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새로운 희망과 감동…실버들의 음악동아리 '실버하모니'

"998834 하자!"

무슨 뜻일까? 998834하자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3~4일 만에 죽자'라는 뜻이란다.

거제지역 노인들로 구성된 중창단 실버하모니(회장 양성령)가 '모토'로 삼고 있는 말이면서 실천하고 있는 삶이다. 실버하모니는 거제사회복지관에 있는 음악동아리다. 70대 노인 12명으로 구성된 이 중창단은 자신들보다 더 외롭고 아픈 사람들을 찾아가 음악으로 위안을 주고 있다.

그래서 주로 부르는 노래도 '별난 사람' '사내' '사는동안' 등 대중가요다. 먼저 자신들이 즐겨야 관객에게도 즐거움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공연곡을 대중가요로 정했단다.

구성원 중에는 암 판정을 받은 노인도 여럿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아갈 실버하모니 단원들을 통해, 우리 지역사회의 새로운 희망과 감동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건강 100세 시대 '활력 바이러스'

그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노인들의 작은 모임에서 실버하모니가 구성된 건 지난해 8월. 양성령 회장과 박난곡 총무가 의기투합해 노래를 배우면서 동시에 공연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팀으로 만들었다.

박난곡 총무는 "처음 노래공연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우리는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았었다"며 당시의 막연함을 토로했다.

시골동네에서 저마다 '우리동네 가수' 또는 '누구며느리 노래 참 잘해'라는 말은 들어온 터지만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아본 이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음계를 아는 사람도, 악보를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새로운 노래를 익히는 방법이라는 것이 듣고, 흥얼거리고, 외워서 부르는 식이 고작이었던 것이다.

답답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훌륭한 선생님을 모시는 것. 박 총무는 주변을 수소문 했고, 실버하모니의 이 같은 사연을 듣고 흔쾌히 단장을 맡아준 사람이 옥포 주민자치센터에서 기타수업 강사로 활동중인 김도연(49) 단장이었다.

60∼70대 실버하모니 구성원들의 스승이 된 40대 김도연 단장은 "총무님께서 처음 찾아와 무작정 가르쳐달라고 했을 때는 사실 당황스러웠다"면서도 "실버하모니의 좋은 뜻을 듣고 동참하고 싶어 노래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단장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

"연세들이 많으시니까 하나 알려드리면 돌아서서 잊으시고, 오늘 하나 알려드리면 지난번 교육내용 까먹고…. '아, 이거 장난이 아니다' 싶었다"며 수업을 시작했을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단원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이재희(77) 할아버지와 '막내'격인 정경선(62) 할머니는 암 판정을 받고 투병중인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김 단장이 실버하모니에 내린 특단의 조치는 '악보를 읽다'였다. 노인들에게 기본음계를 포함해 '높은음자리표'부터 '스타카토' 등 음악기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음악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노인들에게 수업이 쉬울리가 없었지만, 실버하모니에게는 신기할만큼 새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단다.

악보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수업 진도도 착착 나갔다. 현재는 실버하모니의 공연 레퍼토리가 30여가지에 이른다. 칠순이 넘은 노인들이 다양한 노래와 율동을 외우고 배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버하모니는 일주일에 두 번 모여 연습을 한다. 연습량이 많아 힘들지 않느냐 물었더니 오히려 실버하모니 활동을 하면서 더 건강해졌다는 답변이 쏟아졌다. 공연으로 봉사활동을 한지는 6개월정도 밖에 안됐지만, 실버하모니는 벌써 10여차례가 넘는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지난 연말에 한 요양병원에 공연을 하러 갔었는데 마침 병원에서 일년에 한 번 여는 생일잔치를 하는 날이었다. 롤케이크와 야쿠르트를 준비해 가서 하트모양으로 장식하고 축하를 해줬는데 너무나 좋아하셨다. 그때는 나도 가슴이 뭉클했다."

최근의 공연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양성령 회장의 전한 말이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는 "998834 하세요"라고 인사를 대신했다.

실버하모니 팀원들은 파이팅으로 화답한다. 소외되고 그늘진 곳을 찾아 노래로 '활력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실버하모니. 고령화시대, 그러나 건강 100세시대, 젊고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는 해답을 실버하모니가 실천적 봉사활동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 실버하모니 가입 문의 : 박난곡(총무) 010-2853-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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