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천도 점쟁이 할머니 김춘희 할머니

21세기, 과학은 첨단으로 발달했어도 여전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미래다.

미래 만큼은 과학으로 예측할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은 오늘을 기반으로 내일을 설계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인생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변 상황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측불허인 삶이 궁금해질 때 사람들은 점집을 찾는다.

하청면 칠천도 대곡마을에는 용하기로 소문난 점집이 있다. 거제지역 지리를 잘 아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는 이 점집은 칠천도 대곡마을 길가에 위치한다.

무속인의 집이라면 흔히 있어야 할 대나무깃발이나 명패 등 점집으로 보이는 표시하나 없는 평범한 가정집이라 더욱 찾기 힘든 점집의 주인은 ‘칠천도 점쟁이 할머니’로 유명한 김춘희(77)할머니다.

보통 여성 무속인의 이미지는 신명나게 작두를 타거나 굿을 펼치는 무당 또는 보살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할머니는 신명난 굿판도 벌일 줄 모르고 작두도 탈 줄 모른다.

보통 무속인에게 붙는 무당이나 보살과 같은 호칭도 할머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할머니는 신내림은 받은 50여년 동안 오로지 점괘만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다른 무속인들은 굿이나 부적 등 영리목적으로 신을 이용하지만 할머니의 경우 사람들의 점괘를 보거나 할머니 가족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 전부다. 할머니의 집은 ‘점괘전문점’ 이라고 할 수 있다.

할머니의 집은 어디서 소문을 듣고 오는지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가까운 경남권은 물론 서울이나 일본에서 까지 점괘를 보기위한 사람들이 궂은 날이나 맑은 날 할 것 없이 고정적으로 찾는다.

점집을 찾아온 손님들은 하나 같이 “할머니께 점을 보고 나면 자석에 끌리듯 또 다시 할머니를 찾게 된다. 다른 점집처럼 부적을 쓰라거나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할머니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할머니에게 신통력이 생긴 것은 할머니의 나이 22살 때로 거슬러 간다. 19살에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2년 만에 임신을 하게 됐는데 남편은 임신사실도 모르고 군에 입대했는데 하루빨리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도하던 도중 신이 왔다는 것이 할머니의 설명이다.

출산 이후 할머니에게 접신이 시작됐고 천주교 신자였던 할머니가 신을 거부하면서 불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보통 무속인들의 신을 거부하면 시련을 겪게 되는 재앙을 ‘신병’이라고 부른다.

할머니도 신을 거부하면서 뚜렷한 병명도 없이 몸이 망가져 갔고 생명을 담보로 하는 수술만 7번 겪으면서 결국엔 가슴까지 도려내는 수술을 해야 했다.

죽는 것 보다 사는 게 낫다싶어 결국 신을 받았지만 가족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원래 천주교 신자였던 할머니가 무속신앙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신들린 할머니의 행동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탓이었다.

할머니가 처음으로 신을 받을 당시 사람들은 할머니의 행동에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할머니의 접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박복한 인생 밥이나 먹고 살라고 하늘에서 도와주는 거 큰 욕심 없이 선생님(신)이 일러주는 대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점은 돈을 펼쳐 그 형상을 보고 괘를 낸다. 지금은 지폐를 펼치지만 예전에는 쌀과 엽전을 사용해 괘를 냈단다. 할머니는 “시대가 변하면 점보는 방법도 변하는 거지 도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거기서 나오는 형상”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의 집은 비가 세는 흙집이었다. 하지만 난 2007년 할머니의 딸(윤덕순·55)과 사위(이용숙·55)가 정부보조금을 신청해 새 집을 지었다.

평생 남 앞일 보느라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해 몸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남은여생이라도 좋은 집에서 편안히 모시고 싶은 자식의 마음에서 비롯된 집이다.

할머니는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점괘 뽑는 일을 계속 할 생각이다. 할머니는 “세상살이에 찌들고 힘들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선생님(신)의 가르침을 전해 도움 주며 사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남은여생을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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