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녀구역 따로 없다 한아름유치원 박종수 교사

이 시대에 편견과 고정관념이 존재하듯 여초 현상이 심각한 유치원 교사직에 남성이 유치원교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의미 있고 새로운 관심사다.

지난 3월1일 경남은 물론 전국 공립유치원에서도 드물다는 남자 유치원교사가 거제지역에 발령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중곡동에 위치한 공립 한아름유치원(원장 강정숙)의 박종수 교사(33)가 그 주인공.

박 교사는 한아름유치원에 발령받은 후 현재 5세반인 ‘사랑반’을 맡으며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유치원에 남자교사가 근무한다는 사실에 한동안 학부형은 물론이고 동료교사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박 교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난 4월 발령 한 달만에 실시한 공개수업을 통해 관심에서 신뢰로 바뀌었다. 박 교사의 공개수업은 ‘남자유치원 교사는 어떻게 수업을 할까’라는 호기심에 학부모들은 물론 동료 교사들의 관심이 집중 됐다.

박 교사의 공개수업은 동료들로부터 “공개수업은 보통 보여주기 위해 많은 부분 과장된 부분이 많은데 평상시와 같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노련함이 묻어나는 수업”이었다는 평을 받았고 학부모들에게는 “남자 선생님이라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수업을 보고 난 후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 것 같다”라는 호응을 얻었다.

박 교사는 “유일한 청일점인데도 불구하고 동료 여교사들 조차 남자로서 관심가지 않아 당분간 장가가기가 힘들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직 총각 신분인 박 교사인지라 동료 여교사들의 무관심에 적잖이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

사실 박 교사는 한국교원대에서 회화교육을 전공했다. 하지만 박 교사는 복수전공으로 취득한 유아교육을 선택했다.

박 교사는 “인간이 교육을 받는 이유는 지적행복권을 추구해 올바른 판단력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나름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었다”며 “입시나 성적위주의 중·고생들을 가르치기 보다는 순수한 어린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내린 결정 이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의 만류도 많았다. ‘왜 남자가 유치원 교사를 하느냐’ ‘남자가 유치원교사를 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느냐’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 교사를 염려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박 교사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사람은 없다.

박 교사는 “물론 남자 유치원 교사는 희소성도 있고 아이를 다루는데 기본적인 마인드와 시각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는데 있어서 그런 편견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립 유치원 교사는 근무여건과 여러가지 상황이 일반 공무원 업무보다 전문적이고 자율적이며 지속적인 공부와 자기계발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 매우 매력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같은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사립 유치원에 근무하고 있는 유치원 교사 대부분은 살인적인 업무와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박 교사도 이런 점이 안타깝다며 “하루 빨리 사립유치원에 대한 근무여건이 개선돼 공립과 사립의 차이가 좁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얼마전 덕원해수욕장 앞에 살던 집에서 남부면 다대포에 위치한 교원 사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거제지역의 비싼 집세가 부담이 된 것이다.

근무지와 40분도 넘게 걸리는 거리를 출·퇴근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쉬는 날이면 낚시도 즐기는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 교사는 “자신은 없지만 내가 가진 교육의 신념에 따라 교사로서 완성되는 게 앞으로의 목표다. 틀에 박힌 교육보다는 좀 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지향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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