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희생된 학생 성격 고쳐주며 봉사 결심 … "힘 닿는 데까지 활동 계속"

빵사랑나눔회 황연화  회장
"빵은 정확한 계량과 숙성 등 많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우리가 쉽게 사먹는 빵 하나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모릅니다. 빵 하나에 들어가는 시간은 대략 3시간에서 5시간 정도 되죠."

'빵사랑나눔회' 황연화(59) 회장의 첫 마디는 빵에 들어가는 엄청난 시간과 정성에 대한 '예찬론' 같았다.

황 회장은 궁중요리 자격증이 있어 원래 궁중요리학원을 차리려다 궁중요리 재료가 워낙 고급이다보니 수요가 적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로 다른 학원을 생각했다.

음악을 들으며 빵과 차를 곁들이는 것을 좋아한 황 회장은 카페 같은 업종도 고려했지만 뭔가 더 보람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제과제빵학원을 차리게 됐다. 통영에서 10년 가량 학원을 운영하던 황 회장은 거제로 건너와 10년 전 쯤 지금의 '거제제과제빵학원'을 차렸다.

어느덧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황 회장은 뭔가 보람된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가지고 있는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빵사랑나눔회'를 만들게 됐다.

황 회장은 "젊었을 때는 살기 바빴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고, 사회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들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활용해 이웃들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가지게 되는 보람은 엄청납니다. 작은 빵 하나에 불과하지만 빵을 받아들고 즐거워하는 이웃들의 모습을 볼 때면 봉사활동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다는 일종의 계시를 받게 되는 거죠.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라고 봉사단체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체는 결집이 잘 돼야 합니다. 저희 단체는 그 점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죠. 누가 어떤 일을 시키지 않더라도 회원 모두가 알아서 일을 나눠 처리합니다. 손발이 척척 맞는 셈이죠"라고 회원들 칭찬에 한창이다.

황 회장이 봉사라는 개념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다. 황 회장이 운영하는 학원 학생반 수강생이었는데, 장애가 조금 있는 이 친구는 학교폭력에 의해 말하는 것도 꺼리고 성격도 소심해져 있었다.

부모로부터 이 친구를 넘겨받은 황 회장은 '말도 잘 할 수 있고, 웃게 만들어주겠다'고 부모에게 약속을 했다. 왠지 그럴 자신이 들었다고 한다.

원래 3개월만 다니려던 그 친구는 1년을 계속 다녔고, 4개월로 접어들 때 처음으로 황 회장에게 인사도 하고 말문도 트였다고 한다. 이후 성격도 긍정적으로 바뀐 그 친구는 학교폭력이라는 '무서운 기억'을 떨쳐내고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됐단다.

황 회장은 "그 때 엄청 보람을 느꼈습니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봉사단체를 만들게됐습니다.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은 초년생 단체지만 회원들의 열의가 대단한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쳐나갈 겁니다. 꼭 지켜봐주세요"라고 웃어보였다.

작은 계기가 더 큰 활동으로 이어지게 된 황 회장의 스토리를 보며 이런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 보다 밝은 사회가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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