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계원 갈등 극복하고 공동체 구성, 자율관리어업 정착시켜 5년만에 소득 200% ↑
지속적인 자원 관리·경영 개선으로 '모두가 잘 사는 명품마을'로 '화려한 변신' 성공

▲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을 품에 안은 학동마을 전경

동부면에는 지형이 학이 비상하는 모습과 흡사해 학동(鶴洞)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에 위치한 전형적인 어촌마을인 학동마을은 흑진주몽돌해변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고, 풍부한 영양염류와 외해의 해수가 만나 전복과 멍게는 물론 고급 어종이 많이 잡히는 수산자원이 풍부한 황금어장이기도 하다.

이 학동마을에 최근 경사가 찾아들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제9회 자율관리어업 전국대회'에서 학동자율관리공동체(위원장 최정윤·이하 학동공동체)가 전국 1위인 최우수 공동체로 선정돼 단체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한 것.

학동공동체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전국 자율관리 공동체 924개소에 대한 평가결과를 토대로 지난 8월 압축한 최우수 후보군 5개 공동체에 포함됐으며, 이후 현장실사 등을 거쳐 최우수 공동체로 선정됐다.

이번 최우수 공동체 선정으로 학동공동체는 대통령 단체 표창과 함께 포상금 2억원을 받게 됐으며, 유럽 해외연수 등의 인센티브도 부여받는다.

▲ '학동 은멸치'라는 브랜드를 달고 판매되고 있는 학동멸치. 지금 멸치말리기 작업이 한창이다.

◇명품 어촌마을 조성 필요성 제기…어촌계원 간 갈등 슬기롭게 극복

학동마을은 마을어장 내에 주로 서식하는 전복, 멍게, 성게, 우뭇가사리, 미역 등을 특별한 관리없이 채취·판매했었다.

하지만 점차 자원이 감소해 마을 어장을 통한 어촌계의 소득이 거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고, 마을 어장의 생산성 회복의 필요성과 일부 어촌계원들의 공감대 형성으로 2006년 4월 자율관리공동체 구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자율공동체 관련 사업 추진에 따른 어업 규제와 자부담 증가로 마을 내부적으로 갈등이 증폭됐고, 고유가와 수산자원 감소 등 어려운 어업현실에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사업 추진에 따라 세대 간의 분쟁도 발생했다.

학동공동체 최정윤 위원장(45)은 "처음엔 반대 여론이 거셌다. 특히 평생을 전통적인 어업만으로 살아온 어르신들, 즉 기득권 층의 반발이 많았는데 사업이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기우에서였다.

그렇다고 무언가 대책도 없이 기존의 어업 형태를 유지하다가는 먼 미래는 물론이고 당장의 생계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사업을 하나씩 추진해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최 위원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마을회의를 개최하고 행정기관과의 면담을 통한 중재는 물론, 성공 사례 및 성공 가능성 등을 설명하며 갈등 해소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

또한 전국 각지의 우수 자율공동체를 벤치마킹하며, 이를 통해 실현 가능한 사업 아이템 구상으로 문제점 해결방안을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단한 노력 끝에 2006년 12월12일, 9개월여 만에 기존 학동어촌계를 없애고, 57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공동체를 탄생시키게 된다.

▲ 학동마을은 2007년 공동체 전환 이후 끊임없이 바다환경 개선사업에 매진해 청정해역을 일궈냈다. 사진 왼쪽부터 해양쓰레기 수거작업, 해삼·전복 종묘 방류, 불가사리 구제작업.

◇규약 제정 등 의식개혁운동 전개…꾸준한 바다 관리로 서식환경 '변모'

학동공동체는 가장 먼저 공동체 어업인의 잘못된 관행과 불법어업 추방을 위해 공동체 의식 개혁에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매월 1회 이상 자체 의식개혁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며, 선진 공동체의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어려운 여건에도 수차례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

이와 함께 어장관리·자원관리·경영개선 등을 포함한 학동공동체 자체 관리규약을 만들어 어장 환경 개선은 물론 소득 창출에도 힘을 쏟았다. 학동공동체는 어업자원의 산란 및 서식장 보존을 위해 철저하게 어장 관리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

매월 3회 이상 전 회원이 참가해 해안 청소 및 해적생물을 구제하고, 갯녹음이 심한 지역은 연 2회 바위 닦기를 하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공동 작업에 모든 회원이 참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불참 시 벌금을 징수한다는 조항도 규약에 삽입했다.

특히 깨끗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에만 해적생물 구제활동을 47회나 펼쳤으며, 불가사리 5톤, 성게 2톤, 해파리 8톤을 수거했다. 또 어장 청소에도 전 회원이 25차례나 참가해 각종 폐어구 8톤을 수거·처리했다.

▲ 학동마을은 숭어잡이를 할때 전통방식인 '숭어둘이'를 유지하고 있다. 학동자율관리공동체는 육수장망이라는 이 어업법을 학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어업자원 관리…비용절감 통한 이익 극대화로 경영개선

학동공동체 자율관리어업 초기에는 어자원 고갈로 힘들어진 경영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반발하거나 비협조적인 회원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끊임없는 설득과 솔선수범으로 체계적인 자원관리 토대가 만들어졌다.

학동공동체는 어장 휴식년제를 시행해 마을 어장 62.5ha 중 30%에 해당하는 18ha에 대해 어로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 또 자체 금지체장 규약을 만들었는데 전복 8cm· 해삼 10cm·숭어 35cm 이하는 잡지 않는다.

이는 현행 수산업법 보다 강화된 조항이다. 금지체장 규약과 함께 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 해녀 1인당 1일 해삼 20kg·전복 5kg 이내로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으며, 해삼·전복·어류 종묘를 지속적으로 방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용 절감 및 수급 조절을 통한 이익 극대화로 경영개선도 이뤄냈다.

학동공동체는 6억5000만원을 들여 정치망을 구입하고 멸치가공시설을 갖췄으며, 4억4000만원으로 8t 규모의 어선 2대 등 4척을 구입했다. 또 지난해에는 지역특산물로 '학동은멸치'를 자체 브랜드로 개발해 어가 소득을 증대시켰다.

학동공동체는 정치망과 육수장망(숭어들이라는 전통 숭어잡이) 운영과 양식물 채취 시 공동 생산과 판매 체제를 구축해 생산 금액의 90%는 공동 분배하고, 총 생산금액의 10%는 공동체 자체 적립금으로 적립했다.

2006년에 1800만원이던 공동체 평균소득은 지난해 3800만원으로 공동체 운영 5년만에 211%나 증가됐으며, 1인당 분배금도 500만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최고의 자율관리공동체로 '일신우일신'

학동공동체는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나은 자율관리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원 조성 및 어장 관리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바다목장과 연계한 전복·해삼·어류 등 방류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또 자원조성용 인공어초는 설치는 물론 수산업 관련 연중 일자리 창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관광과 수산업을 접목해 매년 3월 개최되는 고로쇠 축제 때는 수산물 직판장을 설치하고, 수산물 판매와 함께 수산물 시식회를 열고 있다.

5월에는 숭어 앤 봄꽃축제 행사에 맨손 숭어잡이, 숭어 시식 행사, 도자기 체험, 멸치 직판장 운영 등을 통해 학동공동체를 널리 알려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소홀하지 않아 매년 120만원 상당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기탁과 마을경로잔치도 펼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마을 주민 모두가 일궈낸 성과다. 모든 주민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전 회원이 힘을 합칠 것이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학동공동체가 전국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남수산기술사업소 거제사무소 고영신 자율관리공동체 담당은 "학동자율관리공동체는 최정윤 위원장의 강한 리더십과 회원 결속력 및 참여 의지가 강한 공동체로, 회원 상호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관리어업 활성화를 위해 의식 개혁에 앞장서왔다"며 "이번 대통령 표창은 자원과 어장 관리, 경영 개선, 아름다운 어촌 가꾸기, 어촌 관광 활성화, 공동어업 소득원 발굴 등 전국의 모든 공동체의 모범이 되는 우수한 공동체임을 입증한 쾌거"라고 말했다.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주민 소득과 한결 깨끗해진 학동 마을. 이 모든 게 주민들 모두의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합쳐지고,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값진 땀방울'로 이뤄낸 결과물이라 더욱 빛난다. 그 때문에 학동마을의 미래는 '더욱 높은 곳'으로 지금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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