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고 연극반 ‘반쪽얼굴’

무대 위에서, 무대 뒤에서 그리고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땀 흘리는 모습은 아름답다.

올해로 19기를 맞은 해성고등학교 연극반 ‘반쪽 얼굴(지도교사 노대녕·부장 김형석)’. 변변한 무대 없이 학교 운동장에서 공연한 ‘꼬넬신부’를 시작으로 ‘유랑극단 분장실’, ‘안티고네’, ‘방황하는 별들’ 등 모두 18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린 ‘반쪽 얼굴’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역 최고의 연극 동아리다.

2004년 경남청소년 연극제에 ‘아름다운 사인(死人)’으로 출전, 3위를 차지하며 거제학생연극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반쪽 얼굴’은 올 3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예비 19기생을 모집,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연극이란 이들에게 무엇일까? 학교 시청각실에서 점심과 저녁시간을 쪼개 기초적인 발성과 발음연습을 하고 있는 신입생들의 모습에선 장난기를 찾아 볼 수 없다. 

올해 연출을 맡은 2학년 김효빈 학생은 “연극이라는 공동작업을 하는 동안 ‘희생정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배웠고, 대본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과 다른 공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것 같다”고 연극반 활동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설명했다.

연극반의 이름인 ‘반쪽 얼굴’도 연극을 올릴 때 평상시의 ‘나’가 아닌 ‘연극속의 또 다른 나’가 된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연극반 활동을 통해 자신에게 감춰줬던 내면의 모습을 찾아낸 반원들은 무대에서의 희열을 결코 잊지 못한다. 

정수선, 최민영 학생(2년)은 “관객들의 박수소리, 나만을 위한 무대와 조명은 연극반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결코 맛볼 수 없었던 학창 시절의 소중 한 추억”이라면서 “평생 꿈도 꾸지 못할 귀중한 보물을 만들어냈던 ‘반쪽 얼굴’에서의 경험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에서의 값진 경험과 함께 ‘반쪽얼굴’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자랑꺼리는 동기애.  무대 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또 다른 나 자신이 되어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동기생들 간의 믿음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박영대, 임대경 학생(2년)은 “동기들과 힘든 시절을 보낸 추억 말고는 남는 게 없지만 고교시절 평생 간직할 추억꺼리를 만든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지난 1년을 회상했다.

이수경, 김선민 학생(2년)은 “처음이자 마지막 연극을 동기들과 함께 올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면서 “멋진 연극에다 멋진 추억, 멋진 동기들과 멋진 선배들을 만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동기들과 무대 위에서 뒹굴며 흘렸던 땀방울의 양은 공연이 끝난 뒤 마주하는 텅빈 무대에서 모두 보상받을 수 있다는 반원들은 내성적인 성격과 서툰 표현력을 고치기엔 연극만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피정은, 장애리, 전미진 학생(2년)은 “6개월 동안 노력으로 연극 한편을 만들어 내고나면 나 자신이 한층 더 성숙해져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며 “언제 어디에서건 자신감 있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 같아 활기찬 학교생활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석 부장(3년)은 “공부하는 틈틈이 대사를 외우고 대본 속 인물에 자신만의 색을 입히느라 힘이 들지만 노대녕 선생님의 지도와 선배들의 가르침 속에 하루하루 발전하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즐기며 학과 공부에도 소홀하지 않는 멋진 ‘반쪽 얼굴들’의 올해 공연도 기대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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