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지방선거 공천폐지 공약에 대한 약속을 사실상 지키지 않을 조짐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5일 지방자치 개선안과 관련 △기초단체장 공천제 유지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구의회) 폐지 △광역단체장 임기를 현재 3연임에서 2연임으로 축소 △교육감 정당공천을 통한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모두 공언했던 지방선거 공천제 폐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아직 당론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급하게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계 안팎에서는 공천폐지 물타기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이름만 바꾼 새누리당이고 보면 이런 구태의연한 정치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국민들의 염원과는 상관없이 자기들 편한 대로 정치를 농락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선 공약이었음을 감안하면 청와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논평이 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제는 공약대로 실현돼도 그만이고 안돼도 그만인 셈이다. 입법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을 국회로 돌려버리면 그만인 셈이다.

새누리당만 빼고 모두가 공약을 지키기를 바라고 있지만 입법을 다루는 국회에서 절대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그들이 버티면 야당은 손쓸 재간이 없게 된다.

지방선거 공천폐지는 상당히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중앙 정치로부터 독립성을 갖는다는 선언과 같다. 지방정치에 나가고 싶은 사람들이 자기소신에 따라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치의 중앙으로부터의 독립은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학연과 지연, 혈연 등 인정주의를 끊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자기소신과 공약으로 지방정치에 나아가고 이에 대한 실현을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를 쌓는 정치인을 만들 수 있는 기본이 바로 서게 된다.

소신과 공약의 지방정치는 중앙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학연이나 지연, 혈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런 신뢰의 정치가 싹틀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고 하는데 구태의연한 하향식 정치의 표본인 새누리당이 이를 막고 있는 셈이다.

유사 이래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집단이 온전히 유지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공천제 폐지를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변화에 순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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