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콰르텟 대표 신숙씨

“클래식에 부담을 가지시는 분이 많은데 알고 보면 마음 편안히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연일 날카로운 쇠붙이 소리와 현장의 굉음이 대중화 돼있는 조선산업 도시 거제에 감미로운 클래식음악을 알리는데 열정을 바치고 있는 이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G-콰르텟 대표 신숙씨(53)다.

그녀의 나이 10살. 그녀는 음악이라는 세상과 첫 만남을 가졌다. 3학년 여름방학 그녀는 영문도 모른 체 외할아버지의 손에 끌려 부산 외갓집에서 방학을 보낸다. 당시 숙명여대 음악을 전공하던 이모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5년 동안 방학기간을 이용해 외가를 찾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은 그녀와 친숙해 졌고 음악은 그녀의 모든 것이 돼 있었다.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장승포와 마산에서 피아노 레슨을 받으면서 이른 아침 동네 아이들을 상대로 과외와 피아노 레슨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가 아이들을 상대로 레슨을 하게 된 이유는 그녀의 레슨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집은 포목점을 운영하고 있어서 비교적 경제여건이 여유로웠지만 당시 피아노 레슨비는 공무원의 한 달 월급과 맞먹는 액수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더구나 고등학교 보내기도 어려웠던 그 시절 시골마을에서 음대를 다닌다는 것은 여간 벅찬 일이 아니었다. 집안의 반대도 심했다. 그녀는 수줍은 듯 “배우기 위해 가르칠 수밖에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지금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웃음 밖에 나오지 않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에 들어 갈 때 까지 4년 동안 동네아이들을 가르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그녀는 지세포 자택에서 ‘신숙음악학원’이란 간판을 걸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신대 음대를 졸업한 그녀는 부산에서 4년 동안 활발한 음악활동을 하다 78년 그의 남편 방용석(57·해성고 교감)씨를 만나 결혼하면서 잠시 휴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휴식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녀는 결혼 후 임신을 한 상태에서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독학으로 배워 오던 바이올린을 더 심도 있게 배우기 위해서 결정한 선택이었지만 하지만 그녀는 “보통 임신을 하면 사람이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유학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미국 유니온대에서 바이올린과 성악을 전공 한 뒤 버나딘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학가요제 심사의원, 거제군어머니 합창단과 거제YMCA합창단의 지휘, 한국음협 거제시지부장 등을 맡으면서 누구보다 분주한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지난 2005년 10월은 특별한 시점이다. 거제최초의 현악4중주단 G-콰르텟(음악감독 홍사근)을 탄생 시켰기 때문이다.

G-콰르텟은 결성과 동시에 선상문학축제를 비롯해 백병원 솔밭음악회, 결손가정아동돕기 겨울음악회 등을 통해 거제음악의 발전과 지역사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G-콰르텟은 지난해 정기연주회 이후 창원KBS의 초청으로 교양프로그램 ‘PU 문화 공감’에 출연, 거제를 대표하고 경남을 아우르는 연주단체로 성장해 가고 있다.

그녀는 요즘 기독교음대와 부산여대에 출강교수로 활동하고 창원지방법원통영지원거제시법원조정위원까지 맡으면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올 가을에 더블 콰르텟 창단을 게획 중이다.

그녀는 “언젠가 거제에도 관현악단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지금부터 시나브로 그 초석을 다지고 거제시민들이 클래식음악에 좀 더 다가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G-콰르텟의 활동은 거제시민의 후원으로 이뤄지며 후원금은 세금공제도 받을 수 있으니 거제시민의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음악을 하는 것과 음악을 가르치는 것이 세상 최고의 행복이라는 그녀의 집에는 피아노 9대와 책장 가득 쌓여 있는 책이 유일한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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