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공동구매에 대한 불편한 진실

교복 공동구매 추진 일정 조급하게 잡아 브랜드 업체 참여 '불가'
'값싼 공급' 취지 무색…동·하복 동시주문 등 구매시스템 개선 필요

거제지역교복공동구매추진연합회(이하 공동구매추진연)가 동복에 이어 하복공동구매를 추진했다.

이번 하복공동구매에는 거제지역 27개 중·고교중 14개가 참여했다. 하복을 5만5,000원에서 6만원 가격으로 학생들에게 공급하는것으로 결정됐다. 브랜드 하복 가격이 9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면에서 일단은 큰 성과를 낸 것 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과 불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브랜드 업체들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배경은 또 무엇일까?

양질의 교복을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이 만족하게 하며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표면상 성공적으로 보이는 거제교복공동구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이 절로 간다.

▲ 거제지역 교복 공동구매추진연합회가 동복에 이어 하복도 공동구매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진행된 공개입찰에 브랜드 업체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단독 입찰한 '프리패스'가 그대로 공동구매 업체로 선정됐고, 추진 과정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입찰업체 '프리패스' 단 하나, 브랜드 업체들 외면해

거제지역교복공동구매추진연합회는 지난달 14일 교복공동구매를 희망하는 지역 내 14개 학교를 소집, 공동대표 3인과 실무단을 꾸렸다.

16일에는 지역교복업체대표들과 간담회를 통해 교복공동구매 사실과 입찰 참여를 촉구했다. 하지만 입찰결과는 냉담했다.

중저가 브랜드인 '프리패스' 한 업체만이 입찰에 응한 것. '경쟁입찰'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단독 입찰했던 프리패스는 그대로 거제공동구매업체로 선정됐고 하복가격은 5만5,000원에서 6만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경쟁입찰에 아이비클럽, 스쿨룩스, 엘리트, 스마트 등 브랜드 교복업체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경쟁을 통한 양질의 교복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공동구매의 근본취지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다.

◇조급한 공동구매추진 일정, 브랜드 업체 참여 불가능

문제는 브랜드 업체가 참여할 수 없는 공동구매 추진 일정을 밀어붙인 추진위측의 '조급주의'였다.

브랜드 교복업체 한 대표는 "브랜드 업체는 본사의 제작 일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복의 경우 본사 일정상 늦어도 3월 15일까지 납품 계약서가 들어가야 한다. 정확한 수량 파악은 당연히 그 전에 끝나야 한다. 재발주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위험부담을 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공동구매추진연은 지난달 16일 처음으로 지역교복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교복공동구매사실을 공지했다. 3월 중순 납품 주문이 들어가는 본사 일정상 입찰시한 4월 16일은 브랜드 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발주가 끝나버린 상황인 것.

입찰에 참여할 의사가 있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정상의 차질이 빚어졌을까?

◇학교·운영위·구매추진위 '엇박자', 업무 공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정을 맞추고 싶지만 학교 측과 업무 공조가 이뤄지지 않는 한 힘들다는게 공동구매추진연측의 입장이다. 통상 각 학교운영위원회는 3월말 임기가 끝나며 새 운영위원회는 4월 초 소집된다.

임기가 끝나가는 운영위는 교복공동구매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고 새롭게 소집된 운영위 대표와 공동구매추진연이 공동구매일정을 맞추다 보니 일정상 브랜드 업체가 참여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동구매추진연 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학교장의 의지가 필요하다. 학교운영위가 나설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학교 측의 의지를 기본으로 학교운영위와 공동구매추진위의 업무 공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복구입은 개인의 자율적인 문제며 공동구매를 학교에서 하라 마라 했다가 쓸데없는 오해를 받기 싫다는 게 솔직한 속내다. 모 중학교 공동구매 담당 교사는 "괜히 학교에서 공동구매 추진 분위기를 조성했다가는 바로 학부모로부터 왜 교복구입을 강요하느냐는 항의가 들어온다.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브랜드업체 참여 이끌어내야, 대안은 '동·하복 동시 주문'

단독입찰로 이루어지는 현 거제지역의 교복공동구매 시스템으로는 '양질의 교복을 저렴하게 학생들에게 제공하자'는 교복공동구매의 가장 기본적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교복공동구매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한 학부모는 "브랜드들이 다 빠진 공동구매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프리패스가 가격이 저렴하긴 하지만 아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브랜드 교복을 사 입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하복공동구매 참여 의사를 밝힌 한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참여 의사를 파악한 결과 전교생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만이 하복공동구매를 하겠다고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복 공동구매 희망학교를 모집할 때 하복도 동시에 하면 된다. 그럼 대략적인 주문 수량이 발주전 파악될 것이고 브랜드 업체들도 기꺼이 공동구매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4일 열린 교복업체 대표 간담회에서 대표들은 일정만 맞춰진다면 교복공동구매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동구매추진연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이니만큼 시스템 정착에 시행착오를 거치는 중이다. 다음 교복공동구매 추진 때는 동·하복 동시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양질의 교복을 값싸게 제공하겠다는 교복공동구매가 취지는 망각된 채 조급한 성과주의로 흐르면서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힘들지만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진정 만족할 수 있는 교복 공동구매 제도를 정착시켜가야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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