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부산시 사하구에 사는 황영애씨가 사랑하는 두 동생을 거제도에서 잃고난 후 슬픈 마음을 편지로 써서 본지에 보내온 내용입니다. 황영애씨는 5년 전 과로로 쓰러진 남동생을 잃었으며 얼마전 하나 남은 여동생마저 거제에서 장사를 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거라. 가거라.
부딪쳐 깨어지는 저 파도와 같이 흘러서 가거라.
가다가다 힘들면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날라서 가거라.
고픈 배 움켜 안고 숨은 눈물 흘려가며 키운 내 동생들아.
한줌 재로 너희들을 보낸 죄많은 이 언니 누나 아리다 못해
터질것 같은 애절한 내 마음을 이 글로 보낸다.
무슨 갈길이 그리도 바빠서 이 형제들을 두고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 버렸느냐.
불쌍한 내 동생들아.
태산 준령 가시밭길을 넘고 또 넘어서라도
너희들 얼굴 한번 보고 안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갈 수 있을 것 같고
너희들 가는 길 내 대신 갈 수 있으면 그 길도 가련만은
이제는 모두가 부질없는 아픈 마음뿐이구나.
어디 가서 너희들 얼굴 너희들 손 한번 잡아 볼 수 있을까.
불쌍한 내 동생들아. 아까운 내 동생들아.
병들어 누운 너희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 다정한 말 한마디도 해주지 못하고
보낸 이 죄많은 나를 용서해다오
아까운 동생들아.
박속 같이 하얗게 씻어 놓은 내 운동화를 태우기도 아까워서 안고 있다
먼길 가면서 맨발로 힘들게 갈까봐 생전에 너희들이 아끼던 소지품과 함께 태웠다.
보고 싶은 내동생들아.
화장터 검은연기에 휘감고 함께 날으던 새는 너의 넋이더냐.
맑은 하늘에 내리던 그 비는 한 많은 이 세상
그래도 가기 싫어 흘린 너희들 눈물이더냐
보고 싶은 내 동생아.
오늘도 니 손 때묻은 핸드폰을 쥐고 어디라도
누르면 니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을까.
부질없는 생각에 눈물이 가려 숫자도 보이지 않는구나.
불쌍한 내 동생들아!
너희들 먼저 보낸 죄 많은 언니 누나라 소리 내어
너희들 이름 한번 불러보지 못하고
목놓아 울지도 못하고 그 먼 길 보냈구나.
아까운 내 동생들아.
칠백리 바닷길을 돌다 돌다가 외롭고 힘들면
이 언니, 누나 있는 바닷가에도 오너라.
너희들 좋아했던 술 한 잔 같이 나누며
보이지 않아도 우리 이야기 하자.
그 많은 서러운 이야기들을..
보고 싶어라. 아까운 내 동생들아.
이제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아픔 없는 그 곳에서 편히들 살거라.
이 언니 누나 너희들한테 갈 때까지
내 가슴에 지우지 않고 살게.
너희들 보고 싶으면 그 바닷가에 언제라도 가마.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거라.
아무도 원망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거라.
이승의 모든 것들 훌훌히 다 털어버리고
저 하얗게 부서지는 물거품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어두움을 비추는 한 줄기 밝은빛이 되거라.
너희들 영전에 이 죄 많은 나 이글을 보내며
너희들에게 이승에서의 만남에 영원한 이별을 한다.
잘 가거라 내 동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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