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최고야-17]사등면 성포마을

육상교통 발달하기 전까지 거제 해상교통 관문 역할…만남과 이별 장소로 '번창'
성포 해넘이, 깜짝 놀랄만큼 매혹적…주민 자긍심 대단, 화합·단결 '상상을 초월'

▲ 성포마을. 육상 교통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해상교통의 거제 관문 역할을 하며 꽤나 번창했었다. 하지만 곳곳에 다리가 놓이면서 지금은 해상교통이 아예 사라지며 그 화려했던 명성은 추억거리가 되고 있다. 지금도 성포항 선착장 주위에는 자연산 회만을 고집하는 횟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사진 맨 오른쪽에 보이는 향우다방은 1960년대에 지어졌다고 하니 성포 역사의 산 증인인 셈이다.

"예전에는 휘황찬란했지. 여기가 거제의 관문이었다 아이가. 이제는 다리가 놓이고 육상교통이 편해져 뱃길이 끊겼지만 과거에는 대단했던 곳이지."

아름다운 항구.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고 있지만 이곳도 그에 못지 않다.

어선들이 줄지어 서 있는 위로 때마침 하얀 갈매기 한 마리가 예사롭지 않는 비행을 하고 있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평온하면서도 아름답다.

바로 성포마을(이장 김성진) 이야기다. 김성진 이장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어떤 말이 필요하겠나.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지 않느냐"며 잠시 흥분된 어조로 마을 자랑을 한다.

성포마을은 사등면사무소 소재지가 있는 마을이다. 성포마을은 거제의 면 단위 마을 중에서 제법 큰 편에 속한다. 355세대에 850여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어업에 종사하는 일부 주민을 제외하면 상업에 종사하는 주민과 조선소 근로자가 6:4 정도의 비율이다.

성포마을은 마을 뒤 성포중학교 앞산 정상에 성이 있는데 이 성이 있는 포구라 하여 성포(城浦)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성포마을은 원래 해상교통의 요충지로 어업과 상업이 발달해 많은 승객들이 붐비는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육상교통의 발달로 뱃길이 끊겨 지금은 한적한 마을이 되었다.

예전에는 마을과 마주보고 있는 가조도와의 사이로 부산과 마산, 통영, 여수로 다니던 뱃길의 관문이었다.

부산에서 성포를 지나 통영, 남해, 여수로 가는 뱃길에는 금양호, 복운호, 한양호, 천신호, 갑성호, 경복호가 밤낮으로 다녔으며, 마산으로는 천신호, 대창호, 신천호, 동일호가 운항을 했다.

▲ 성포항에서 바라보이는 노루섬. 이곳으로 넘어가는 일몰은 가히 예술적이다. 성포항에서 바라봐도 좋지만 연육교에서 조망하면 또다른 감탄사를 자아내게 된다.

성포항은 부산과 여수, 마산 등지의 중간 승·하선지로 사람들이 북적댔으며, 선창가에는 음식점과 술집을 비롯해 작은 도시처럼 번성했었다.

1971년 거제대교가 개통되고 육상교통이 발달하면서 해상교통은 차츰 줄어들기 시작해 1990년 이후에는 엔젤호를 마지막으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었다.

성포항은 여객선에 오르내리는 손님들로 넘쳤고, 만남과 이별의 장소로 많은 애환이 묻어있는 곳이다.

김 이장은 "예전 성포항은 여객선이 북적댈 정도로 번창했었다. 선창가 다방과 술집은 지인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넘쳤고, 말 그대로 사람 사는 정과 멋이 있었다. 사회 변화에 이끌려 예전 모습을 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주민들은 그 당시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지금도 다방이 한 군데 있다. 향우다방인데 1960년 경에 생겼다니 성포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마시는 도라지 위스키 한 잔은 지금도 성포의 빼놓을 수 없는 추억거리로 남아 있다.

성포마을은 자연산 회가 유명하지만 성포김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예전에 배가 성포항을 경유할 때 승객들을 상대로 상인들이 배에 올라 장사를 했는데, 당시 통영 아주머니들이 권현망에서 생산되는 호르기와 가조도 무를 반찬으로 김밥을 말아 승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며 장사를 했다. 여객선 선상에서 팔던 것이 시초라고 한다.

▲ 성포와 가조도를 잇는 연육교. 성포마을의 또다른 볼거리다.

회와 김밥 외에도 성포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일몰이다. 거제에는 명승지 대부분이 동쪽에 있어 알려진 해넘이 명소가 없다.

하지만 성포의 일몰은 깜짝 놀랄 만큼 매혹적이다. 해가 서쪽 능선으로 넘어갈 때쯤이면 등대와 방파제, 그리고 성포만의 바다가 온통 핏빛으로 물든다.

김 이장은 일몰을 보고 있으면 절로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예전의 그 화려함은 사라졌지만 사등면의 중심지로써 주민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규모가 큰 마을인데도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게 김 이장의 설명이다.

경남도의 아름다운 항 건설 사업의 1순위로 정해져있는 만큼 성포마을은 지금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여 개의 횟집은 예전의 명성을 꿈꾸며 오늘도 자연산 회 한 접시에 온정을 가득 담는다.

상업이 주류인 성포마을. 아름답고 화려했던 항구의 모습을 되찾아 빼놓을 수 없는 거제의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주민들과의 대화속에서 현안 찾아 1만평 매립, 신시가지 조성 시급"
윤병춘 사등면장

"면장실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주민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각종 현안들이 나오며, 해결책도 찾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찾아주시는데, 서로 마주하며 차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감있고 아주 좋습니다."

윤병춘 사등면장은 주민들과의 만남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면적이 넓고 주민수가 많다보니 많은 만남을 통해 의견을 접수하고 각종 사업 등을 구상한다고.

특히 직업군이 다양하다보니 주민들의 요구가 다양해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윤 면장은 주민자치위원회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옥포1·2동과 아주, 능포동 지역은 잘 돼 있다. 요가와 노래교실 등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윤 면장은 성포에 신시가지가 형성돼야 하는데 공간이 없는 점을 아쉬워 했다. 때문에 윤 면장은 면사무소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지석에 이르는 곳 1만여평을 매립, 농수산물 유통센터와 회센터를 만드는 것을 구상하고 있고 이를 권민호 시장에게 건의를 해놓은 상태다.

윤 면장은 읍 승격도 거론했다. 두동과 사곡에 아파트 2,300세대가 들어설 예정이고, 특히 사곡의 경우 고현으로의 접근성이 좋아 이후 대단위 아파트 유입 가능성은 충분해 당장 2∼3년 후면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것.

이와 함께 윤 면장은 사등면 곳곳에 석양을 볼 수 있는 공간 등 휴식공간을 확충, 자연산 횟집과 함께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윤 면장은 직원들의 근무 태도에도 이만저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아니었다.

윤 면장은 "동 지역에 있다 면 지역으로 와보니 직원들이 굳어 있는 부분이 있더라. 면민이 최고라는 자세로 내집처럼 편안한 면사무소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불만과 불친절은 절대 안된다. 일을 미루면 안되고, 특히 되던 안되던 빨리 회신을 해주어야 행정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는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래서인지 사등면사무소를 찾는 주민들의 표정이 밝아보였다.

"상업 위주의 생활…명품 관광지로 조성돼야 생활 윤택"
김성진 성포마을 이장
▲ 김성진 성포마을 이장이 성포항 선착장에서 성포마을의 최대 볼거리인 일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김성진 성포마을 이장(57)은 인상부터 푸근하다. 말 그대로 이웃집 인심 좋은 아저씨 모습 그대로다. 김 이장은 약주를 즐겨하신다고 한다. 성포 앞바다의 맛있는 자연산 회 때문인 모양이다.

김 이장은 "지금도 성포에는 낚시꾼들이 많이 온다. 거제의 회가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지만 성포의 회만큼 맛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어자원 고갈로 어업이 쇠퇴하면서 성포마을은 상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많다. 때문에 관광객이 많이 찾아야 주민들의 생활이 풍족해 질 수 있다.

성포항을 중심으로 성포마을이 명품 관광지로 조성돼야 하는 이유다.

성포마을에는 곧 명품 산책로가 조성될 예정이다. 성포마을 입구에서 하사근 마을에 이르는 구간에 산책로가 올해 만들어진다.

아울러 내년에 착공될 경남도 아름다운 항 건설 사업까지 더해지면 성포마을은 먹거리와 볼거리가 완벽하게 갖춰지게 되는 셈이다.

김 이장은 문화시설도 필요하다고 했다. 성포항을 중심으로 야간 음악회 등을 열 수 있는 공간이 갖춰져야 다양한 관광 테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핏빛으로 물드는 명품 일몰을 바라보며 근사한 클래식 연주를 듣는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김 이장은 "거제를 찾는 관광객들이 성포의 일몰을 보고 가지 않는다면 이는 거제 관광을 했다고 할 수 없다"며 성포마을 일몰을 강력히 추천했다.

자연산 회와 일몰…. 김 이장은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워지는 곳이 성포마을이라고 했다. 김 이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눈과 입은 물론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성포마을에 다시 와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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