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최고야⑭]연초면 천곡마을

물 좋고 인심 좋은 거제의 대표적 곡창지대…공원묘지 조성되면서 '무서운 동네'로 오인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주민들 피해 '상당'…소박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에 포근함 느껴져

▲ 천곡마을 아랫동네인 하천마을. 적은 세대지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정겹다. 길가 논 앞에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때문에 마을에서는 각종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 오른편으로 쌀농사 준비를 위해 분주한 농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기사님 천곡마을 가입시더∼."
"어데예? 천곡예? 에이, 안갈랍니더∼. 그 동네는 언제 귀신이 튀어나올지 몰라 무서워예."
"버스도 끊기고 저는 집에 우찌 가라고예?"
"그럼 송정초등학교 위까지만 태워드릴게예. 거기서부터 살살 걸어가이소!"

지난 7일 연초면사무소에서 만난 윤치원 천곡마을 이장의 얘기를 듣고 가상으로 꾸며본 얘기다. 가상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럴 정도로 천곡마을은 '무서운 동네'로 낙인 찍혀 있다.

천곡(泉谷)마을은 이름 그대로 샘이 깊은 골짜기다. 때문에 예전에는 새미실, 샘실, 참새미라고 불렀다고 한다. 천곡마을은 윗마을인 상천, 아랫마을인 하천, 그리고 중간에 있는 주령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거제에서도 제일 높은 산촌의 산등성이 마을인데도 물이 풍부한 곳으로 유명했다.

천곡마을은 70여 세대에 160명 가량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예전부터 토질이 좋고 물이 좋아 여기서 생산되는 쌀이 유명하며, 현재도 주민 대부분은 소규모 쌀농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천곡마을에서 생산되는 쌀은 다른 지역의 쌀보다도 품질이 우수해 수매가가 높게 책정된다고 한다.

▲ 천곡마을에 들어서 있는 충해공원묘지. 지난 1972년 대우조선이 들어서면서 이곳에 조성되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원묘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적잖은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야간에 반짝이는 조화들 때문에 무섭다는 사람들이 많아 조화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천곡마을은 현재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때문에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윤 이장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전에는 고현보다 땅값이 비쌌다. 땅이 비옥하고 형세도 뛰어나 천혜의 곡창지대였고 황금땅이었다"며 "당시 전봇대를 설치하러 온 사람들이 천곡마을의 토질을 보고 감탄을 했을 정도로 훌륭한 땅이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 모든 주민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윤 이장은 "자기 땅을 가진 사람이 오래된 낡은 집을 보수하고 신축하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하지 못한다. 증축·개축 허가가 아예 나지 않는다. 지금도 옛날 화장실을 그대로 사용하는 집이 많다"며 하소연 했다.

상수원보호구역 전면 해제는 어렵더라도 공업용수로의 전환을 통해 건축 제약을 어느 정도 풀어줘야 주민들이 최소한 누릴 수 있는 문화적인 혜택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이장은 규제 완화를 통해 전통 탁주를 만들어 팔 수 있는 시설도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벼농사를 주로 하는 주민들의 수익도 어느 정도 창출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씻었으면 하는 소박한 꿈인 셈이다.

천곡마을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이뿐만 아니다. 바로 공원묘지가 조성되어 있어 마을 전체가 마치 공원묘지에 둘러쌓여 있는 것처럼 대부분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해공원묘지는 1972년에 들어섰다.

여기에 조성된 이유는 옥포에 대우조선(당시 대한조선공사)가 들어오면서 그 주위에 있는 묘지를 이설하기 위해 장소를 찾던 중 이곳이 옥포와 가깝다는 이유에서였다.

천곡마을주민들의 양보로 많은 거제시민들이 큰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이다. 윤 이장은 이런 안 좋은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 천곡마을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있어 건물 증·개축에 제약을 받고 있다. 때문에 사진과 같은 재래식 화장실을 마을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윤 이장은 "공원묘지 주변으로 매실나무를 심어 미관을 조금이라도 평온하고 아름답게 꾸며볼 계획을 갖고 있다. 이제는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어 공존공생하는 사회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산골짜기에 공원묘지… 그리고 때때로 습격하는 멧돼지들…. 물 좋고 인심 좋고 사람 살기 좋았던 천곡마을 이미지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색되어 있었다.

공원묘지를 지나 둘러보는 천곡 3개 마을은 아늑하고 따뜻했던 기자의 외갓집 모습이 절로 떠올라 잠시나마 추억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때마침 쌀농사를 위해 논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평온한 마음을 찾을 수 있었다. 괜한 오해로 인해, 그리고 각종 규제로 인해 '문화적 소외'를 받았을 주민들 생각에 괜히 송구스러워졌다.

2∼3년전에 만들어진 아스콘 도로를 보며 한 윤 이장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꽂혔다.

"죽은 사람을 위한 길도 만들어주는데 산 사람을 위한 길 만드는게 그렇게 어렵나?"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무거우면서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택시 기사들도 무서워한다. 우리 마을은 공동묘지가 있는 무서운 곳으로 시민들에게 인식되어져 버렸다. 물 좋고 인심 좋은 마을이 어떻게 그런 오명을 쓰게 됐는지…."

윤치원 천곡마을 이장(69)은 마을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해 누구보다도 안타까워 했다. 예전에는 비옥했던 곡창지대였지만 마을 중심에 충해공원묘지가 들어서면서 무서운 동네로 전락해버렸다는 것.

윤 이장은 "밤에 택시기사들이 천곡마을 가자고 그러면 꺼린다. 고지대에 위치한 구불구불한 길 때문도 그렇겠지만 아무래도 공원묘지 때문인 것 같다"고 넋두리를 했다. 그러면서 윤 이장은 조화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

"묘지에 있는 형형색색의 조화들이 낮에 보면 알록달록 예쁘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밤이면 반짝거리는 형상이 정말 소름끼친다. 환경 오염 문제도 동반되기 때문에 가급적 조화를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윤 이장은 상수원보호구역 조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윤 이장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보니 집을 조금만 증·개축하려고 해도 법에 걸린다. 전면 해제는 아니더라도 공업용수로라도 전환을 해주면 주민들이 집은 고쳐서 살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윤 이장은 또 멧돼지 등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가 많다고 했다. 주로 가을에 죽순을 파 먹으러 집 마당까지 침입한다고 한다. 개체수를 줄일 수 있게 마을에 피해 있을 때는 수시로 수렵 허가를 내 줄 것을 희망했다.

"면민들의 행복추구권은 누구도 막지 못하는 권리다."

제원섭 연초면장의 말 한마디가 귀에 그대로 박힌다. 정년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아서인지 제 면장은 면민의 복지와 문화 부분 향상에 상당한 힘을 쏟고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버스터미널 이전 부지 재용역과 관련해 제 면장의 입장은 확고했다.

제 면장은 "이미 2009년 용역 결과에 의해 선정된 것인 만큼 연초에서 상동으로 바뀌면 소요가 일어날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에도 맞지 않은데다 이에 따른 상당한 후유증이 뒤따를 것이다"며 "화물과 여객은 필요하면 분리하는 것은 맞지만 주거지역인 상동의 땅값 등을 고려했을 때 연초면 연사리 들녘이 최적지다"고 말했다. 때문에 권 시장의 재용역 발언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제 면장은 연초천을 명물로 만드는데 행정을 집중하고 있었다. 제 면장은 "올해부터 4년간 285억원이 투입된다. 구 신오교에서 덕치에 이르는 6km 구간을 생태복원해 친수공간을 만들고 시민들의 휴식지로 만들 예정이다. 포로수용소 판자촌 등을 재현해 다양한 볼거리 또한 제공할 예정이다"고 했다.

그렇다면 거가대교 개통은 연초면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지금까지는 큰 영향이 없다.

제 면장은 "장목면이 부산에서의 초입이라면 송정IC는 거제방면에서 들어가는 입구다. 때문에 오히려 송정IC 인근의 교통만 번잡해져 버렸다"며 "하지만 송정IC 인근에 있는 잔여부지 몇 천평에 거제를 안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송정IC부터 임전다리까지 상시적으로 인력을 배치해 쓰레기 등을 치우는 등 일단 환경 정화부분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제 면장은 오비 준설토 매립지를 체육시설 겸 친수공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랬다. 또한 한내로 들어가는 산업도로도 빨리 마무리돼 교통 흐름이 원활해지기를 희망했다.

올해 개교한 연초고등학교와 관련해서도 제 면장은 우려를 드러냈다.

제 면장은 "고현방면에서 학교 앞으로 좌회전이 안된다. 국도 1차선이 늘어나야 좌회전이 검토되는데 빨리 1차선 확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연중에서 연행삼거리 도시계획도로 확장도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에만 교통사고가 3건이 발생했다. 이는 학생들과 주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라도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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