지막 여정이라고 생각하고 동백꽃이 따닥따닥 어우러진 모습을 기대해 보았지만 만개한 동백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선착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섬 구경을 다 마친 아이들이 그네를 타며 기다리고 있었다. 곧 마을로 돌아가는 유람선이 도착하고 짧은 여정을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씩 배에 오른다. 배가 출발하자 배의 후미 쪽으로 갈매기 떼가 몰려들었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먹기 위해서다. 먹이를 받아먹는 갈매기의 모습을 끝으로 2시간여의 짧은 내도여행은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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