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는 자연을 귀로는 전설을… '제5옥성호' 서정생 선장

"오늘 날씨가 억수로 좋네예~
인자부터 유람을 시작합니더~
단디 잡으~소."

장승포문화예술회관 앞에 위치한 유람선 선착장. 이곳에 가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람선 선착장에 몰려든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단체관광객에서부터 어린자녀와 함께한 가족, 팔짱을 낀 젊은 연인들이 매표소와 대기소에서 북적이며 출항시간을 기다린다.

대기소 바로 맞은편 선착장에는 새하얀 유람선들이 각각의 자태를 뽐낸다. 개찰구가 열리며 관광객들이 일제히 배에 몸을 싣는다. 출항할 유람선 이름은 제5옥성호. 배에 오르자 깨끗이 정리된 선실이 모두를 반겨준다.

출항 준비가 끝나자 서정생 선장이 키를 잡는다. 이윽고 출항을 알리는 고동소리가 울려퍼지고 유람선은 장승포항을 유유히 빠져나간다. 키를 잡고 있는 서 선장의 손에 마이크가 더해진다. 구수한 사투리에 사람 좋은 목소리가 선실을 가득 채운다.

"유람선에 타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안전에 대한 규칙을 하나하나 설명해 드릴테니 꼭 지켜주시면서 아름다운 거제의 자연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만에 하나 안전규칙을 어기는 승선객이 있다면 항해 도중에 유람선을 회항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안전을 강조하는 서 선장의 밉지않은 협박(?)에 승선객들이 기분 좋은 웃음으로 화답한다. 

파란 물결이 출렁이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유람선 뒤로 새하얀 포말이 자취를 남긴다. 기분 좋은 출렁임에 잠시 몸을 맡기다 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각종 기암괴석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있으면 어느새 서 선장의 감칠맛 나는 설명이 곁들여 진다. 각종 바위의 이름과 전해져 오는 전설 등에 대한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쉼없이 쏟아져 나온다

눈으로는 자연을 감상하면서 귀로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서 선장이 해안암벽으로 유람선을 가까이 대자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연신 터져 나온다. 유람선 왼쪽으로 동백섬 지심도의 모습이 아련히 멀어진다.

기기묘묘한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갈 때 쯤 서이말 등대가 수줍은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다소 딱딱해진 서 선장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관통한다.

"모두 자리에 앉아 주세요. 이곳은 파도가 심해 베테랑 유람선 선장이라고 해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곳입니다."

서 선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람선이 크게 요동을 친다. 유람선 창문으로 파도가 꿈틀대며 다가온다. 승객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다. 유람선이 기울어질 때마다 승선객들의 입에서도 다양한 외마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유능한 선장이 키를 잡고 있고, 엔진이 꺼지지 않는 배라면 웬만한 파도에는 침몰하지 않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집채만한 파도를 타고 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오늘은 그만한 파도가 없어 아쉽네요."

승선객을 진정시키며 자신만의 유머(?)를 가미한 서 선장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임이 진정된 유람선은 유유히 바다를 향해 씩씩한 엔진소리를 내뿜는다.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 위로 갈매기 몇 쌍이 넘실대는 파도를 아무렇지 않게 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외도보타니아에 가까워지자 많은 유람선들이 승선객들을 먼저 맞는다. 바다 위에 점점이 박혀 있는 모습이 하얀 조가비를 연상케 한다.

외도에 머무는 시간을 알려주며 이곳저곳과 무선연락을 하는 서 선장의 목소리가 분주하다. 유람선이 외도보타니아 선착장에 도착하자 승선객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과는 정반대로 서 선장은 비로소 키를 놓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외도보타니아를 둘러본 승선객이 유람선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배를 선착장으로 가져가는 서 선장. 이윽고 기다리던 관광객들이 배에 오른다.

유람선은 마지막 목적지인 거제해금강으로 뱃머리를 돌린다. 저 멀리 바람의 언덕이 소담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또 다시 각종 기암괴석들이 승선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덩달아 서 선장의 목소리도 빨라진다. 해금강에 도착하자 잠시 뜸했던 카메라 셔터소리가 파도소리를 뚫고 귓가에 울린다. 서 선장도 멋진 풍광이 펼쳐진 곳에서는 유람선을 천천히 몰며 승선객들의 기대에 화답한다.

승선객들이 비바람과 파도가 빗어낸 신비한 형상에 눈을 떼지 못한 바로 그 순간, 유람선을 수족과 같이 다루는 서 선장의 기술이 해금강 앞바다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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