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최고야]거제면 죽림마을

100세대 250명이 사는 전형적인 어촌…굴·보리새우·딱새 등 어족자원 '풍부'
지형적 이유, 태풍 피항지로 명성 자자…곤발네 할머니 전설도 이어져 내려와

▲ 죽림마을 선착장엔 어구를 가득 실은 어선들이 다닥다닥 줄지어 정박해 있다. 죽림마을 항구는 마을이 동그랗게 바다를 에워싸고 있고, 바다가 잔잔해 예전부터 태풍 피항지로 명성이 자자했다.

잔잔한 바다를 마을이 포근하게 안고 있다. 뒷산에서는 제법 세차게 부는 바람을 타고 대나무향이 물씬 풍겨온다. 바다와 대나무의 만남. 어색하면서도 제법 운치있게 조화를 이룬다. 바로 거제면 죽림마을(이장 홍호식)을 맞은 기자의 첫 인상이다.

죽림마을은 동부면에서 거제면으로 넘어가는 첫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제법 큰 동네로 별신굿이 유명한 동네다. 100세대가 넘는 가구가 마을을 이루고 있으며, 주민 수도 250여 명으로 적지 않은 숫자다.

주민들의 70%가 소규모 반농반어업을 하고 있으며, 30% 정도가 어업을 주 생업으로 삼고 있다. 최근 감척사업으로 고령 인구가 이에 동참해 어선은 40∼50척 정도다. 전형적인 어촌마을인 셈이다.

죽림마을은 대나무 죽(竹), 수풀 림(林)을 마을 이름으로 쓰고 있다. 왠지 농·산촌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예전에는 포구 포(浦)를 붙여 죽림포라고 불렀다고 한다.

홍호식 이장은 죽림마을을 '아주 이상하게(?) 생긴 동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상하게 매력을 끄는 마을이라고 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홍 이장은 "계룡산에 올라가면 가장 눈에 띄게 들어오는 마을이 죽림마을이다. 바다를 자식 마냥 부드럽게 폭 껴안은 형세도 그렇고, 오밀조밀하게 붙어 앉은 집들의 모양도 그렇다.

▲ 굴이 유명한 죽림마을에서는 요즘 굴 종묘를 붙이기 위한 가리비 껍데기 손질이 한창이다.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도 소일거리 삼아 작업에 열중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대나무들의 군무도 그렇고, 햇살에 반짝이며 고운 자태를 드러내는 푸른 바다도 그렇다. 괜히 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하더라."

홍 이장의 말 대로라면 '이상하게 생긴 마을'이 아니라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을'인 셈이다.

이런 지형적인 이유로 죽림마을은 태풍 피항지로 예로부터 명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각 마을별로 방파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던 예전에는 남부면 일대에서 많은 어선들이 태풍 때면 죽림으로 피항을 왔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바람이 제법 거센데도 바다는 생각보다 잔잔했다. 아니 잔잔하다 못해 평온한 느낌마저 들었다.

죽림마을은 굴이 유명하다. 거제면 대부분의 동네가 굴 양식으로 유명하지만 죽림마을의 굴이 특히 씨알이 굵고 맛이 있다고 한다. 죽림마을은 굴만 유명한 게 아니다.

조금 있으면 많은 수확을 할 딱새와 여름철 별미라고 할 수 있는 보리새우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죽림에서 잡아올리는 도다리도 그 고소함이 둘째 가라면 서럽다고 한다. 또한 바지락도 알아주는 죽림의 명물이다.

죽림마을에는 재미있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대숲게 곤발네 할머니' 전설인데 마을 표지석 뒷면에 그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곤발네는 젊어서 남편을 여의고 아들딸 없이 오두막 단칸방에서 홀로 지내고 있었다. 곤발네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밭일과 고기잡이 뒷일, 바느질을 해서 받은 품삯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세월이 흘러 칠십이 넘은 곤발네 할머니는 모아놓은 돈으로 밭을 사서 수수와 조를 심어 가꾸었다. 어느 때 마을에 큰 흉년이 들어 마을의 어린 아이들은 굶주림에 지쳐가고 있었다. 굶주린 아이들을 살릴 방법을 궁리하던 할머니는 밭에서 수확한 수수와 조로 엿을 만들었고, 어른들이 엿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화장실 옆 오줌통에 엿을 보관해 마을 어른들이 일을 나간 사이 아이들에게 매일 엿을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해 아이들은 굶주림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였다.』

지금은 안 좋은 내용으로 많이 와전됐다고는 하지만 홀로 거의 모든 생을 살아온 할머니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지혜, 그리고 기지를 엿볼 수 있는 훈훈한 전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죽림마을에서는 굴 종묘를 붙이기 위한 가리비 껍질 손질이 한창이다. '곤발네 할머니'와 연배가 비슷하신 고령의 할머니도 연세가 무색하게 소일거리 삼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따뜻한 햇살과 쌀쌀한 바람이 서로 기싸움을 끝없이 하고 있는 죽림마을. 아늑한 마을 분위기와 분주한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봄이 바로 곁에 다가왔음을 새삼 느낀다.

죽림마을 별신굿은?
▲ 죽림마을 별신굿의 대미를 장식하는 띠배놀이. 다른 지역과 달리 거제면 죽림마을의 별신굿은 띠배놀이를 제사의 하이라이트로 행하고 있다.

죽림마을의 대표적인 문화행사 중의 하나인 죽림마을 별신굿은 지난 1992년 그 맥이 끊겼다가 지난 2008년 15년여 만에 부활돼 지난해에도 열렸다.

죽림마을 별신굿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2-라호 남해안별신굿의 하나로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와 교수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함께 극찬을 받고 있다. 별신굿은 어민들의 풍어와 안전, 주민의 평안과 장수를 비는 제사로 지역마다 2년, 3년, 5년, 길게는 10년에 1번씩 굿을 벌인다고 한다.

죽림마을 별신굿은 들맞이 당산굿을 시작으로, 일월맞이굿, 골매기굿, 할미당굿, 선창굿, 부정굿, 가망굿, 제석굿, 선왕굿, 용왕굿 등이 이어진다.

죽림마을 별신굿은 다른 별신굿과 달리 거제 별신굿 탈놀이와 띠배놀이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민들의 협동심과 단합이 중요한 띠배놀이는 별신굿의 대미를 장식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라고 한다.

죽림마을 별신굿은 마을이장이 제주를 맡게 되며, 음력 정월 2일에서 10일 사이에 택일을 한다고 한다.

홍호식 이장은 "재정적인 문제로 해거리를 한다. 마을 공동 재산과 유지들의 기부금 등으로 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별신굿을 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때문에 소중한 문화유산을 유지·계승하기 위해서는 시의 재정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파제 확장·해안도로 개설…마을현안 너무 많아"

"죽림마을이 지형적으로 태풍 피해에 유리하기는 하지만 현재의 방파제는 너무 짧아 파도막이 구실을 다하지는 못한다."

홍호식 죽림마을 이장(54)은 방파제 확장을 주장했다. 보유 선박 수에 비해 방파제가 짧아 선박이 안전하게 정박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는 것. 홍 이장은 "지형의 잇점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차후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파제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산물인 보리새우 조업과 관련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이장은 "보리새우는 죽림마을의 특산물 중의 하나며,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 중의 하나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삼중망을 규제하기 때문에 조업에 상당한 차질이 생긴다. 보리새우가 나는 6∼10월만이라도 삼중그물을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죽림해수욕장과 관련해서도 대우조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홍 이장은 "해수욕장 바로 옆에 바지락 양식장이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 하계휴양소인 죽림해수욕장을 찾는 휴양객들이 바지락을 마구 채취해 간다. 마을로서는 큰 타격이다. 때문에 자매결연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부상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당면한 사업으로는 해안도로 개설 문제를 거론했다. 마을 끝에서부터 죽림해수욕장을 잇는 해안도로를 만들어 차량 정체와 주차난을 풀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규모라도 마을 회센터를 만들어 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센터만 만들어지면 어촌계 내에서 기본 조례와 같은 것을 만들어 특화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잔잔한 바다를 끼고 있는 죽림마을. 홍 이장은 "자율공동체 구성이 늦어져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모범사례 등을 많이 보고 배우며 꾸준히 마을 발전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