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오염·정비 사업, 무분별한 남획으로 사백어 개체수 감소

"인공 구조물 제거 등 대책 마련 절실"

만개한 꽃들의 향연을 시작으로 거제의 봄은 문을 연다. 개나리와 유채꽃, 진달래가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남녘의 봄소식을 전한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3월 초순부터 거제 동남부지역을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또 하나 있다. 매끈한 자태로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사백어(死白魚)가 그 주인공이다.

지역민들에게 흔히 병아리로 불리는 사백어는 살아있을 때 투명했던 몸 색깔이 죽으면 유백색으로 변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사백어는 일년 중 3월 초순부터 4월 초순까지 딱 한 달 가량만 맛볼 수 있는 봄철 별미다.

 일년 중 한 달 가량 맛볼 수 있는 '봄철 별미'
 올 해 들어 눈에 띄게 어획량 줄어들어

최근 들어 사백어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매년 3월 초순이면 모습을 드러내 동남부 지역 하천을 찾아오던 사백어가 올 들어 눈에 띄게 어획량이 줄었다.

10여년 전부터 사백어 요리를 해오고 있는 동부면 율포횟집 이정선씨(여·54)는 "지난해에도 병아리가 많이 나지 않아 손님 대접에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더 하다"면서 "지난해에 비해 잡히는 양이 ⅓로 줄어들어 예약을 해도 병아리 요리를 내놓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병아리는 4월이 되면 눈이 생기고 뼈가 씹혀 맛이 떨어지게 돼 걱정"이라며 "내년에도 요리를 팔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박구일 동부면 산촌이장(71)은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면 병아리가 나지 않는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이 있었다"면서 "올해는 많은 비와 추운 날씨 탓으로 병아리가 하천으로 적게 올라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이장은 "지금 이맘때면 병아리가 제법 커야하는데 아직 작은 것들만 잡힌다"면서 "4월 들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조금 더 많이 날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아닌 폭설에 유난히 비도 많이 내려
 산양·탑포·둔덕천 일대서만 조금 잡혀

사백어를 볼 수 있었던 지역하천은 일운면 소동천과 장목면 외포천, 아주동 아주천, 둔덕면 둔덕천, 거제면 간덕천, 동부면 산양천·탑포천 등지였다. 그러나 현재는 산양천과 탑포천, 둔덕천 일대에서만 사백어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서식지와 산란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김의부 초록빛깔사람들 대표는 "하천오염과 잘못된 하천정비 사업, 무분별한 남획이 사백어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원인"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말했다.

하천정비 사업 결과 만들어진 어도(魚道)와 강 하구지역에 설치된 수문은 사백어 개체수 감소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수문이 설치된 거제면 간덕천에서는 사백어가 자취를 감췄다. 산란기에 연안에서 하천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은 사백어가 잡히는 것으로 알려진 동부면 산양천의 경우에는 어도가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어도는 물살이 강해 크기가 작고 힘이 약한 사백어가 지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때문에 산란을 위해 강을 찾은 사백어가 어도를 거슬러가지 못해 산란지역이 하천 일부구간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무분별한 남획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앙내수면연구소 김취홍 박사(51)는 "사백어는 일반적으로 연안에 서식하기 때문에 생태계 오염이나 교란 등이 개체 수 감소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산란지역이 없어지거나 줄어들면 급격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어도의 재질도 사백어 감소에 한몫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대부분의 어도는 시멘트로 만들어지고 있다. 공사비용도 절감되고 시공이 비교적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멘트로 만들어진 어도는 생태계 교란과 하천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공 어도 물고기 이동경로 단절시켜
 하천 생태계 교란…감소의 주 원인

실제 시멘트 어도를 없애고 자연석으로 만든 어도를 설치한 수월천의 경우 예전의 자연생태계를 거의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석 어도의 경우 공사비가 만만치 않아 일선 지자체에서는 설치를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의부 초록빛깔사람들 대표는 "시멘트로 만든 인공어도는 은어와 장어 등 비교적 크기가 큰 어류들도 통과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물고기의 이동경로를 단절시켜 하천생태계를 교란하는 원인"이라면서 "하천에 들어서는 인공적인 구조물을 최대한 배제하고 불법 어로와 남획을 방지하는 일이 병행돼야 봄의 진객 사백어의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백어란?

망둥어과인 사백어는 몸길이가 6㎝를 넘지 못하는 소형종이다. 거제지역은 병아리라는 방언으로 불리며 타 지역에서는 백어, 뱅애, 뱅어, 병어 등으로 불리고 있다.

몸은 가늘고 길며 머리와 몸에는 비늘이 없다. 몸은 투명하고 죽으면 유백색으로 변한다. 입술에는 작은 갈색 반점이 있고, 아가미뚜껑과 등날 가까운 부분에도 작은 갈색 반점이 흩어져 있다.

연안지역에 살면서 산란기에만 담수구역에 나타난다. 민물에 올라온 성어는 전혀 먹지 않고, 소화관은 퇴화한다. 산란과 방정이 끝나면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기는 3~4월이며 밀물 때에 바다로부터 강으로 진입한다. 하구로부터 100m내지 6km 되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2주일 이내에 산란한다. 유속이 완만하고 수심이 10~20cm쯤 되며 강바닥보다 5~30cm쯤 밑을 흐르는 복류수에까지 들어가서 돌 밑에 1겹으로 산란한다.

사백어는 무침과 부침개, 국으로 요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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