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상이군경회 경남지부 거제시지회

현재 296명 유공자 거제 거주…일반인 편견 짙어 생활 불편…정상적인 가정 유지 어려워
생활 안정적인 회원 고작 9명…지원금도 타 지역보다 적어…폐지 팔며 상이군경회 운영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말 그대로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상해를 입은 군경들의 모임이다. 그들이 밝히는 설립목적은 '회원이 상부상조하여 자활능력을 배양하고 조국통일 성업달성과 세계평화에 기여' 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자활능력 배양'을 강조한다.

기본적으로 일반인들에 비해 '자활능력'이 떨어지는만큼 모임을 통해 서로의 살아갈 길을 함께 도모하자는 의미이리라.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편견은 짙다. '국가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먹고 살만 하면서 왜 그러는가'는 식이다.

지난 15일 저녁. 대한민국상이군경회 거제시지회 회장 김광학(남·44)씨를 만나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10년 7월 현재, 대한민국상이군경회 거제시지회에 등록된 국가유공자는 총 296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00명 이상의 등록 회원들이 생존해 있었지만 고엽제 후유증 등으로 일부 회원들이 사망하고 현재 296명의 국가 유공자들이 거제시에 살고 있다.

이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하다. 주로 군대에서 상해를 입은 20대에서 40대, 월남전에서 맞은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50대에서 60대, 그리고 70대에서 90대까지는 6.25 전쟁에 참전했던 사람들이다.

거제시에 살고 있는 296명의 상이군경회 회원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연령은 81세에서 90세까지로, 이들 82명의 대부분은 6.25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이다. 이들 중에서는 당시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평생을 살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국가를 상대로 이의신청을 제기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사람도 많다.

"전쟁통에 몸이 다쳐 나왔으니 정상적인 사회활동 및 노동을 하지 못했다. 평생을 고달프게 살다가 80이 넘어서야 국가 유공자가 된 분들이다. 지금이라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동안 힘들게 산 세월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겠는가."

6·25참전 회원들의 경우 3급에서 5급까지는 국가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6급에서 7급에 속하는 회원들의 경우 연금은 월 70만원 남짓하다.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든 상황이니겠느냐"고 김 회장이 말했다.

"상이군경회 회원들 중엔 정상적인 가정을 유지하지 못한 사람도 많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라 어느 정도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이혼 가정도 많을뿐더러 재혼을 할 때도 연금을 노린 사기결혼이 많아 개인사적으로 보면 참 불행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대상은 바로 월남참전용사 고엽제 피해자들. 고엽제 환자들의 경우 겉으로는 멀쩡하다 어느 순간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말라죽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자체 조사한 생활 실태 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회원 296명 중 '생활안정' 범위에 속하는 사람들은 단 9명. 나머지 사람들은 생계가 곤란하거나 근근이 먹고 살만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원들이 거제시에 서운한 감정을 많이 토로한다. 타 지자체에 비해 이들에 대한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다 망가진 사람'들에게 국가 및 지자체가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이 있음도 이들은 부인하지 않는다. 일단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면 갖가지 혜택들이 많지 않느냐는 것이다. 급수에 따라 차등은 있지만 현재 국가 유공자들에게는 기본연금, 생활조정 수당을 비롯해 자녀 학자금 지원, 수업료 면제 등의 교육보호, 취업지원, 무료 진료, 유가족 등에 대한 감면치료 등 의료 지원 등의 혜택이 돌아간다.

이에 대해 김광학 회장은  "연금도 많고 혜택도 많으면서 왜 자꾸 더 달라 그러냐는 시선이 많다는 건 안다. 그들이 한번이라도 와서 우리 사는 모습을 실제로 봤으면 좋겠다. 100만원 남짓한 돈으로 먹고 살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학원 한번 보내지 못한다. 바로 어제도 하청면에 살고 있는 양인호(63·남)씨가 고엽제 후유증으로 평생 침대생활을 하다 말라 죽었다. 63세면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망할 나이는 아니지 않는가. 이런 일들이 너무나 많고 볼 때마다 가슴 아프다"며 일반의 부정적 시각에 일침을 가했다.

얼마 전 상이군경회 거제시지회 회원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1톤짜리 작은 트럭 하나를 샀다. 그 트럭으로 그들은 폐지를 모아 팔아 상이군경회 운영을 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유공자라고 가만히 앉아서 연금 받아먹고 살겠다고 생각하는 회원은 거의 없다. 자력으로 일해서 먹고 살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우리를 봐주었으면 좋겠다. 어찌됐던 우리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아닌가" 며 김 회장은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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