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호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앞에서는 거제도포로수용소를 소재로 하는 현대소설 가운데 두 줄기의 큰 흐름, 즉 모더니즘 계열의 소설(장용학의 「요한시집」, 강용준의 「철조망」)과 리얼리즘계열의 소설(손영목의 『거제도』)들을 살펴보았다.

전자(前者) 즉, 모더니즘계열의 소설들은 인간의 심리적 내면세계를 여러 기법을 사용하여 형상화하는 소설들을 가리키는데, 주로 심리주의소설로 대변된다.

이런 유형의 소설들은 평면적인 인간세계의 형상화에 머무르는 리얼리즘소설과는 달리 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하고 그것과 현실과의 상관성을 밝히려고 노력함으로써 인간세계를 입체적으로 탐구하려고 든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장용학의 소설 「요한시집」의 경우, 역사에 대한 주인공 동호의 내적 독백이나 동호가 바라본 누혜의 수용소 생활, 누혜의 유서 등이 모두 동호나 누혜의 내면의식이 투영됨으로써 포로수용소라는 특수상황을 배경으로 이념의 갈등을 통해 인간의 실존적 자각과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는 점이라든가, 강용준의 소설「철조망」의 경우, 생명과 생존의 현장에서 공포와 절망과 고통의 시간들을 체험하고 생명의 포기를 각오해야 하고 마침내 허무의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주인공의 실존적 삶을 일탈과 실험성에 기반한 심리주의적 기법을 가미하여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모더니즘계열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후자(後者) 즉, 리얼리즘계열의 소설은 한국 현대소설의 주류를 이루는 경향의 작품들로서, 이러한 경향의 소설들은 일반적으로 전형적인 환경 속에서, 전형적인 인물들을, 세밀한 묘사로 진실하게 재현함으로써 당대 사회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소설들을 가리킨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손영목의 장편소설 『거제도』는 ‘짐승의 시간’으로 상징되는 친공포로와 반공포로의 갈등의 서사인 거제도포로수용소 내부의 포로들의 삶과 포로수용소 밖의 6·25 전쟁 당시 토착원주민인 상동리 이장 옥치조 일가의 신산스런 삶과 임덕현으로 대변되는 피난민들의 삶을 전형적인 환경과 전형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사실적으로 세밀히 그려낸 대표적인 리얼리즘계열의 소설로, 이 작품의 등장으로 거제도포로수용소에 대한 총체적 이해가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음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거제도포로수용소 석방포로들의 삶

이런 반면 거제도포로수용소가 직접적으로 소설의 배경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거제도포로수용소에서 포로로 생존하다가 휴전 후 자유의사에 의해 제 갈 길을 선택한 석방포로들은 그 후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이는 거제도포로수용소에 대한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질만한 질문이 아닐 수 없으리라. 이러한 우리들의 말없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소설을 통해 추적하는 일련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있기에 그들의 열정을 엿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들은 최인훈의 장편소설 『광장』, 김소진 의 단편소설 「쥐잡기」, 「개흘레꾼」그리고 「두 장의 사진으로 남은 아버지」,  이명랑의 장편소설 『꽃을 던지고 싶다』등이다.

이들 작가들은 그들의 상상력을 통해 거제도포로수용소 포로들의 후일담에 이르기까지 끈질긴 추적의 끈을 놓지 않고 우리들의 질문에 대답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소설들은 일종의 거제도포로수용소 후일담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여기서 잠간 이들 후일담소설들을 살펴보기에 앞서, 휴전 당시 거제도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던 포로들의 교환 당시 상황을 먼저 간략히 살피고 넘어가자. 우선 휴전 당시 남북한 포로교환은 부상병 포로 교환부터 이루어졌다.

부상병 포로로는 1953년 4월20일-26일에 유엔군측 684명과 공산군측 6,670명을 휴전협정 서명 전에 교환하였고, 반공포로는 휴전협정 서명 39일 전인 1953년 6월18일 0시에 이승만 대통령이 2만8,278명을 석방했다. 이들 반공포로들은 사고자 889명을 제외한 2만7,389명이 자유대한의 시민의 품에 안겼다.

반면 본국 송환을 희망하는 포로교환은 1953년 8월5일-1954년 1월23일에 걸쳐 유엔군측 1만1,551명과 공산군측 13만2,474명을 교환하였고, 이와 함께 공산군 측 포로공동묘지의 유해 약 800구도 송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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