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탕·찜 등으로 조리돼 겨우 내 미식가들에게 꾸준한 인기
1424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버릴 것 하나 없는 알짜배기

조기강 대구목 대구과에 속하는 어류인 대구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생대구(잡은 그대로의 것), 건대구(말린 것), 보령대구(작은 것), 도령대구(한 자 크기의 것), 느릉이(2관 이상의 것), 알쟁이대구(알을 가진 것), 흰 곤이대구(곤이를 가진 것), 황대구(노랗게 말린 것), 백대구(하얗게 말린 것), 통대구(내장을 빼내고 원형 그대로 말린 것), 약대구(알이 든 채로 소금에 절여 말린 통대구), 에미(배를 갈라 소금에 절여 말린 것), 열작(소금을 치지 않고 그대로 말린 것) 등등.

이름이 많다는 것은 쓸모가 많았고, 그만큼 즐겨 찾던 먹거리였음을 알게해 준다. 다만 대구는 귀했기 때문에 왕이나 양반 또는 고급관료들이 먹었다. 조선시대 기록에 따르면 장교에게는 대구를, 군졸에게는 명태를 주었다고 한다.

대구는 큰 입 때문에 대구(大口)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모든 이들이 아는 사실이다. 조금 과장한다면 머리가 전체 길이의 절반가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리가 크니 얼굴도 크고 볼도 큰 격이다.

대구는 '바다의 소'라고도 불린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맛이 나는 대구살은 물론이고 머리·눈·알·아가미·창자·간유·껍질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큼지막하고 실한 살은 대구탕과 찜으로 만들어진다. 머리를 사용한 뽈찜도 있다. 눈알은 영양가가 높고 맛도 좋아 고급요리에 쓰인다. 아가미와 창자, 알은 젓을 담근다. 대구껍질은 삶아 가늘게 채쳐 무치거나 대구껍질로 다른 음식을 말아 내면 예로부터 별미 중의 별미로 손꼽았다.

수놈에게서 나오는 이리는 대구탕에 없어서는 안되는 재료다. 이리를 넣고 끓이면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 신선한 이리를 숯불에 구워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지경이라고 한다. 이처럼 버릴 것 없는 대구는 들기름, 마늘과 생강·쌀·석류와 궁합이 잘 맞는다.

대구 맛이 좋은 이유는 먹이에 있다. 고기의 맛은 곧 먹이의 맛이다. 대구는 그 큰 입만큼이나 엄청난 대식가다. 바다 속에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새우와 오징어·청어·꽁치 같은 맛있는 생선을 주로 먹기 때문에 살에서 깊은 감칠맛이 나온다. 심지어 자기 종족의 알까지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쪽의 차가운 바다에서 놀던 대구는 산란철인 12월부터 2월까지 남해안, 특히 진해만 일원에 집중적으로 회귀한다. 겨울바다의 진객이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래 대구는 한반도 남쪽에서 흔한 생선이었다고 한다. 대구를 사서 갈무리하는 걸 '대구김장'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1970년대 이후에 사라져버린 풍습인데, 당시의 문헌을 보면 장터에 산처럼 쌓여 있는 대구를 손수레로 실어 날라 김장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치를 담글 때도 넣고 따로 말려 한겨울 음식으로도 먹었다.

원래 생선은 생물보다 말렸을 때 맛이 좋아진다. 수분도 빠지고, 살 속에서 효소 작용이 일어나 감칠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북어처럼 바싹 말려서 봄까지 두고 먹기도 했다. 포를 만들어 술안주로 쓴 건 물론이다. 대구포는 입에 넣으면 탁월한 감칠맛으로 진하게 녹아든다.

대구는 인류의 오랜 식량이었다. 북아메리카 대륙을 제일 먼저 발견한 바이킹들도 대구가 있어 새로운 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구를 말려 오랜 항해의 식량으로 썼다는 것이다.

다소 재미있는 사실도 있다. 음식의 세계에서 동물성 식재료 중 암놈이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는데 암대구만이 유일하게 별로 인기가 없다. 수놈에게만 있는 이리 때문이다.

대구는 1424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이 나올 정도로 오래전부터 한민족이 먹어온 생선이다. 오래된 조리서에도 대구 요리법이 빠진 법이 없다. 대구를 부르는 일본어 '다라', 중국어 '다더우위'는 모두 우리말 대구에서 파생한 말이다.

우리나라 바다의 대구는 동해 대구와 서해 대구 두 종류가 있다. 서해 대구는 동해 대구의 절반 크기밖에 안 되기 때문에 왜대구라고 한다. 찬물을 좋아하는 대구가 서해에도 살 수 있는 것은 서해 바깥쪽 바닥에 일 년 내내 수온이 10도 이하인 냉수대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는 혈행의 운행을 활발히 하고, 상처로 생긴 부종을 가라앉히며, 통증을 그치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여성의 대하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 아랫배나 엉덩이가 냉하면서 외음부가 가렵거나 부을 때에 좋고 산모의 젖이 잘 돌지 않을 때에 좋다.

대구 간 속에 들어 있는 지방유인 대구간유는 불포화도가 높고 맑고 노란데 비타민 A · D가 많아 야맹증이나 구루병에 좋다. 대구간유에는 오메가지방산이 풍부해 만성류머티즘이나 통풍 등 관절염의 염증과 통증을 완화해준다. 이는 오메가지방산이 우리 몸의 연골 세포를 손상시키는 효소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또 비타민 B와 간 기능 강화에 좋은 타우린이 풍부해 대구탕을 최고의 속풀이 술국으로 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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