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최고야⑤]동부면 평지마을

이름과 달리 아늑한 산골마을…요즘 고로쇠 수액 채취 '구슬땀'
노자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산양천 주변 음식점 규제 풀어야"

▲ 멀리서 바라본 평지마을

"여보세요? 박귀화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에 잠시 움찔했다. 이장이라면 으레 남성일거라는 고정 관념에 전화를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30대 혹은 4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의 목소리라 더욱 그랬다.

거제시 동부면 평지마을(이장 박귀화)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박귀화 평지마을 이장은 "우리 마을은 소위 말하는 '스쳐가는 마을'이다. 학동이나 해금강을 가는 관광객들이 그냥 지나쳐버리는 동네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 바로 평지마을이다.

▲ 요즘 고로쇠가 제철이다. 평지마을 고로쇠는 거제 최대 생산지의 명성답게 그 품질 또한 우수하다. 사진은 고로쇠 수액 채취를 위해 고로쇠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있는 주민의 모습.
마을 어르신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마을 유래에 대해 들어보면 재밌다. 평지마을은 이름대로면 편편한 평지여야 되는데 산간지역인 반면, 인근 산촌마을은 오히려 평지다.

한때 마을 어른들 사이에서는 지명과 관련한 이야기가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안주거리'였다고 한다. 서로 이름이 바뀌어야 한다고….

60여 세대에 100여 명이 살고 있는 평지마을은 고로쇠 수액과 표고버섯으로 유명한 동네다. 당연히 거제에서 최다 생산지다. 하지만 젊은층이 없다보니 판로 개척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판로가 조금씩 뚫려 한시름 놓게 됐다. 고로쇠 수액은 15농가가 하고 있는데 1월말부터 3월초까지 수액 채취와 판매가 함께 이루어진다.

주 수입원이 고로쇠 수액과 표고버섯이다보니 다른 수입원을 찾기 위해 박 이장은 상당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박 이장이 생각한 것이 팜스테이. 체험마을이 요즘 워낙 많이 생겨나다보니 특색있는 테마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산촌마을의 특성을 잘 살린 고로쇠 수액 채취 등 프로그램을 지금 한참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박 이장은 경상대 농촌관광과를 지원, 최고 경영인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요즘 평지마을에는 큰 사업이 하나 진행되고 있다. 노자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그것. 현재 주민 동의는 모두 받았으며 시와 협의 중인데 승인만 떨어지면 바로 착수할 수 있게끔 모든 게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다. 운행은 2013년 3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거제 자연휴양림 산책로

이와 함께 박 이장은 산양천 주변 음식점 허가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경남도 조례로 묶여 있는 개발 규제를 풀어 음식점 허가를 내주어야만 마을 발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박 이장은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들어서라도 산양천 주변 200m로 제한되어 있는 음식점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 추진 중인 케이블카 사업과 맞물려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이장은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해, 그리고 고로쇠와 표고버섯의 판로 확대를 위해 휴양림 입구에 직거래장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도로공사가 끝나면 내년쯤부터 오픈할 예정이다.

젊고 부지런한 여성 이장이 있기에, 성실한 주민들이 있기에 평지마을은 지금처럼 '스쳐가는 마을'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 같다. 빠른 시일 내에 '꼭 들렸다 가야하는 마을'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간단한 취사 가능한 공동 화장실 건립 시급"
▲ 박귀화 평지마을 이장은 여성이기 때문에 섬세한 일처리가 가능하다며 의욕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박귀화 평지마을 이장

박귀화 평지마을 이장(43)은 동부면 여성 1호 이장이다. 40세부터 이장을 맡아서 지금껏 하고 있다. 경북 구미가 고향이니 거제는 '제2의 고향'인 셈이다.

박 이장은 "여자인데다 젊기까지 해 주위에서 우려할 거라고 생각할 건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젊기 때문에 더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고, 여자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게 일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의욕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각종 마을사업을 구상중인 박 이장은 관광객들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다. 그래서 박 이장은 간단한 취사도 겸할 수 있는 공동 화장실 건립이 시급하다고 했다.

"우리 마을 도로변엔 마을을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몰래 버리고 가는 각종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놀기는 다른 곳에서 놀고 쓰레기는 여기서 버리고, 이게 말이 됩니까? 게다가 인근 가게에는 화장실을 좀 쓰겠다는 사람들로 항상 넘쳐납니다. 깨끗하게 쓰고 가면 괜찮지만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함부로 사용하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공동 화장실을 꼭 하나 지었으면 합니다."

평온하고 조용한 산골마을에 때 아닌 불청객이 찾아와 애를 먹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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