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예뻤던 소녀, 17살의 나이에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채 한(恨) 많은 생을 마감한 두순, 선이 할머니.

지난 17일 장승포항이 내려다보이는 거제시문화예술회관 별관동 앞 소공원에서는 아주 의미 깊은 행사가 열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을 위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린 것이다.

이 소녀상은 지난해 7월 4000만 원을 목표로 6개월간 모금운동을 진행해 4298만890원을 모아 제작했다. 모금운동에는 생존 최고령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득(97) 할머니가 1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각계각층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개인 300여 명 외에 지역 초·중·고교와 시민단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30여개 기관·단체·기업이 동참했고 거제시는 1000만 원을 지원했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전쟁범죄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정과 사과 없이 역사왜곡과 은폐로 일관하는 일본정부의 만행을 꾸짖고 이 땅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 소녀상이 세워지던 날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도 희망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위안부의 고통에 대해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미 하원 결의안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안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포함된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 서명절차까지 마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결의안이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미국 국무부의 대일본 외교정책 운용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사과도 거부하는 일본정부의 입장변화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소녀상이 세워지고 미국에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권과 정의를 찾으려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해 마련된 비용은 고사리 손에서부터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더한 것이다. 또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되는 데는 일본계 미국인인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과 재미동포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이처럼 역사의 진실을 원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로 인해 이날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했던 김복득 할머니는 "너무 기뻐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마음"이라고 감격해 할 수 있었다.

반성할 줄 모르고 역사날조를 밥 먹듯 하는 일본 우경세력들에게 통쾌한 펀치를 날린 승자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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