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희망재단 마을복지 활동가, 마을회관서 매달 봉사활동 펼쳐

시원한 가을의 문턱 앞, 농어촌 노인 복지 혜택이 줄어들고 있는 국가시책과 반대로 발벗고 나서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농어촌 희망재단 농어촌 마을 복지 활동가인 거제시청 주민생활과 김순희 계장, 자원봉사단체협의회 임복희 씨, 하청적십자지구협의회 임정심 부장 등 5명이 지난달 28일 하청면 황덕도의 경로당을 방문해 여가를 보내는 어르신들에게 족욕·황토 서암뜸·네일아트·한글공부·컴퓨터 교육 등으로 따뜻함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황토와 장수하는 이들이 많아 불러지게 된 황덕도는 연세 지긋하신 마을주민 39명 21세대가 모여 살고 있으며 칠천도와 가까이 붙어있으나 섬이라는 한계로 인해 문화·복지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농어촌희망재단의 지원을 받아 올해 6월1일부터 활동하게 된 농어촌 마을 복지 활동은 칠천도 분회장의 부탁을 받아 열악한 농어촌 노인 복지의 수혜 대상을 늘릴 목적으로 김순희 계장을 중심으로 결성하게 됐다. 단팥빵과 과일, 음료 등 먹거리와 각종 재료들을 한 가득 가지고 선착장에 도착하자 마을 어르신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복지 활동가들을 반겼다.

먼저 재단에서 지원 받은 족욕기에 유자색의 바스크린을 풀어 어르신들의 혈액순환과 피로를 푸는 시간을 가졌다. 부족한 기구로 인해 마을회관 방 한 켠에서는 한글공부, 네일아트, 황토 서암뜸 등이 각각 동시에 이뤄졌다. 족욕 중인 김토선(86) 할머니는 "힘든 밭일로 쌓인 피로가 족욕을 하고 나면 몸이 한결 가벼워 진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할머니 3명으로 구성된 한글 공부반은 매주 받아쓰기 숙제와 단계적인 공부법으로 뜨거운 교육열을 보여줬다. 농어촌 복지활동가는 받침글자를 어려워하는 할머니들을 위해 브로마이드를 준비했다. 6월부터 시작해 한창 한글를 배우고 있는 한글공부반 할머니들은 네일아트한 고운 손으로 또박또박 '보자기'를 써내려갔다.

윤병연 할머니는 "지금은 나이가 들어 눈과 귀가 멀어 글자를 배우는 것이 어렵다"며 "농어촌 희망재단과 같은 복지단체가 좀 더 일찍 왔었더라면 글공부를 더 열중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뒤늦은 학문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복지활동가 임복희 씨는 한 글자씩 맞춰갈 때마다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거실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옹기종기 모여 손바닥에 뜸을 들이며 즐거운 수다로 시끌벅적했다. 또 다른 방에서는 한글문서작업과 카메라에 있는 사진을 옮기는 작업 등 컴퓨터 교육이 이뤄졌다.

네일아트를 하기 위해 여성회관 여성취미교실에서 3달 동안 네일아트 교육을 받은 복지활동가 김순희 씨는 손 마사지, 손톱 다듬기, 베이스 바르기 등으로 그간 연습한 실력을 뽐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손톱을 다듬어보는 할머니들은 장밋빛 매니큐어를 손톱에 입히며 소녀적 설레임으로 돌아갔다. 네일아트는 할머니들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들에게도 인기였다.

봉숭아 빛으로 손톱을 물들인 김봉재(67) 할아버지는 "밭일로 손톱이 벌어져 아팠는데 매니큐어를 바르고 나니 괜찮더라"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복지활동가 김순희 씨는 "어르신들이 발마사지 후 그날 잠을 푹 주무셨다고 말할 때가 가장 뿌듯하며 보람찬 일을 할 수 있어 즐겁다"며 미소를 띠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