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사과 촉구 '정의의 인간띠 잇기'

거제시민 등 1,000명 참여…통영 강구안에서 '희망의 촛불' 밝혀
"인권·명예 회복 꼭 회복"…일본 정부 공식사과·법적 배상 촉구

"일본 정부로부터 사죄만 받으면 나는 춤을 추겠다. 과거를 생각하면 눈물밖에 안 난다. 씹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단 한 번만이라도 살아생전 사죄만 받으면 좋겠다. 그것밖에 없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대표 송도자)'이 지난 14일 마련한 '정의의 인간띠 잇기' 행사에 참석한 아흔 네 살 김복득 할머니의 절규다.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 끌려가 지옥 같은 생활을 겪어야 했던 김 할머니는 노구를 이끌고 이날 행사에 참석,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이날 저녁 통영시 강구안에서 열린 '1,000번의 외침, 통영거제시민 정의의 인간띠 잇기' 행사에는 김 할머니를 비롯해 거제와 통영시민 1,000명이 참석해 희망마당이 됐다.

초등학생까지 함께한 인간띠 잇기 행사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미리 만들어 온 1인 현수막을 두르고 강구안 해변을 따라 연결하는 거대한 인간띠를 형성한 채 희망의 촛불을 밝혔다.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과요구 집회 1,000회를 기념해 마련된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와 함께 법적 배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한국과 일본 정부는 피해자가 한명이라도 더 살아있는 동안 인권과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사가 열린 통영 강구안은 일제시대 거제와 통영지역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곳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거제·통영지역 유일한 생존자 '김복득 할머니'

소녀 시절에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었다. 전국 80여명의 위안부 할머니 중 거제 통영 지역에는 김복득 할머니 혼자 생존해 있다.

90평생을 눈물로 살아왔지만 지금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김 할머니는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가 아니라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강구안에서 마련된 평화인권문화제에도 참석한 김복득 할머니는 일본군의 만행을 생생히 증언한 뒤,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 바 있다.

통영 강구안은?

강구안이란 개울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입구라는 뜻이다. 통영 강구안은 작은 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지만, 조용하고 한가로운 바닷가의 아담한 항구다.

공식 항구명은 통영항이지만,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항구에게 붙여진 이름이 바로 '동양의 나폴리'다.하지만 강구안은 통한의 역사를 품고 있다. 거제와 통영지역 소녀들이 이 강구안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것이다.

강구안에는 현재 통영의 명물인 충무김밥 집과 선술집이 몰려 있고, 문화마당과 남망산 조각공원 등 문화공간도 함께 어우르고 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승전 역사를 간직한 이곳 초입에는 거북선과 판옥선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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