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위해 앞만 보고 질주…거제 여성택시기사 1호 채선옥

남편·자녀 1년여간 설득…친정 어머니 모시기 위해 82년 택시회사에 '첫발'
동료들의 텃세·취객들의 횡포·어린 손님 폭언 견디며 묵묵히 '한길'만 걸어

▲ 채선옥씨는 거제 여성택시기사 1호다. 회사택시를 몬지 13년만에 남자들도 받기 힘들다는 개인택시를 받았다. 운전대를 잡은 후 단 한 번도 사고를 내지않은 '무사고' 경력과 성실함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1982년 12월 1일은 거제 택시업계에 아주 특별한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바로 거제 여성택시기사 1호, 채선옥(62) 씨의 등장이었다.

하루 24시간을 풀(pull)로 일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이었지만, 당시 거제는 물론 전체 택시업계가 철저하게 '남자들만의 그라운드'였다.

남자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택시업계에서 30년간 일하며 여성택시업계의 대모가 된 채선옥 씨가 택시 운전기사로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뜻밖에도 '친정어머니'가 그 이유였다.

"친정에는 아들이 없었어요. 그래서 시집을 가더라도 꼭 친정 엄마를 모셔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시절이 시절인 만큼 시댁에서 좋아할 리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6남매의 맏며느리인데 말입니다.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남편 도움을 받지 않고 제가 벌어 친정엄마를 부양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남편과 자녀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뭐 아쉬울 게 있다고 그 힘든 택시를 하느냐는 게 반대의 이유였다.

하지만 채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꼬박 1년을 설득해 드디어 82년 택시회사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택시회사에 취업을 했지만 난관은 또다시 시작됐다. 동료 택시기사들의 텃세였다. 그야말로 남자들만 득실득실한 세상에서 채선옥씨의 등장은 껄끄러움 그 자체였다.

채씨는 그러나 특유의 근성으로 그런 시선들을 견뎌냈다. 처음에는 얼마 버티지 못할 거라고 호언장담 하던 남자기사들이 아픔과 고충을 공유하는 동료가 됐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묵묵히 한 길을 걸은 채씨의 노력이 있어야 했다.

거제에서 40년간 택시운전을 했다는 이길우(64) 씨는 채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까지나 운전대를 잡고싶다는 채선옥씨.
"나보다 나이가 어리니까 존경이라는 말은 못하겠고... 대단한 사람이지요. 왠만한 남자들은 거뜬히 이기고도 남았습니다. 성실하고 근성이 있지요. 그러니 남자기사들도 받기 힘들다는 개인택시를 10여년 만에 받은 거 아니겠습니까?"

채씨는 택시를 몬지 13년만인 1995년 개인택시를 받을 수 있었다. 때론 취객들의 횡포를, 때론 까마득히 어린 손님의 폭언을 견디면서 묵묵히 한 길을 걸었던 결과였다.

"너무 좋아서 꿈꾸는 것 같았어요. 눈물이 났지요. 다른 생각 않고 묵묵히 한 길을 걸었던 나의 인생이 상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택시를 받고 나자 벌이도, 생활도 훨씬 나아졌다. 우선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이 없어졌고, 출퇴근 시간도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채씨는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침 7시 출근 규칙을 철저하게 지킨다고 한다. 성실함과 근성은 채씨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고 그 엔진은 지금도 건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겠다는 채선옥 기사. 그에게 택시는 친정어머니를 부양하는 힘이었고, 아이들을 공부시킬 수 있는 소중한 일터였다.

"힘든 세상이지요. 하지만 옆도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질주해 보세요, 반드시 성공은 옵니다."

거제 택시업계의 대모 채선옥씨가 걸어온 30년간의 행보는 지금도 파란불을 밝히며 달리는 택시 바퀴처럼, 활기 넘치면서도 당찬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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