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지역 평균 동복 22만원·하복 10여만원, 가계살림 큰 부담 작용

대형 브랜드 "아쉬울 것 없다' 공동구매 부정적…학교측도 '수수방관'

▲ 교복을 공동구매하면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에게 교복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학교-교육청-학부모위원회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대목이다. 고현 시내 한 교복 판매장 모습. (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애들 입는 교복에다 금가루를 뿌렸답니까?"

거제 지역 교복 값이 평균 22만원에 육박해 가계 살림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4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거제지역 교복 동복 가격은 22만원대, 하복은 10여만원으로 형성돼 있다. 특히 모 고교 동복의 최고가는 26만원으로 이는 경남 전체에서도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교복의 특성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장만해야 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했을 때, 이는 가계지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

자녀 둘을 두고 있는 한 학부모 이모씨(42·옥포동)는 "올해 3살 터울의 아이들이 나란히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돼 교복값만 해도 50만원이 넘는 돈이 한꺼번에 지출됐다"며 "대형 브랜드 교복업체의 경우 업체들마다 가격이 동일하게 묶여있어 학부모 입장에서 비교하고 골라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경제적 부담을 토로했다.

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좀 가르쳐달라"며 "듣자하니 모 중학교에서는 공동구매를 통해 저렴하게 교복을 구입했다던데 이번에 우리 애들이 입학하는 학교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더라"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안은 공동구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거제지역 H 중학교는 2010학년도 교복을 공개입찰제를 이용, 관내 P업체와 계약해 공동구매 했다. P업체의 경우, 동복을 개별 구매 했을 때 가격은 18만원이며 공동구매를 했을 경우 가격은 14만원으로 공동구매 가격이 개별구매에 비해 약 4만원정도 저렴한 편이다.

타 대형 브랜드 교복의 가격이 24만원선임을 감안하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같은 교복을 약 10만원 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교복공동구매를 추진한 H중학교 학부모위원회 관계자는 "학부모 입장에서 애들 교복값이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모른다"며 "형편이 좋지 않은 가정의 경우 14만원으로 교복을 장만할 수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는 시교육청 차원에서 전 학교에서 공동구매 할 것을 지시했다. 이 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교복공동구매' 추진 분위기는 공동구매가 교복 값의 거품을 제거,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최선의 방안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관련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공동구매 왜 어려운가?

왜 공동구매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재 교복개별구매를 실시하고 있는 지역 모 고교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서 학교 측이 나서서 추진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며 "문제는 '깃발'을 들고 추진해 나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허심탄회하게 말하자면 괜히 학교에서 공동구매를 추진해 '중간에 누군가 재미를 보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게 싫다"며 "학부모협의회 등에서 자발적인 추진이 있지 않는 한, 학교가 나서서 한 '의혹'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서는 공동구매를 안내하는 정도의 역할밖에 해줄 수가 없다"며 "학교 안에서 알아서 할 사안이며 적극적인 행정지도 추진계획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또 다른 문제는 학교와 학부모협의회 사이 공조를 통해 공동구매를 하기로 추진했을 경우, 과연 거제지역의 대형브랜드 업체가 참여를 할지도 미지수라는 것.

현재 '교복공동구매' 과정은 학부모 대표와 학교장 등이 참여한 교복구매소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학교 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상정, 공개 입찰 및 수의계약 여부 등을 심사한 후 '공동구매' 및 '개별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동구매'가 결정된다고 해도 대형브랜드 업체의 경우 입찰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지역내 한 대형 브랜드 교복업체 관계자는 "입찰을 한다고 해도 최저 입찰제로 낙찰을 받는데 우리가 낙찰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느냐"며 "솔직한 얘기로 손해보고 장사할 순 없는 일이며 가격 마진이 남지 않는다면 우리가 굳이 공동구매에 참여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공동구매를 했을 경우 한꺼번에 많은 양을 계약해서 마진을 남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야 하는데 공동구매에 참여 안 해도 개인들이 알아서 찾아오니 우리로선 아쉬울 게 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선에서 협의계약은 할 수 있어도 최저 입찰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투명성 확보 선행돼야

이와 관련해 고현지역 모 중학교 교사는 "문제는 바로 '투명성의 확보'며 가장 먼저 학교 및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적극적인 '공동구매'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의혹' 섞인 눈길을 투명하게 해줄 행정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