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부분 중·고교 재정 열악, 위법에도 운임 받아 전세버스 운행

학생 편의 위해선 불법 감수해야할 판…거제교육청 "개선점 찾겠다"

중학교 입학생을 자녀로 둔 장평동 A모씨(여·43)는 요즘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학생들의 등·하굣길을 책임지는 통학버스가 운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A씨의 걱정대로 통학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면 A씨의 아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등·하교를 해야 한다.

A씨는 "아이의 등교시간 대에는 시내버스가 만원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통학버스가 없어진다면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등·하교 할 수 있는 여건이 최우선적으로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결국은 비용이 문제

지역 중·고생들의 통학에 비상이 걸렸다. 전세버스를 이용해 학교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지역 대부분의 중·고등학교가 관련법규를 어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통학버스 운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조, 제5조 및 동법시행령 제3조 제2호 가목에 따르면 전세버스는 운행계통을 정해 운행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회사 또는 학교 등의 장과 1개의 운송계약에 의해 그 소속원만의 통근·통학 목적으로 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개별탑승자로부터 현금·회수권 또는 카드결제 등의 방식으로 운임을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통학버스 이용 학생들에 한해 운임을 받아 학교 명의로 전세버스 업체에 지급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노선버스 형태의 통학버스 운행이 적법하려면 운임을 학교재정에서 담당해야 하며, 그 버스를 학생 누구나가 통학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열악한 지역 중·고교의 재정 상황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학교장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있다.

지역 모중학교장은 "지역 현실을 외면한 채 관련 법규에만 근거를 두고 불법 여부를 가리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면서 "학교장이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 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모 고등학교장은 "만의 하나 통학버스 사고가 난다면 모든 책임은 학교장에게 돌아가게 된다"면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대부분의 학교장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에서 무턱대고 법의 잣대로만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규가 오히려 '족쇄'?

이처럼 통학버스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잘못된 관련 법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재정이 넉넉한 학교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받는 운임으로 통학버스 관련 비용을 충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장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편의를 우선시 해 불법을 저지를 것인지, 아이들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법을 지킬지 여부를 판단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모 중학교장은 "3월 한달 동안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학하게 한 뒤 문제점을 파악해 대처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모 고등학교장은 "아이들이 통학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내버스와 순환버스의 배차시간과 노선조정이 이뤄진다면 굳이 통학버스를 운행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학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 학부형들의 요구가 많아 대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3월 중으로 중·고등학교에 통학버스 운행과 관련한 협조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간담회를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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