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포로수용소와 문학적 상상력-2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문학적 상상력-2
  • 거제신문
  • 승인 200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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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단편소설 「요한시집」의 구성은 작품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토끼의 우화’를 비롯하여 상·중·하 등 모두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두 즉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토끼의 우화’는 동굴 속에 갇혀 있던 토끼가 자유를 향해 기어오르다가 바깥세계를 보는 순간 강렬한 햇빛에 노출되어 두 눈을 상실해 버린다는 이야기다.

이 서두의 ‘토끼의 우화’ 는 자유를 모색하고 갈구하다가 결국 죽음을 통한 자유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역설적인 운명을 우의적으로 희화화하여 보여주는 부분이다.

‘상’ 부분은 주인공 동호의 일인칭 서술에 의한 내적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례를 들면, “이 공간에 갇혀 있는 시간이 가령 그 벽을 뚫고 저쪽으로 뛰어나가게 되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느 쪽으로 흐르는 시간이 과거이고, 어느 쪽으로 흐르는 시간이 미래인가?” 이러한 일종의 망상이 동호의 의식을 장악하고 있다.

의용군으로 북한군에 참여했던 동호는 포로가 되어 섬의 포로수용소로 옮겨졌고 거기서 북한 ‘괴뢰군’ 출신으로 포로가 된 누혜를 만났던 것이다.

한편 누혜가 포로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후퇴하는 국군을 따라 이남으로 나왔다는 누혜의 어머니를 내(동호)가 누혜가 죽은 후 찾아갔을 때 누혜의 어머니는 레이션 상자로 만든 하꼬방 집에서 말도 못하는 중풍에 걸려 있었고, 고양이가 잡아다주는 쥐를 먹고 목숨을 이어온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서술 상황은 전쟁으로 인한 비인간적인 상황에 대한 고발에 다름아니다.

「한편 나는 그 이전에는 포로수용소 변기 속에서 누혜의 시체를 발견했었다. 변소에 들어가서 뒤를 보려다가 무엇이 손짓하고 있는 것 같아서 밑을 내려다보고 그만 소리도 못 지르고 거품을 물었다. 그것은 정말 손이었다. 누런 배설물 속에 비스듬히 꽂혀 있는 사람의 손, 쭉 뻗은 손가락은 내 발목을 잡아 쥐지 못해 하는 그것은 그 전 날 죽은 누혜의 손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 부분에 나타나는 내적 독백과 누혜 어머니의 최후의 연명의 모습 그리고 변소에서 발견한 누혜의 시체토막들에 대한 묘사들은 자유 또는 인간해방이라는 추상적인 기치 아래 인간을 파괴해가는 전쟁에 대한 비판에 다름 아니다.

‘중’ 부분에서는 누혜의 죽음과 그 동기를 동호의 시선을 통해서 구성하고 있다.

남해의 고도에는 붉은 기와 푸른 기가 다시 바닷바람에 맞서서 휘날리게 되었다. 살기 위하여 그들은 두 깃발 밑에 갈려 서서 피투성이의 몸부림을 쳤다.

철조망 안에서의 이 두 번째 전쟁은 완전히 자기의 전쟁이었다. 순전히 자기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한 자기의 전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전쟁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 생존의 권리를 포기하는 거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거기(포로수용소)서는 시체에서 팔다리를 뜯어내고 눈을 뽑고, 귀, 코를 도려냈다. 아니면 바위를 쳐서 으깨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들어서 변소에 갖다 처넣었다.

사상의 이름으로, 계급의 이름으로, 인민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생이 장난감인 줄 안다. 인간을 배추벌레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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