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유치 브랜드 가치 UP, 전문 진료센터 운영 지역사랑 UP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으로 인해 지방병원들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예측과 부단한 노력으로 순항하는 지방병원도 있다.

부산에 위치한 좋은강안병원은 외국인 환자 유치로 병원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한 케이스다. 기본의학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친절한 서비스가 더해져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 우수병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세간에 많이 알려진 양산 부산대학교병원은 최첨단 시설은 물론 지역 병의원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살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소아심장센터 및 18개 전문클리닉 및 특수진료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병원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광주에 자리 잡고 있는 전남대병원은 특화된 전문진료센터 운영이 돋보인다. 특히 2004년 4월, 전문진료센터 중심의 분원인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을 개원해 암센터, 재활센터, 치매ㆍ퇴행성 뇌질환센터, 관절센터, 농어민건강증진센터 등 5개 전문진료센터와 11개 특수 클리닉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순전남대병원은 환경친화적이면서 첨단 디지털ㆍ협진체제 등을 갖춘 미래형 병원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역병원의 한계를 뛰어넘어 서울 대형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지역병원 세 곳을 지난회에 이어 소개한다.

▲ 편안히 진료받고 있는 외국인 환자 모습


철저한 사전준비로 외국인 환자 유치 성공

▲ 좋은강안병원 전경
2005년 부산광역시 수영구 남천동에 들어선 좋은강안병원은 은성의료재단(이사장 구성회) 산하 6개 병원 가운데 한 곳이다.

내과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19개과 415병상을 운영중인 좋은강안병원은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이 우수한 병원으로 손꼽힌다. 서우영 진단검사의학과장은 “어떠한 일이든 사회현상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구분포, 국제정세, 국가정책, 지역적 상황 등을 파악해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거나 관광을 오는 외국인이 매년 증가하는 경향과 다문화가정 등의 영향으로 내국인과 외국인 커플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것 등이 외국인 환자 유치 성공에 큰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것이 서 과장의 설명이다.

좋은강안병원은 현재 부산에 있는 주한 외국 영사관(중·러·일·미)을 외국인 환자 유치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영사관과 의료협약을 맺고 비자발급 지정병원으로 지정돼 비자발급 편의를 도모하고 있는 것도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작은 노력의 하나다.

또 부산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 기업과 원어민 교사, 유학생, 근로자 등에게도 다양한 의료봉사와 장학금 지급 등의 적극적인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봉사와 비즈니스를 하나로 엮어 자연스러운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서 과장은 “현재는 의료관광만을 목적으로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병원 브랜드나 지인을 통해 방문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신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믿음을 통한 입소문이 성공의 첩경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는 ‘큰 병이 생기면 부산 좋은강안병원으로 가면된다’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 오키나와나 홋카이도 등을 시작으로 병원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병원시설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병원을 찾는 외국인을 위해 1층 로비에 외국인 전용 창구를 개설하고 전담 코디네이터를 상시 배치해 진료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영어와 일본어는 물론 중국어와 러시아어로 된 창구 간판을 설치, 외국인 환자들이 쉽게 병원을 찾도록 돕고 있다.

 

▲ 이 병원 로비에서 열리는 음악회 모습

3無 운동전개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 양산부산대학교 병원전경
부산광역시 물금읍 범어리에 위치한 양산부산대학교병원(병원장 백승완).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전 언론매체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탔다.

병원측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천문학적인 홍보효과를 누린 것이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후송된 병원’, ‘영부인이 치료받은 병원’이란 입소문 때문에 6월부터 응급환자가 급속히 늘었다.

백승완 병원장은 “병원이 전국 언론에 알려진 이후 서울지역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지역 환자들 일부가 우리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며 “각 지역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병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이 너무 서울권 병원만 찾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은 의료수준과 시설 면에서 서울지역 대형병원과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가의 의료장비를 얼마만큼 보유했는지, 얼마나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병원 경영의 승패가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은 혈관센터 등 7개 전문진료센터와 소화기클리닉 등 24개 전문클리닉으로 구성된 대학병원과 치과병원, 전문질환센터, 재활병원, 한방병원 등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소아심장센터 및 18개 전문클리닉과 특수진료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어린이병원은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의 자랑거리다.

백 병원장은 “경영적 측면에서는 어린이병원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반병원과 차별화된 진료시스템을 구축해 지역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환자들의 서울 대형병원 선호도를 낮추기 위한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의 노력도 치열하다. 지역 병의원과 협력관계를 강화해 환자의 대기시간을 감축하고, 진료비 부담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고객지원센터 운영으로 환자들이 병원에 요구하는 상황을 수시로 파악해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없어요’, ‘몰라요’, ‘안돼요’란 3가지 말을 쓰지 않는 ‘3無 운동’은 고객중심 서비스를 향한 이 병원의 배려 가운데 하나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의 고객 서비스는 이뿐만이 아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매주 수·목요일 병원 로비에서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환자들에게는 편안한 휴식을 제공할뿐더러 부산지역에 거주하는 음악인들에게는 자신의 솜씨를 발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백 원장은 “서울의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일은 지역에게 손해임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말만으로 지역경제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번 돈은 지역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 그 이익이 지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쾌적한 병원 주변환경

첨단 디지털·협진체제 갖춘 미래형 병원 각광

▲ 화순전남대학교 병원의 시발점인 광주자혜의원
1910년 광주자혜의원으로 출발한 전남대학교병원(병원장 김영진)은 지난 100년간의 의술 노하우와 최첨단 디지털 의료시스템을 갖춘 지방 명문병원이다.

소위 ‘잘 나간다’는 이 병원도 지난 2004년 새로운 도약을 시도한다. 종합병원에서 암 분야를 독립시키면서 광주광역시가 아닌 인구 7만 명에 불과한 인근 화순군에 병원을 개원한 것. 여기에다 별도의 전문병원까지 설립하는 초강수를 뒀다.

병원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종합병원에서 암 분야를 떼어내 전문병원을 설립하는 것에 대한 반대는 물론, 시골지역인 화순에 병원을 짓는다는 것에 많은 반발이 잇따랐다.

그러나 화순군에 암전문 병원을 개원한 것은 결과적으로 대 성공이었다. 개원 5년이 지난 현재, 고객 만족도가 99%에 이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화순 전남대병원은 개원준비 시절, 공급자인 병원 중심의 체계에서 수요자인 환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모험을 단행했다. 환자 1명에 여러 명의 전문의가 한 번에 진료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전문의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관행을 뒤집자 자연스레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범희승 화순전남대학교병원장은 “병원 주변 자연환경이 재산목록 1호”라고 강조했다. 장기 입원치료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는 환자들에게 쾌적한 자연환경은 치유효과를 배가시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범 병원장은 “현재 병원 앞쪽에 마련된 주차장을 지하로 이전해 더 많은 숲을 조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병원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면서 “치유의 숲이 조성된 병원 뒷산도 화순군과 협의를 거쳐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화순전남대병원 개원으로 인근 병원들도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수술 후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이 인근 병원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화순시내 병원들과 협력병원 형태로 조화를 이뤄 윈윈(win-win)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전남대학교병원은 한국 병원경영사에 새 모델을 제시했다.

암센터, 재활센터, 치매ㆍ퇴행성 뇌질환센터, 관절센터, 농어민건강증진센터 등 5개 전문진료센터와 11개 특수 클리닉 중심의 화순전남대병원은 환경 친화적이면서 첨단 디지털ㆍ협진체제 등을 갖춘 미래형 병원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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