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甲午年) 새해가 밝았다. 계사년(癸巳年)의 뜨거웠던 열애는 이제 추억 속에 묻고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해야 한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정확히 두 갑자(甲子) 전 조선은 갑오개혁(甲午改革)이라는 전기를 맞이했다. 외세에 의해 강제로 개항하고 김옥균, 박영효 등 신진사대부가 주축이 된 갑신정변이 삼일천하로 끝나는 등 개혁에 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갑오개혁의 실패는 충분한 준비가 동반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홍집 등 몇 사람이 주도하는 개혁이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사회 전체가 개혁을 위한 바탕이 있어야 했지만 그런 준비가 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다시 두 갑자가 흐른 오늘, 우리는 어쩌면 또 다시 개혁이라는 변화의 시점에 서 있는지 모른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와 극동의 맹주인 중국의 영토확장에 대한 아집,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듯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하고 강해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해를 넘겨도 불통의 정치는 민생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국민의 소리를 귓등으로 듣는지 도무지 불만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 차라리 정치가 없는 나라였다면 국민들이 살기 더 좋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정치와 민생이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러다가는 올 한 해도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말이 계속 유행할까 걱정된다.

개혁은 몇몇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변하는 것이다. 그 변화를 바른 길로 이끌어 가는 것이 정치의 몫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변화의 길목에 이미 접어들었지만 정치는 아직도 구태에 머물러 있다.

정치가 주도하고 국민들은 따라 오라는 식이다. 몇몇 정치인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그것은 '금기'로 간주된다. 정확히 두 갑자 전의 상황이 오버랩되고 있다.

이런 정치라면 희망을 설계하기 힘들다.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위태로운 오늘의 극동 아시아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한국을 지켜내기 힘들지도 모를 일이다.

제발, 올 한 해는 정치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구태에 찌든 정치인들은 조용히 하야(下野)하는 전환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거제에서도 오는 6·4지방선거를 통해 나태한 정치인들이 심판받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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