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배우는 거제역사]거제의 문화예술 5

"불이야, 불!"
"세진암에 불이 났다!"
"아이구, 이일을 어쩐담, 세진암에 불이 나다니!"
"저런, 어쩌다가 불이 났지?"
"글쎄 절에 빈대가 많아 빈대를 태워 죽이려다가 불이 났다더군!"
"설마, 그럴 리가 있나?"
 
거제 사람들은 '현재 남아있는 오래된 절'하면 세진암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옛 세진암은 화재로 불타 버렸는데 화재가 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빈대가 많아 빈대를 태우려다가 화재가 났다는 이야기가 아직까지 구전되어 전해오고 있습니다.

세진암은 계룡산 남쪽 거제면사무소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바로 옆에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유배 와서 살았던 반곡서원이 있고 뒤로는 옥산금성이 있습니다.

절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거제의 사찰 중에서는 기록상 가장 오래된 절입니다. 처음에는 계룡산 아래 절골이라는 곳에 있었지만 화재로 소실되고 나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 다시 세웠다고 합니다.

대웅전에 목조여래 삼존불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중앙의 본존불은 석가모니상이 아닌 아미타불인데도 대웅전에 모셔져 있습니다. 조각은 수일(守一·守日) 스님이 주도하여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스님은 불상조성에 이름이 높은 분입니다.

양쪽으로 관음보살상과 세지보살상이 협시하고 있습니다. 이 삼존불은 향나무로 만든 불상으로 높이가 50cm쯤 되며, 머리·몸·손·다리를 따로 만든 후 끼워 맞췄다고 합니다.

불신 내부를 파낸 빈 공간에 예쁜 보자기에 싸인 칠보(七寶)와 팔경(八經)의 다라니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보자기의 매듭이 너무 복잡해 푸는데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가운데 모셔진 아미타불은 약간 고개를 숙인 얼굴에 입 가장자리가 살짝 올라가 미소를 머금은 듯 단아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줍니다. 협시불인 오른쪽 관음보살상과 왼쪽의 세지보살상은 그 모양이나 형태가 비슷합니다.

두 불상은 단지 손의 자세만 서로 뒤바뀌었을 뿐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 있습니다. 이 협시불은 2009년 6월에 도난을 당했다가 다시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도난 전과 비교하면, 대세지보살의 팔목에 꽂힌 오른손이 예전보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90도가량 돌아가 있습니다.

삼존불은 향나무로 조각하였기 때문에 여기서 풍겨나는 은은한 향내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고 편안한 세계로 이끌어 줍니다.

복장기(腹藏記)에 의하면 이 삼존불상은 조선 숙종 29년(1703년) 5월에 고성군 하이면의 와룡산 심적암에서 만들었다고 적혀 있는데 그 후 세진암으로 옮겨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상의 양식이 조선 후기 불상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조선시대 불교조각사 연구에 중요한 학술자료이고, 거제지역에서 유일한 목조여래삼존불좌상이라 더욱 소중하고 귀중한 보물이라 하겠습니다.

정리: 윤일광 논설위원(자료: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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