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방문보건사의 하루, 재활치료 고통보다 사람이 더 좋아

지난 22일 거제시 보건소(소장 정기만)를 찾았다. 보건소 방문보건 담당팀이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의료기기 및 약품 등을 챙긴 뒤 보건소 차량을 타고 하청면 대곡리 양수복씨(62) 집으로 향했다. 차 한 대가 가까스로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을 지나 집에 도착하니 양씨의 부인인 조순자씨(64)가 보건소 직원들을 맞았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3-4평 남짓한 허름한 방안 침대에 양씨가 반듯하게 누워있다. 1977년 마산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뇌병변 1급 장애인 판정을 받은 양씨는 월남전에도 참전한 해병대 용사였다.

“할아버지, 보건소에서 왔습니다”라며 고미정(40) 재활운동 물리치료사가 양씨에게 인사를 건넸다. 양씨도 힘겹게 머리를 돌리며 눈으로 반가움의 표시를 한다.

혈압측정 등 기본적인 건강 체크를 끝내고 본격적인 재활 운동치료에 들어갔다. 혼자 힘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는 일이 양씨의 첫 번째 과제였다.

힘겨움에 양씨의 몸이 떨린다. 몇 번을 몸을 일으키려고 몸부림 친 끝에 가까스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혼자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바닥에 떨어지는 일은 부지기수라고 부인 조씨가 설명했다.

재활운동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곧바로 보행기를 이용한 걷기 운동이 시작됐다. 한발 한발 앞으로 걸었다 뒤로 걷기를 반복했다. 두 발짝 이상 앞으로 나가기가 힘겹다. 양씨를 돕는 고 치료사의 격려에 힘이 실린다.

10여분의 운동이 끝나고 침대에 앉은 양씨의 입에서 고통스런 한숨이 새 나왔다. 통증이 심한 오른쪽 어깨부분 물리치료가 이어졌다. 이내 양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난해 9월부터 매월 1회씩 중증 장애인 가정방문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양씨는 한때 재활의지가 없어 치료를 중단한 적도 있었다.

고 치료사는“방문 간호사가 오면 너무 힘들다면서 치료를 거부해 1달 동안 운동보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열도록 했다”면서 “지난 봄 방문 보건팀의 도움으로 11년만에 바깥 나들이를 한 것이 치료의지를 높이는데 큰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치료가 끝나자 부인 조씨가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하청·장목지역 방문 보건을 담당하고 있는 전숙희씨(53)를 바라보며 ‘천사’라고 말했다.

고마움의 또 다른 표현이라 생각됐다. 다음달에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나누고 연초로 향했다.

보건소 직원 덕분에 우리가 살아요

연초면 죽토리 야부마을에 위치한 김장걸(79) 할아버지 집에 도착했다. 작은 마당이 물 청소를 한 듯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보건소에서 사람들이 오기로 약속한 날이라 할아버지의 반려자 변차경(74) 할머니가 청소를 해놓은 것이라고 원순옥(43) 방문보건 업무 담당주사가 알려줬다.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는 현재 거의 움직임 없이 할머니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었다. 할머니도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할머니 저희들 왔습니다”라는 원 주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할머니가 작은 몸을 이끌고 나와 일행을 반겼다. 굽은 허리, 굵게 패인 주름이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방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방바닥이 보건소 직원들을 맞았다.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말에만 작게 반응할 정도로 극도로 약해져 있었다. 굽은 다리는 이들의 손길에도 조금도 펴지질 않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건강을 체크하는 원 주사는 “무조건 할머니가 건강해야 합니다”라며 주문 아닌 주문을 한다. 혈당치가 높게 나왔는지 “음식은 꼭 제때 챙겨 드시고 약도 꼭 드세요”란 말을 빼놓지 않는다.

집과 인근에 작은 밭이 있어 기초생활 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할아버지는 어려운 형편에 난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도 돌봐주고 벗도 돼주는 방문간호사들의 존재는 의지할 데 없는 이들의 마지막 보루였다.

혈압약과 기저귀를 받은 할머니는 계속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덕분에 우리가 산다고. 

관절염 통증, 약 기운으로 참아내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남부 해금강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남부면 보건지소에 근무중인 김병조(30) 한방 공보의와 함께였다.

고혈압과 관절염, 골다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김금이(83) 할머니는 기초생활 수급권자로 지체 2급 장애인인 아들, 며느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차소연(38) 남부면 방문보건 담당은 “할머니가 이것저것 약을 너무 많이 드셔서 오히려 더 문제가 되고 있다”며“해금강이 의료취약지역이어서 한방가정방문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할머니 집에 도착하자 인근 할머니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냐”며“보건소 사람들 기다리다 목 빠지겠다”고 성화였다.

방으로 들어서자 할머니가 밝은 웃음으로 반갑게 일행을 맞았다. 방안 빼곡히 하나밖에 없는 손자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할머니 다리는 파스로 도배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김병조 공보의가 우선 할머니의 맥을 짚는다. 퉁퉁 부은 손발이 보기에도 측은하다.  일행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에 고마움의 마음이 그대로 읽힌다.

“이 먼 곳까지 와서 돌봐주고 보살펴 주니 뭐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할머니는 “정이 너무 들었다. 정말 복 받을 거야”라며 주름 가득한 손으로 차씨의 손을 꼭 잡았다.

신순아(47) 지역보건 담당은 “더 많은 지역 대상자에게 방문 보건 서비스를 확대하고 싶지만 현재 보건소의 인원과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지역 자원봉사단체 등과 연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강호(58) 의무과장은 “보건소와 사회복지기관, 행정기관과 협조를 통해 방문 보건사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상자에 비해 봉사자가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어렵고 힘든 이웃을 생각하는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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