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재 하청노동자 조직위 의장

(변광룡의 거제사람 이야기)

하청 노동자 대부분 자기 권리 못찾아
회사 탄압 때문에 노동조합 결성 안돼
사내 하청 현실 고발 위해 철탑에 올라

- 88일이라는 장기간 동안 철탑농성을 벌였다.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떤가?

△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는데 괜찮은 상태다. 대우병원에서 검사를 해봤는데 크게 이상은 없었다. 다만 눈이 많이 안 좋아진 것 같다. 그 외에는 크게 이상이 없다.

- 거의 3개월이다. 힘들었을 텐데….

△ 철탑에 오른 이유가 회사에 대한 일종의 항변이었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인원이 정규직 근로자들보다 더 많다. 똑같은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임금 차별을 받는다. 대부분의 하청 노동자들은 사는게 바쁘다 보니 자기 권리를 못 찾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탄압 때문이다. 그런 분노가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됐다.

- 위장 폐업 부당성을 알리고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계속 해 나갈 것인가?

△ 조선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은 제도·조직적으로 권리를 보장받지만 비정규직은 그에 비하면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은 정부와 자본가가 남는 이윤을 고루 분배하며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구조로 나아가지 않는다.

때문에 노동조합이 있어야 하고 노동자가 단결해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다. 법으로는 보장하면서도 부당노동행위 등을 예사로 자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 둘 수가 없다.

- 복직 문제보다 비정규직 현실 고발에 방점이 찍혔다면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호응이 더욱 컸을거라는 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 투쟁의 목표는 사내 하청 현실 고발과 복직 두 가지였다. 해고 후 2년간 조직화 사업에 치중을 해왔다. 그 동안 복직 문제는 구체적으로 거론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운동도 생계문제에 걸리니 힘이 들었다. 그리고 2년 정도 현장에서 떠나있다 보니 감각도 많이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투쟁의 목표를 그렇게 잡은 것이다. 단순 복직이 아니라 해고 과정 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투쟁을 중단하기로 결심을 한 계기가 있나?

△ 모든게 명확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봤다. 내년 12월말까지 동일 업계 복직을 합의했다. 파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더 버틸 의지는 있었다. 그러나 운동은 혼자 하는게 아니지 않는가? 계속 운동하기 위해 농성을 중단키로 한 것이다.

대우조선노동조합과 금속노조, 민주노총 등도 중단을 권고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고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복직 등 합의 서류의 서명도 원청사가 아니라 사내 협력사 협의회 대표가 했다.

- 복직합의를 했다지만 이후 활동에 제약이 많을 것 아닌가?

△ 그런 부분은 충분히 생각하고 있다. 예전부터도 그래왔다. 감시가 심하겠지만 활동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점들이 투쟁 과정에서 많이 비춰졌다. 향후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결합할까 하는 부분이 관건이다.

- 편하게 살 수도 있을텐데…. 집에서도 걱정이 많을테고 계속 노동운동을 해 나간다면 힘든 여정이 예상되는데….

△ 삶의 방식이고 철학이다. 전체가 나아질 때 내 생활도 같이 나아지는 게 옳다. 누군가의 희생은 필요하다. 역경 없이 이루어지는 삶은 없다. 그동안도 힘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행복했고, 의미있는 일이었으며, 보람된 일이었다. 보람있는 삶을 사는게 올바른 삶이라고 생각한다.

-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과 투쟁에 대해 여론은 형성되어 있는것 같다. 내 일, 내 아들의 일, 내 부모의 일, 내 형제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 대우조선노동조합과 회사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조는 비정규직 문제에 진정성을 가지고 활동을 했으면 한다. 그간 형식적·선언적으로 접근한 경향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같은 노동자라는 인식의 전환과 실천이 있었으면 한다. 노조가 비정규직의 진정한 울타리가 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같이 할 수 있는 건 같이 의논하고 협의하고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회사는 나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과 삶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전향적으로 대우해 주었으면 한다. 생산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지금 같은 탄압 방식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도 신의 성실의 자세로 꼭 지켜 주길 바란다.

지난 7일 88일간의 농성을 벌였던 철탑 아래에서 강병재 의장이 변광룡 국장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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