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 윤일광 논설위원

북병산 줄기를 따라 내려오다가 망치고개를 지나 구조라 해수욕장으로 가기 전의 바닷가 쪽으로 작은 섬이 하나 보이는 데 이 섬이 윤돌섬이다. 이 섬에는 효자아들의 애틋한 사연이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이 섬에 윤(尹)씨 성을 가진 과부 노파가 아들 삼형제와 살고 있었다. 섬에서 조금 떨어진 북병산 아래 양지마을에는 늙은 어부가 살았다. 늙은 어부는 절세미인으로 소문 난 해녀 해선을 아내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해녀인 해선은 바다에 나가서 전복, 소라, 미역, 멍게 등을 따는 일을 했다.

어느 날이었다. 하루는 해선이가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하는데, 난데없는 태풍이 불어 깜짝할 사이에 해선이 탄 배가 떠내려가고 말았다. 해선이 아무리 애를 썼지만 태풍 앞에서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태풍이 불자 아내가 걱정이 된 늙은 어부는 바닷가로 달려 나왔지만 저 멀리 사라지고 있는 배만 바라보며 "해선아! 해선아!" 하고 애타게 불러 볼 뿐 아무 소용이 없었다. 늙은 어부가 바라보고 있는 순간 바다는 해선이 탄 배를 삼키고 말았다.

그날 이후 달이 밝은 밤이면 해선을 그리워하는 늙은 어부가 바닷가에 나와 해선이를 부르다가 달만 멍하니 쳐다본다고 해서 마을사람들은 이 늙은 어부를 '망월노인'이라 부르게 되었고, 망월영감의 이름을 따서 마을이름도 '망월'이 되었다.

언젠가는 해선이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망월노인은 바닷가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 망월노인의 움막 맞은편 바다건너에는 윤씨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홀아비가 된 망월노인과 과부였던 윤씨 할머니는 외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윤씨 할머니가 시장에 갈 때나 나들이를 갈 때 망월영감이 사는 움막을 지나야 했고, 아들이 배로 태우러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차츰 망월영감과 만나는 시간이 잦아졌고, 자주 만나다 보니 두 사람은 정이 들었다.

망월영감이 살고 있는 바닷가와 윤씨 할머니가 살고 있는 섬 사이 바다는 하루에 두 번 썰물 때가 되면 완연한 육지처럼 길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무릎 정도까지만 적시면 바다를 건널 수가 있었다.

늦게 만난 두 사람은 차츰 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성한 아들 삼형제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망월영감이 사는 마을사람들의 눈치도 보여 제대로 만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썰물이 되는 밤이 되면 윤씨 할머니는 망월영감을 만나기 위해 바다를 건너갔다.

그러나 만나는 것도 그리 오래 있지 못했다. 물이 불어나기 전에 되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이 다가오면서 윤씨 할머니에게 걱정거리가 생겼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바다를 건너다니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추운 겨울밤에 무릎까지 차오르는 물을 적시며 건너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을 추운 겨울바람도 차가운 바닷물도 가로 막지 못했다.

사실 아들 삼형제는 벌써부터 어머니가 망월노인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 했다. 혹시라도 아는 체하면 어머니가 불편해할까 봐 어머니가 바다를 건너는 시간이면 일부러 깊은 잠에 든 것처럼 안심시켰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엄동설한에 어머니가 맨발로 바다를 건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세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징검다리를 놓아주기로 했다. 징검다리가 있으면 밀물 때는 바닷물이 차서 보이지 않지만 썰물 때가 되면 징검다리가 물 위로 올라 발에 물을 적시지 않고도 건널 수가 있었다.

윤씨 성을 가진 할머니의 '윤'과 '징검다리'의 돌을 합쳐 '윤돌섬'이라는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나이든 어머니가 주책이라고 책하거나 탓하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를 위해 자식들이 돌을 놓아 주었다 하여 '효자섬'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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