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상쇠 - 풍물패 「가락」·거제농악보존회 박동호 대표

여름 장승포항. 갯내음 풍기는 길을 따라가면 야물고 흥겨운 음색의 꽹과리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에 귀 기울여 찾아 간 그곳에는 풍물패 ‘가락’과 ‘거제농악보존회’의 연습실이 있었다. 긴 여름 해마저 떨어질 무렵 연습실에서 들려오는 장단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풍물은 쇠, 징, 북, 장고, 그리고 소고 등으로 이뤄진다. 그 중에서 판을 이끄는 사람이 상쇠다. 상쇠는 그들만의 판에서는 세상을 만들 수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그도 마찬가지다. 낮에는 조선소에서 쇠소리를 밤에는 전통을 보존하는 쇠소리를 이끌고 23년을 한결같이 거제의 소리를 찾고 지켜온 거제의 상쇠로 불리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풍물패 가락 박동호 대표다.

그의 고향은 참외로 유명한 경북 성주. 그는 지난 1984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하면서 거제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2년 뒤 그는 거제의 전통문화를 배우는데 남다른 열정을 쏟기 시작한다.

그의 거제지역 전통문화탐방은 거제지역 곳곳에 위치한 마을의 경로당과 경로잔치를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는 마을 회관에서 풍물놀이 를벌이고 지역 어르신들을 통해 지역 특유의 쇠소리와 장구소리를 전수받고 거제지역의 풍물역사를 공부했다.

그는 거제도 토박이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거제지역의 풍물에 관심과 사랑으로 팔랑개 어장놀이와 세습놀이를 연구하고, 거제농악보존회와 풍물패 가락을 창단하며 거제지역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 왔다.

그는 “팔랑개 어장놀이와 굴까로 가세는 어느덧 거제지역 민속놀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매년 공연을 통해 거제인의 긍지를 세우고 있는 전통놀이가 됐다”면서 “거제를 대표 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문화이며 거제문화의 꽃인 민속놀이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그 가치를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전통문화를 지켜가는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민속놀이에 필요한 기구를 보관 할 장소하나 제대로 없는데다 새로 발굴한 전통놀이를 발표한 뒤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할 장소마저 변변치 않다.

그래서 그는 거제에 전통문화 전수관을 하루빨리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제시와 비교해 소득이나 인구가 작은 지역에도 전수관 하나쯤은 갖추고 있었다.

그는 “지역 향토문화의 맥을 이을 수 있는 최고의 문화 활동은 민속놀이와 풍물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전통민속놀이전수관”이라며 “거제문화의 혁명을 이끌 국악협회와 풍물의 발전을 위해서 전통민속놀이전수관은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전통민속놀이 전수관이 설립되면 거제지역 전통문화가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틀이 마련되고 이로 인해 거제지역의 전통 문화유산은 더욱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요즘 제35회 도민속예술대회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다. 일주일 중 4일. 2-4시간을 도민속예술대회 연습에 매진하느라 가족들의 핀잔을 듣기 일쑤지만 그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다. 

그는 “팔랑개 어장놀이와 굴까로가세 등 거제지역 민속놀이가 경남도 무형문화재 유치에 도전 할 만큼 인정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주요 행사 때 보여주는 공연으로만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앞으로 거제시민들이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거제지역의 전통놀이문화를 보존 계승하는데 동참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옛 전통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 우리 가슴에 아련히 남을 수 있는 거제전통 문화를 대중화시키는데 헌신하고 노력하고 있는 거제의 상쇠 박동호. 그가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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