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정군자 산삼캐기
앉아서도 천리를 보고 하룻밤에도 몇 천리를 다녀올 수 있다는 신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정군자라 불리는 사람이 거제 명진에 살았다.

하루는 그의 형님이 와서 "동생,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기력을 다 잃었는데 인삼이라도 고아 드렸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하고 의논해 왔다.

"형님, 그러면 구하러 갑시다. 이왕이면 산삼이 더 좋겠지요?"
"이 사람아,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인삼도 구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산삼을 구한단 말인가?"
"형님, 저만 믿고 따라 오십시오."

두 사람은 계룡산으로 갔다. 그런데 어느 한 곳에 가니 산삼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었다. 정군자는 형님에게 꼭 한 뿌리만 캐라고 했다.

이 귀한 산삼을 동생이 한 뿌리만 캐라고 하니 서운했지만 동생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형님의 속셈은 내일 다시 와서 캘 것이라고 생각하고 혼자만 아는 표시까지 해 두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형님은 다시 계룡산으로 올라가 어제 그 산삼자리를 찾으려고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산을 헤매다가 결국은 찾지 못하고 내려오다가 동생을 만났다.

"형님, 어디 갔다 오시오?"
"사실 어제 캤던 산삼을 한 뿌리 더 캘까하고 갔다가 못 찾고 그냥 돌아오는 길이라네."
"형님, 거기가 어디라고 가십니까?"
"계룡산이잖아."
"형님, 어제 우리가 갔던 계룡산은 거제 계룡산이 아니고 충청도 계룡산입니다."

둘, 새들의 식량을 모으다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가난한 노부부가 살았다. 배고픈 것이 한이 된 할머니는 보리밥이라도 좋으니 밥 한 번 실컷 먹는 게 소원이었다.

"아이고, 밥 한 번 실컷 먹어봤으면…."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늘 밥타령이었다. 그렇다고 할아버지가 어떻게 해줄 도리도 없었다. 명진에 사는 정군자가 용한 재주를 지니고 있다고 하니 혹시라도 무슨 수가 있을까 하고 찾아가 할머니의 소원을 이야기 하며 도움을 청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을 어찌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내가 한 번 힘을 써 보리다."

정군자가 할아버지를 돌려보낸 다음날 아침이었다. 할아버지가 광에 갔더니 그동안 텅 비었던 곳에 곡식이 가득했다. 할아버지는 얼른 할머니를 데리고 와 광에 가득 찬 곡식을 보여 주었다. 할머니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날 할머니는 하얀 쌀밥을 지어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할머니가 밥을 짓기 위해 쌀을 가지러 광에 갔더니 어제 그렇게 많던 곡식이 거짓말처럼 텅 비어 있었다. 할머니는 크게 상심했고, 할아버지가 틀림없이 정군자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따지러 갔다.

"식사는 잘 하셨습니까?"
"식사고 뭐고 사람이 왜 그런가. 한번 줬으면 그냥 둘 일이지 왜 주었다가 다시 가져가 버렸는가?"

할아버지는 정군자에게 화를 내며 따졌다. 그때 정군자는

"할아버지, 밥 한 번 실컷 먹는 게 할머니의 소원이라기에 그렇게 해 드린 겁니다. 그 곡식은 겨울에 먹으려고 새들이 모아놓은 것을 다 몰아 논 것인데, 사람이 배부르게 먹는 만큼 새들이 굶게 되기 때문에 다시 새들에게로 돌려보냈을 뿐입니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섰다.

정리 : 윤일광 논설위원(자료 : 거제향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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