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최고야⑬]장목면 송진마을

마사토 이용한 양파, 전국에 명성 자자한 특산품
거의 사라진 소형 목선조선소 아직도 운영 '눈길'
러일전쟁 승리로 이끈 일본 잔재 곳곳에 남아있어
바다 품고 양파밭 껴안아 농·어촌 절묘한 '하모니'

▲ 송진마을은 전형적인 반농반어촌이다. 잔잔한 바다를 안은 양파의 고장이기도 하다.

새해 들어 연중 기획으로 시작한 '우리 마을 최고야' 코너가 벌써 13번째 마을로 접어들었다. 거제가 섬이다보니 분위기나 특색이 비슷한 마을이 많기도 하지만 마을마다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곳도 꽤 있었다. 비슷함 가운데서도 조금씩 다른, 그래서 찾아가는 마을마다 각인되는 이미지는 모두 달랐다.

이번에 찾은 장목면 송진마을(이장 김치호)은 기자가 1년여전 거제로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마을이다. 이유는 양파 때문이다. 조금 독특한 이유이기는 하지만 '송진포 양파' 때문에 기자의 머리 속에는 '송진마을=명품 양파의 고장'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었다. 적당히 매우면서도 단맛이 많이 나는, 그래서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마을이었다.

송진마을은 역사적으로도 그 유래가 깊다. 송진포는 조선 영조 45년 하청면 장목방(坊)에 속해 있었다. 즉 장목변의 북편에 위치한 갯마을인 셈이었다.

그러다 고종 26년인 1889년에 송진리로 개편됐으며, 1915년 송진포리로 통합이 됐다. 이후 1942년 4구로 나뉘었고, 현재 송진포리에 속해 있는 송진·궁농·신촌·간곡의 4개 마을의 모태가 됐다.

▲ 양파밭에서 풀매기를 하는 할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송진마을은 예전부터 참솔이라 불리는 적송이 많아 송진포(松眞浦)라는 이름이 붙어졌으며, 본래 소징개, 소비포(所非浦)라는 옛 이름도 가지고 있다.

송진마을은 75세대 22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전형적인 반농반어촌이다. 40여 가구는 송진포의 대표 특산물인 양파를 재배하며, 나머지 가구는 어업에 종사한다.

김치호 이장은 "송진포 양파는 전국적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비법은 마사토를 사용하는데 있다. 마사토는 물 빠짐이 잘 돼 양파 제배에 적합하다. 또한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퇴비를 많이 쓴다. 계분(닭똥)을 사용하는 것도 비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파 수확은 4월 중순부터 시작해 6월 중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양파를 수확하고 난 뒤에는 쌀을 재배하며 이모작을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큰 욕심 없이 온순하다고 김 이장은 귀띔한다. 올 1월부터 시험가동된 하수종말처리장과 최근에 마을에 들어선 드비치골프클럽과 관련해서도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고.

▲ 송진마을은 명품 양파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때문에 마을 곳곳에는 양파밭이 넓게 조성되어 있다.

김 이장은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하천 물이 고갈되는 등 실제 마을에 도움이 되는 점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마을 발전 기금으로 3억5,000만원을 받았지만 가구별로 나누고 나니 가구당 47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냥 구색 맞추기인 셈이다"며 약간의 서운함을 토로했다.

송진마을은 일본과 관련된 아픈 역사를 보듬어 안고 있다. 폐교된 송진초등학교 뒤 밭둑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산 밑에 러일전쟁 승전 기념비의 밑둥이 남아있다.

일명 도고 기념비라고 불리는 원래의 비석에는 거제 앞바다에서 러시아를 크게 물리쳤다는 내용과 제독인 도고 헤이하치로를 기리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러일전쟁 무렵 일본군 포병이 송진포에 자리를 했으며, 임진왜란 때도 일본군이 전략지로 송진포를 삼았다고 한다. 때문에 일본은 송진포 일대를 러일전쟁 기념공원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기념비를 만들 당시 통영과 거제의 조선인 유지들도 성금을 냈다는 후문도 있으며, 워낙 단단하게 만들어져 해방 후 주민들이 비석을 부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아 해군 공병대까지 동원해 떼어냈다는 소문도 전해지고 있다. 경남도가 유적 복원사업을 강행하려 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한 이력도 있다.

송진마을에는 송진포 왜성지(松眞浦 倭城址)도 남아있다. 선조 23년인 1593년 왜군들이 쌓았다는 이 성은 둘레 420m, 높이 3m, 폭 3.2m라고 한다. 시루성이라고도 부르는 이 성 안에는 누각도 있었다고 하나 허물어져 버렸고 기와 조각들이 발견되기도 했단다.

송진포와 가까운 곳에는 거제에서 가장 긴 몽돌 해변인 농소몽돌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약 2km에 이르는 해변에는 둥글고 작은 몽돌이 늘려있어 몽돌 찜질과 함께 해수욕 하기에 딱이다. 농소몽돌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갈 때 송진포 양파를 한 망 사가지고 가는 것도 색다른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잔잔한 바다를 품에 안은 아랫마을과 울창한 송림과 양파밭을 보듬은 윗마을. 송진마을은 어촌과 농촌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송진마을에는 옛날 소형 목선조선소가 아직도 남아있다.

거제의 북단에 위치한 송진마을. 송진마을은 더 이상 거제의 변방이 아니다. 송진포 양파의 명성만큼이나 소외받지 않는 곳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지기를 기대해본다.

"식수·농업용수 부족, 지하수 개발 필요
  농기구·퇴비 보관 창고 건립도 절실"
▲ 김치호 송진마을 이장이 환하게 웃으며 마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골프장이 들어서고 나서 가장 애를 먹는 게 바로 물 부족 문제다. 하천이 마를 정도로 물 고갈이 심하다. 시수도 공급이 시급하다"

김치호 송진마을 이장(64)은 물 부족 문제가 이제는 손 놓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고 했다. 김 이장은 "식수난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마을에 있는 우물은 절대 마르지 않았었는데 마을 우물마저 말라버렸다"고 말했다.

지하수와 고랑의 물을 이용하는 농업용수도 부족해 두 군데 정도 대형 지하수를 팠으면 하는 게 김 이장의 생각이다. 김 이장은 농기구와 퇴비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 건립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이장은 "트랙터와 경운기와 같은 농기구를 둘 데가 없어 길거리에 세워둔다. 때문에 비를 맞아 녹이 스는 등 노후도 빨리 진행된다. 양파 재배에 중요한 계분 같은 퇴비도 둘 데가 없다. 악취를 고스란히 풍기기 때문에 퇴비를 보관할 창고도 필요하다. 창고를 지을 땅과 돈이 마을로서는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천 정비도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김 이장은 "하천이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아 비가 많이 오면 토사 때문에 범람해 마을의 전답으로 유입된다. 때문에 농가에서 보는 피해가 크다. 시에서는 7.4m인 하천 폭을 10m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공사 시점을 최대한 당겨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수종말처리장과 관련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이장은 "여러 입지에서 밀려 마을까지 들어왔는데 주민 설명회도 없이 임의대로 진행한 것은 솔직히 잘못이다. 방류관이 마을 바로 앞으로 나 있는데 100∼200m 정도 바깥 공해지역으로 설치를 해야 마을에 큰 피해가 없을 것이다. 정화시킨다고는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미관상 보기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오는 7일 경로잔치를 성대하게 열 계획이다. 주민들과 어촌계의 후원으로 65세 이상 할머니 35명과 할아버지 13명을 초청해 식사도 대접하고 위로행사를 겸할 예정이다. 마을의 훈훈한 인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기사를 마감하는 손 끝이 짜릿한 감동이 전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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